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패신저, 파리
패신저 편집팀 지음, 박재연 옮김 / Pensel / 2024년 10월
평점 :

“에펠탑 같은 랜드마크가 오늘날의 파리를 얘기해 줄 수는 없다.” 그리고 “진짜 여행을 갈망하는 독자를 위한, 파리의 숨은 이야기들” 같은 매력적인 책 소개 문장을 보자마자 얼른 읽어보고 싶었어요. 게다가 프랑스 관광지와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나 파리를 가서 보고 듣고 느낀 걸 쓴 책은 차고 넘치는데 반해 특색이 적어 끌리지 않았는데, “패신저, 파리” 책은 담고 있는 내용이 참신해 보였습니다. “프랑스인인 동시에 중국인이 된다는 것”, “두 건의 유대인 노파 살해 사건이 프랑스를 뒤흔든 방법” 등 일반적으로 파리라는 지역을 떠올릴 때 바로 생각해내기 어려운 소재나 주제를 다룬 점이 눈에 확 띄었네요.
내지 디자인과 구성 방식을 보고도 참신한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인 줄글 형태와 사진이 첨부된 디자인을 생각했는데, 책을 받고 보니 매거진 형식이었거든요. 세로 2단으로 글이 쓰여 있고 사진 크기도 페이지마다 제각각이고 종이 재질도 일반 잡지보다는 두껍지만 반질반질해요. 또 마냥 매거진이라고 하기엔 텍스트의 양이 적지 않고요. 책과 매거진을 합친 듯 재미난 모양새에요.

유대인 살인사건을 통해 이슬람 반유대주의를 조망하는 글을 가장 집중해서 읽었어요. 라시드 벤진이라는 이슬람 학자가 문제 원인 중 하나로 분석한 팔레스타인 비극에 관한 관점 역시 그럴 듯 해 보이고요. 작년 10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민간인 학살을 뉴스로 접해서 그런지, 프랑스에 있는 무슬림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비극이 프랑스에 있는 유대인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현실을 언급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파리의 랜드마크와 정치권력 사이 관계, 중국계 프랑스인, 미슐랭에 도전장을 내민 새로운 형태의 비스트로, 시리아 내전으로 파리로 이주한 사람, 지방에서 파리로 이주한 프랑스 여성 등 파리에 엄연히 존재해 왔지만 크게 관심 받지 못했던 사람들 또는 대상으로 가득한 책이었어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패신저, 파리”의 시도가 멋있어 보여요.
*컬처블룸 통한 도서출판 서내 도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