시험에 절대 안 나오는 영단어와 하찮고도 재미진 이야기
전은지 지음 / 들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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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와 인문학의 결합이라는 책의 컨셉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생소한 영어 어휘를 암기할 때는 몰랐는데 추후에 어원을 알고선 재미도 느끼고 더 잘 기억되는 경험을 하고선 이런 책을 일부러라도 읽어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평소에 교양과 인문학에 열광하는 독자라면 관심 가져볼만한 책입니다. 특정한 영어 단어 하나에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밑바닥에서 파내 끌어 올리는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단어 ‘exhume’에서 지금으로선 터무니없어 보이는 근대 시기 뱀파이어 찌라시성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의 ‘panacea’를 통해 ‘호랑이 연고’라는 명칭으로 통용되어 온 외용제나 만병통치약 급의 건강한 식재료로 알려졌던 토마토에 관한 이런저런 과거 사례가 나오는 식입니다. 14장으로 구성되어 각 단어에 맞춰 재미난 옛날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부작용 주의, 시험 점수를 올리는 데 아무팍에도 쓸모없는 표현, 구문을 강제로 알게 된다!”라는 겸손, 자기비하성의 홍보 문구가 쓰여 있기도 합니다. 각 단어마다 전반부에 어원과 관련해서 몇 가지 단어가 뜻과 함께 쓰여 있어서 비슷한 단어를 어딘가에서 보면 알게 모르게 뜻을 유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단어 하나에서 시작해서 단어가 포함된 영어 문장이며, 역사까지 책에서 다루고 있어서 그야말로 교양 쌓기에 최적의 책인 것입니다.


컬처블룸 통한 들녘 도서 제공에 따른 서평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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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2025 우수환경도서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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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라면, 불교, 유목민, 의학의 세계사에 이어 쓰레기 세계사라니! 하반기에 봤던 갖가지 세계사 책 중에 가장 참신해 보였습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역사를 쓴 책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쓰레기 역사를 알아야 하냐며, 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환경과 기후 위기를 체감하며 사는 한국인이라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주제로 보입니다. 해양 쓰레기, 플라스틱 쓰레기, 의류 쓰레기 등 살면서 만들어 내고 있는 쓰레기를 떠올려보면 모두 한번 쯤 관심 갖고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책을 쓴 로만 쾨스터(Roman köster)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역사 연구자라고 합니다. 이 “쓰레기의 세계사” 책은 2024 독일 논픽션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고 하고, 표지에는 FAZ, SZ, NZZ 같은 독일 언론에서 추천했다는 문구도 쓰여 있어서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 쓰레기를 늘 발생시켰다는 작가의 전제로 책이 시작됩니다.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합의가 나오는 요즘뿐 아니라 산업 혁명이 있기 전 선사, 고대, 중세 시기에도 쓰레기가 인간 곁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잠깐 생각해보면 옛날 사람들도 배설을 했을 테니 작가의 전제가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그런 것 치곤 이 옛날에 있던 쓰레기에 관한 설명을 폭넓게 접하지는 않았습니다. 기껏 해봤자 산업 혁명 즈음 런던 같은 유럽의 인구 밀집 도시에 배수나 오물 처리 시설이 오늘날 같이 마련되지 않아 악취가 진동을 했다는 것 정도가 있습니다. 


“쓰레기의 세계사”에는 근대 이전, 산업 시대, 대량 소비 시대 등 세 가지 시기 구분 하에 인간이 만들어냈던 쓰레기는 뭐가 있었고, 이것들이 당시 인간들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이때 사람들은 쓰레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했는지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근대 이전 쓰레기에 관한 1장을 가장 집중해 읽었습니다. 오늘날 쓰레기 문제야 평소에 쉽게 듣고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장식 축산이 없던 전근대 시기 유럽 중부에서는 돼지가 방목되어 키워졌다거나, 근대 초기 이후 도시의 발전 이후에는 우리 안 사육으로 형태가 변화하면서 도시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먹이로 주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산업 발전, 도시로의 인구 집중, 도시 인프라 형성, 공장식 축산, 동물을 통한 쓰레기 처리라는 유기적 흐름이 역사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돼지의 자리에 개가 있던 문화권도 있었고, 이에 따라 질병을 매개하는 더러운 존재로 인식되었다는 점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 밖에서 개 식용 행위를 두고 야만적 행위로 바라보던 시선에는 물론 인간과 가깝고 돈독한 관계에 있는 개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도 있겠지만, 이 책을 보면서 어쩌면 불결함에 대한 역사적 기억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심각한 비상 상황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개는 때로 두려움을 조장했다. 특히 정육점 근처를 돌아다니는 개는 악명이 높았다. 이러한 개는 돼지보다도 길들이거나 통제하기 힘들었다. 개는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때로는 집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개도 돼지와 비슷한 나쁜 버릇이 있었다. 1630년대 흑사병이 유행하던 시기에 피렌체에서는 자꾸만 시체를 파헤치는 개들 때문에 묘지 주변에 울타리를 쳐야 했다.” pp. 76-77



더러운 쓰레기를 중심으로 인간이 선사 시대부터 어찌 살아왔는지 보는 동시에,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인간으로서 쓰레기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쓴 역사를 보며 앞으로의 문제는 어찌 해결하면 좋을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흐름출판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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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바꾸는 식사법 - 식사 시간대만 조절해도 열 배 건강해진다!
시바타 시게노부 지음, 홍성민 옮김 / 레몬한스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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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가 한창 유행이어서 식사법 개선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국과 탄수화물 위주 식단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걸 개선하려고 가장 많이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 외에 특별히 뭘 더 개선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에 레몬한스푼에서 번역서로 나온 “내 몸 바꾸는 식사법”을 한번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받고 보니 책 크기도 작고, 두께도 얇아서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처음 보는 출판사인데, 책 표지나 내지, 심지어 면지 디자인이 산뜻하고 좋았습니다. 표지와 내지 사이에 한 두 장 들어가는 면지에 이렇게 귀여운 그림이 들어간 책은 처음 봤습니다. 뒤쪽 책날개를 잠깐 보니, “노화의 역행”, “1일 1채소”, “기적의 호르몬 다이어트” 등 책 정보가 나와 있는 걸 보면 건강 실용서를 위주로 번역해서 출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좋은 책 기대해 보아도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삼시 세끼 중 아침 식사를 가장 신경 써서 개선하고 있는 중이다 보니, 이 책에서도 “아침식사가 건강을 좌우한다”라는 제목의 2장을 가장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이 할애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채소 토마토의 영양 성분이 하루 중 시간대 별로 신체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타이밍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라이코펜을 위해 아침에, 칼륨을 위해 점심에, 가바를 위해 저녁에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항산화나 혈압 낮추기 등 각자 원하는 바에 따라 적절한 시간대에 섭취하면 좋아 보입니다. 또 아침에 먹는 카레가 좋다는 설명도 신기했습니다. 카레에 포함된 향신료가 신체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해가 뜬 낮 시간에 활발한 활동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책 여러 곳에 이런 식으로 시간대 별로 먹으면 좋은 음식 설명이 보여서 흥미로웠습니다.


전체적으로 설명이 너무 깊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얕지 않게 적정한 수준에서 제시되어 있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중간에 그림도 많이 들어가 있어서 지루할 틈도 없었습니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느낌 그대로 ‘가볍게’ 책 한 권을 통해 건강 식단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컬처블룸 통한 레몬한스푼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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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보고 그림으로 듣는 음악인류학 - 불교와 세계종교
윤소희 지음 / 민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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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출판사 민족사에서 ‘세계종교’라는 키워드가 포함된 제목의 책이 나왔다고 해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불교 책만 내는 줄 알았습니다. 불교와 함께 세계종교까지 함께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듣는”이라는 표현을 보고 시각 자료도 많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은 크게 인도, 중국, 한국을 통섭하는 1장과 이슬람, 기독교, 불교를 통섭하는 2장으로 구분됩니다. 지리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방대한 범위를 아우르는 책인 것입니다. 재밌어 보이는 하위 장 제목 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염주로 꿰어보는 수능 금지곡과 수피 춤”입니다. 학술 연구서이자 인문 교양서로 보이는 책에서 ‘수능 금지곡’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너무 흥미롭고, 뱅뱅 돌며 추는 수피 춤도 떠올라서 그 어떤 내용보다도 먼저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수능 금지곡’이란 널리 알려졌듯이, 멜로디나 가사의 중독성이 강력해서 수능을 준비 중인 학생들이 빠져 들었다가는 공부에 방해가 되는 노래를 의미합니다. 반복성이라는 점에 착안한 글은 자연스럽게 종교 음악으로 이어집니다. 흔히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단어 공염불의 기초가 되는 ‘염불’의 한국적 맥락에서의 기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삼국유사”에 이름 모를 염불 스님이 고저 변화 없는 일정한 소리로 ‘아미타불’을 염송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윤소희 선생은 한국 불교 다음으로 남아시아 지역, 가톨릭 등으로 시야를 넓혀 경전 암송이나 묵주 기도를 언급하며 간략하게나마 반복성을 말합니다. 와중에 이슬람 신비주의자 수피들의 빙빙 도는 춤 수행을 통해 무굴제국을 비롯한 페르시아권 역사를 살피기도 하고,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의 보이순 축제 관람 경험을 말하기도 합니다. 구별 짓거나 구분하기보다, 잇고 연결지어 방대한 지역과 문화를 함께 보고, 종교와 음악을 탐구하려는 연구자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종교 음악에서 시작해 문화, 역사, 사회로 넓혀 옛날 그리고 오늘날 인간을 이해하려는 연구자의 시도가 보기 좋았습니다.




*민족사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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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신저, 파리
패신저 편집팀 지음, 박재연 옮김 / Pensel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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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같은 랜드마크가 오늘날의 파리를 얘기해 줄 수는 없다.” 그리고 “진짜 여행을 갈망하는 독자를 위한, 파리의 숨은 이야기들” 같은 매력적인 책 소개 문장을 보자마자 얼른 읽어보고 싶었어요. 게다가 프랑스 관광지와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나 파리를 가서 보고 듣고 느낀 걸 쓴 책은 차고 넘치는데 반해 특색이 적어 끌리지 않았는데, “패신저, 파리” 책은 담고 있는 내용이 참신해 보였습니다. “프랑스인인 동시에 중국인이 된다는 것”, “두 건의 유대인 노파 살해 사건이 프랑스를 뒤흔든 방법” 등 일반적으로 파리라는 지역을 떠올릴 때 바로 생각해내기 어려운 소재나 주제를 다룬 점이 눈에 확 띄었네요.


내지 디자인과 구성 방식을 보고도 참신한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인 줄글 형태와 사진이 첨부된 디자인을 생각했는데, 책을 받고 보니 매거진 형식이었거든요. 세로 2단으로 글이 쓰여 있고 사진 크기도 페이지마다 제각각이고 종이 재질도 일반 잡지보다는 두껍지만 반질반질해요. 또 마냥 매거진이라고 하기엔 텍스트의 양이 적지 않고요. 책과 매거진을 합친 듯 재미난 모양새에요. 


유대인 살인사건을 통해 이슬람 반유대주의를 조망하는 글을 가장 집중해서 읽었어요. 라시드 벤진이라는 이슬람 학자가 문제 원인 중 하나로 분석한 팔레스타인 비극에 관한 관점 역시 그럴 듯 해 보이고요. 작년 10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민간인 학살을 뉴스로 접해서 그런지, 프랑스에 있는 무슬림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비극이 프랑스에 있는 유대인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현실을 언급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파리의 랜드마크와 정치권력 사이 관계, 중국계 프랑스인, 미슐랭에 도전장을 내민 새로운 형태의 비스트로, 시리아 내전으로 파리로 이주한 사람, 지방에서 파리로 이주한 프랑스 여성 등 파리에 엄연히 존재해 왔지만 크게 관심 받지 못했던 사람들 또는 대상으로 가득한 책이었어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패신저, 파리”의 시도가 멋있어 보여요. 





*컬처블룸 통한 도서출판 서내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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