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커피교과서
호리구치 토시히데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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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しい珈琲の基礎知識” 즉 새로운 커피 기초 지식이라는 일본어 원서 제목에 알맞게, 커피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초 사항이 빠짐없이 정리되어있다. 로스팅 커피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커피 관련 도서를 번역해온 역자가 작업한 도서로서 번역서에 신뢰감도 준다. 


 단순히 카페인을 섭취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정도를 넘어, 맛있고 향 좋은 커피를 찾아 나서는 동시대 한국인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교양 수준의 내용이다. 어떤 기본서든 관련 분야의 A to Z가 담겨있듯이 이 책도 마찬가지다. ‘교과서’라는 이름을 제목에 붙인 역자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커피를 다룰 때 이야기하는 소재 수십 개를 전문적인 깊이에서 서술하기보다, 폭넓고 얕게 다루려는 저자의 시도가 돋보인다.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스페셜티 커피에 빠져있거나, 커피 업계 종사자로 미래를 설계해 보고 싶은 예비 독자들에게 무척 유익하겠다.  


 일러두기에 해당하는 “이 책 이용방법”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커피의 상태에 따라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예시로 사용한 커피 정보는 어떤 방식으로 나열되는지, 과학적 측정 수치 기준은 어떤 것이 있는지, 책에 실린 사진은 어떻게 찍혔는지 등 본론을 다루기 전에 개념과 배경을 정리해주는 시도가 과연 전문가답다. 흔히 들어온 일본인의 세밀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핸드드립 또는 푸어오버를 포함한 커피 추출법, 커피나무가 재배되어 수확된 후 소비자에게 유통되기까지 과정, 생산국별 커피콩 개요, 등급 관능평가 정보가 방대하게 다뤄진다. 글로 설명하면서 도표, 삽화, 사진도 상당수 첨부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챕터 하나씩 차근차근 따라가며 커피를 이해해가기 좋다. 물론 목차를 보고 필요한 부분만 선별해 보는 방식도 좋겠다. 


 아쉬운 점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종이 제본 부분과 본문 내 텍스트 간격이 좁아 책장을 살짝 넘겨서는 웬만해선 독서가 힘들다. 내지로 사용된 종이까지 두꺼워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책을 보기가 매끄럽지 못하다. 제본이 망가질까봐 확 펼치지는 못하고, 손으로 좌우 한쪽만 고정해 책을 봤다. 둘째, 책 후반부에 ‘찾아보기’ 섹션이 마련되지 않았다. “교과서”라는 이름에 맞게 주요 단어와 페이지 정보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했다면, 독자가 일독 후 필요한 부분만 쉽게 책을 들춰볼 수 있었을 것이다.


 커피 지식의 모든 것을 담은 『새로운 커피교과서』. 기본 지식을 쌓기에 제격이다. 서재에 두고 스페셜티 원두로 커피를 내려 마실 때마다 원두 생산지에 따라 책장을 넘겨보며 정보를 찾아보는 재미를 느껴봐야겠다. 



이 글은 황소자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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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흐른다 (특별판 트레싱지 에디션) - 삶의 지표가 필요한 당신에게 바다가 건네는 말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FIKA(피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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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표지 디자인

하늘과 바다가 일부 보이는 책 표지를 벗기면 아름다운 풍경이 이면에 드러난다. “바다의 작은 철학”이라는 프랑스어 원서 제목에 알맞게 책 전체가 바다를 테마로 디자인되어 있다. 망망대해 풍경을 보며,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만나는 고난과 역경이 떠오르기도 하고, 겉표지 안에 숨겨진 미적 아름다움에 선물로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친 우리에게 바다가 주는 가르침과 위로

바다의 속성과 모습, 바다와 관련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바라보게 한다. 두려움, 고독, 슬픔 등 쉽지 않은 인생을 절감하는 사람에게 한 발짝 떨어져 자기의 모습을 살펴볼 기회를 준다. 


작가인 로랑스 드빌레르(Laurence Devillairs)는 본인이 삶에서 우울함을 느낄 때 쓴 책이라고 서문에서 밝힌다. 그가 담담하게 전달하는 가르침과 위로에 용기와 긍정적인 기운을 얻어 본다.


짤막한 글

쇼츠와 릴스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반가울만한 점. 바다를 떠올릴 때 말할 수 있는 스물네 개 소재를 소제목으로 독립된 글이 실려 있다. 각각 열 페이지 내외의 길지 않은 글이기에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프랑스 철학자가 쓴 글이지만 어려운 철학 용어도 없어 쉽게 읽힌다. 



이 글은 피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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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학을 위하여 - 오에 겐자부로 소설론의 결정판! 오에 컬렉션 1
오에 겐자부로 지음, 이민희 옮김, 남휘정 해설 / 21세기문화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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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문화원에서 출간한 평론 4권, 소설 1권 총 5권으로 구성된 오에 컬렉션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책이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의 문학론이 280여 페이지로 핸디한 크기의 이번 책에 담겨 있다. 이와나미서점에서 2023년 발행한 오에 겐자부로의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 38쇄본을 원본으로 한 책이다. 인문 분야 서적을 전문으로 내고 있는 출판사, 그리고 일본 문학 전공자인 역자와 해설자가 참여해 만들어진 책이라는 제작 배경에 신뢰감을 느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에 겐자부로가 소설 방법론, 읽기와 쓰기, 문학 속 신화 등을 소재로 한 짧은 글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 쓰기 경험을 솔직하게 제시하기도 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해외 작가 및 이론가의 글을 적극 활용해 본문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단테의  『신곡』, 시클롭스키의 『러시아 포멀리즘 논집』,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나쓰메 소세키의 『명암』 등에 나오는 문장을 직접 인용하여 문학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지, 어떻게 수용할지, 삶에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생각을 펼쳐나간다. 


 소설 쓰기와 읽기 영역에서 취미를 넘어 학문적으로나 전문적으로 접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기존에 문학 전문 지식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부담을 느낄 수준의 글은 아니다. 일본 및 해외 문학가의 작품이 짤막하게 예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오에 겐자부로가 제안하는 소설 작법과 독법을 참고해 문학을 보다 다층적으로, 깊이를 더해 향유하는데 유용하겠다. 


 본문에 꽤 많이 등장하는 단어, 문장 위 방점(드러냄표)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게 느껴져서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일본어 원서에 쓰인 방점이 한국어판 도서에 옮겨진 책을 읽어오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방점이 등장하는 횟수가 적지 않아 유독 이 책의 방점이 인상에 남은 듯하다. 가운데가 비어있지 않은 한국어 마침표 모양의 방점으로 표기했다면 크기가 작아져 읽는데 불편함이 덜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일러두기에 방점이 원서에 적힌 그대로 옮긴 것인지, 역자 나름의 판단에 따라 표기한 것인지 언급이 없으나, 일단 보통의 경우에 따라 일본어 원서 내 표기를 따른 것으로 이해했다.   



이 글은 21세기문화원,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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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리카 산체스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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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충격적이고, 와 닿는 이야기다. 글을 쓴 에리카 산체스는 그냥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강경하고 예리한 성질 더러운 페미니스트”라고 칭하는 사람이다. 유머 감각 없는 페미니즘에 염증을 느끼면서, 다산의 아이콘 더거네 엄마의 헐렁한 질을 소재로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는 페미니스트다.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라는 진지한 한국어판 부제를 보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도파민 자극하는 문장이 책 속에 가득하다. 진짜 중에 진짜 이야기꾼인 에리카 산체스의 자전적 에세이의 제목, 부제 그리고 표지로는 도통 예상 불가한 그의 솔직함과 raw함에 한국어 번역판 독자들이 느낄 충격이 눈에 선하다. 


 지난 과거에 작가가 겪은 혼란, 고통, 슬픔, 우울 등과 같이 전혀 웃기지 않았을 것들을 되돌아보며 유머를 섞어 독자에게 전달한다. 찐 이야기꾼, 에세이스트라고 느끼는 지점이다. 어린 시절 만성적 통증이 이어지던 중, 극도의 고통을 느끼며 찾은 응급실에 누워 장학금 수혜 축하를 받는 장면, 자신의 외모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희화화하는 부분들, 이어지는 문장 사이 괄호 안에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 등에서 예상치 못한 재미와 황당함을 내내 느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쉽게 꺼내기 힘든 얘기를 이렇게 낯설지 않게 독자에게 전달하는 에리카 산체스의 능력에 누구나 감탄할 것 같다. 

진짜로 나는 입술이 엄청나게 크고 치아도 그에 못지않다. 한번은 오빠에게 숟가락 좀 달라고 했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국자를 건네주었다. 나쁜 새끼가 한 방 제대로 먹였다. 

p.63

내가 안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런 시각이나 예민함, 뭐라 부르든 간에 하여간 그런 나의 특성이 질병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중략) 길가에 버려진 딜도가 몇 시간이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p.71



 책 초반에 ‘너무 백인 대 유색인 구도로 단순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종 외에도 고려할 필요 있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 등 다양한 요소에 독자들이 눈과 귀를 닫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물론 이어지는 작가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이분법적 인종 구분을 전면에 말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백인의 맥락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던 일련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경험의 특수성과 주변 상황 맥락을 이해하게 되고, 이후 에리카 산체스의 인종 인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피부색을 더 희게 만들려고 했던 일은 살면서 저지른 가장 수치스러운 일 중 하나로 남아 있지만 내가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온 세상이 그러라고 시키고 있었으니까.

p.168


 무엇보다도, 여성 차별, 혐오, 억압에 대한 반발을 전면에 드러내 독자가 희열을 느끼게 해준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우울증, 친구와의 일화, 외국 생활, 연애 및 결혼 생활 회고, 불교 개종 등 일생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여성혐오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렇게 또 한 명 매력적인 에세이스트를 접해 반갑다. 믿고 보는 작가 리스트에 추가해본다.   


블랑카 고모의 일화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고모가 밖에서 칼을 갈던 중에 어떤 남자가 지나가면서 여자들 귀에 들리도록 성희롱을 해대는 꼴을 보았을 때의 이야기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블랑카 고모는 그 남자에게 칼을 던졌다.

p.62




이 글은 동녘,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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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어깨 모든요일그림책 13
이지미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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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라는 신체 부위로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너무 궁금했어요. 눈, 코, 입, 손, 발과 같이 눈에 확실하게 보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배우는 어휘와 달리, 어깨는 조금 생소하니까요. 그냥 어깨가 아니라 “모두의 어깨”라는 제목에서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려는 것인가?’하고 살짝 예상을 해보기는 했지요.


 책을 펼쳐보니 학교로 바쁘게 가는 아이와 출근을 위해 주변이 사람으로 가득 찬 상황으로 시작했어요. 활기차고 밝기보다는 하루의 시작에 압도되거나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느껴져요. 아이들의 등굣길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분의 모습도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임무인 것 같아 보여요. 


“잠시 쉬어 가도 좋아.”라며 바쁘고 힘든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쉬어 갈 것을 제안하는 점이 좋았어요. 우리 모두 바쁘게 앞만 보고 달리느라 힘드니까요. “어깨를 빌려줄 누군가가 네 곁에 있을 테니까.”라며 힘들 땐 옆에 있는 사람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안심시켜 주네요. 아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서 요즘 같은 삭막한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책이겠어요. 


 쉽지만은 않은 단어가 쓰인 점도 눈에 띄어요. “빽빽한 하루”, “분주하게”, “나른해지기도”, “둠칫둠칫” 등등.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학부모 분들께서는 나름대로 단어 뜻을 미리 생각해보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줘야할 수도 있겠어요.


“너와 나, 우리 모두의 어깨.”라는 마지막 페이지의 메시지가 감동적인 그림과 함께 나와 있어요.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가치를 아이와 같이 느끼고 싶은 예비 독자님들에게 추천드릴만한 책이에요.



이 글은 모든요일그림책(알에치코리아),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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