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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칼로레아 철학 수업 - 논리적 사고를 위한 프랑스식 인문학 공부
사카모토 타카시 지음, 곽현아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3월
평점 :
책 제목보다도 부제에 관심이 갔던 책입니다. ‘논리적 사고를 위한 프랑스식 인문학 공부’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고, 프랑스 언어와 문화에 관심 있는 저로서 얼른 받아 읽어보고 싶었지요.
바칼로레아는 프랑스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교 입학 자격 취득을 위해 보는 시험인데요. 고등학교 3학년 초에 두 과목 시험을 본 후 6월에 철학 시험을 본다고 합니다. 철학시험은 한국 대수능처럼 선다형 문제가 아니고, 서술형 필기시험이고 시험시간은 무려 4시간이라고 해요. ‘시민 육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철학 교육과 시험이 이루어진다는데, 최근 김누리 교수의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라는 책에서 통렬한 한국 교육 비판을 읽은 저로서 참으로 부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경쟁을 부추기고 단 하나 정답을 맞히도록 내용 암기를 요구하는 한국과, 사고하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을 길러내는 프랑스.
“사고의 틀”을 이 책의 핵심으로 읽었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주저리 쓴다면 형식을 갖추지 못한 글이 될 것입니다. 요즘 ‘문법’이라는 말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그들 문법에는 이렇게 보는 것이 옳지 않다.’처럼 무언가의 형식, 틀, 기준 등의 의미로 쓰입니다. 비슷하게 ‘사고의 틀’ 역시 도입, 전개, 결론에 대한 구성 그리고 묻는 것에 맞는 답처럼 형식적 측면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책에 자주 등장합니다. 글쓴이는 철학 교육에 이 사고의 틀이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고, 그렇다면 이 사고의 틀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되게 거창해보이고 복잡해 보이는데요, 부제에 쓰인 ‘논리적 사고’와 ‘인문학 공부’가 딱 맞는 책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논술을 준비하는 대학입시 준비생, 논술 시험을 대비하는 취업 준비생 등 논리적인 글을 쓰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유용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팁이 펼쳐집니다. 실제 문제 예시들, 예를 들어 기술은 우리의 자유를 증진시키는가? 권력 행사와 정의 존중은 양립 가능한가? 등을 활용해 설명하다보니 독자 입장에서 책을 읽으며 나름대로 생각하고 답을 적어보며 글쓴이의 설명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느꼈습니다.
6장에 제시된 질문 만드는 방법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질문하는 학생을 양성한다기보다 주어진 내용을 잘 받아들이는 학생을 키워내는 한국 교육 과정을 보내며 가장 부족한 면이 바로 이 질문하는 힘이라고 절감했는데요. 질문의 종류, 질문 만드는 방법, ‘왜’, ‘어떻게’ 같은 열린 질문 분석 및 대답하기, 질문의 전제 의심하기 등을 읽으며 질문을 형식적 차원에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논리, 사고, 철학, 인문 같은 키워드에 열광하는 분들, ‘우리는 왜 역사를 배우는 데 흥미를 갖는가?’, ‘노동은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 같은 질문을 곱씹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겠습니다.
이 글은 현익출판에서 도서를 제공해 독서 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