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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는 3년여의 시간동안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공부하였다. 짧은 기간의 여행을 가서 이탈리아 요리를 맛 보고 오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며 파스타를 배운 사람은 잘 없을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했다. 제목처럼 여행자가 아닌 '보통'의 '이탈리아'인들이 먹는 파스타는 어떤것인지.
3가지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로는 파스타의 재료에 관한 이야기이다. 파스타의 다양한 모양의 면이 주는 '물리적'맛에 관한 이야기도 재밌었고, 우리나라와 달리 이탈리아의 소스는 파스타에 묻을 정도로만 나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스파게티 면보다는 소스의 맛때문에 먹는 나로서는 이탈리아식의 파스타가 입맛에 맞지 않을것 같았다. 또 이탈리아 사람들의 식생활에 관한 부분도 아주 흥미로웠는데, 아침부터 파스타를 먹을 것이라는 내 상상과 달리 커피와 크루아상 정도로 간단하게 먹은 후, 2번째 아침을 또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은 8시나 되어야 먹는다고..
"습관은 오래도록 남는다. 특히 먹는 혀의 기억은 깊게 새겨진다. 매일 음식을 먹으면서 사람은 그 습관을 길들인다. 먹는 것처럼 집요하고 완강한 습관은 드물다. 하루 세 번의 반복되는 '기억의 작업'은 우리를 지독하게 보수적으로 만든다." p50
두번째에서는 파스타에 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 파스타는 주로 미국을 통해 들어와서 이탈리아와 다른점이 많았다. 카르보나라의 경우도 이탈리아와 만드는 방법, 재료가 달랐다. 이탈리아 카르보나라가 훨씬 간단하다.
"원래 이탈리아 요리가 그렇다. 복잡한 게 거의 없다. 그래서 '복잡하면 이탈리아 요리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요리의 원형질은 단순하고 빠르며, 맛이 분명하고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여러 가지 맛이 섞이는 걸 싫어하고, 다양한 재료가 한 요리에 들어가는 것도 싫어한다. 대신, 이런 단순한 요리를 코스로 먹으니까 결국 다양한 재료와 요리를 먹게 된다." p86
세번째, 이탈리아 여러 지역의 다양한 파스타 요리와 재료에 대해서 나온다. 책 앞 쪽에 이탈리아 지도가 나오는데, 책을 읽기 전에는 그냥 장식용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스타 종류가 다양한건 알고 있었지만 지도까지 필요할 정도일 줄은 몰랐다. 파스타는 면의 종류만 수백가지이고 소스도 다양해서 조합하면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지역의 기후에 따라서 건면이 발달한 곳, 생면이 발달한 곳으로 나뉘고, 소스도 지역마다 다르다. 왜 이렇게 다양할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작가는 남과 같은걸 싫어하는 이탈리아인들의 특성 때문일 것이라고 적어 놓았다. 다양한 지역의 파스타와 재료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사진과 함께 실어져 있어서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기에 좋았다. 뒤쪽에는 파스타 레시피까지 있다.
책을 읽으며 파스타와 이탈리아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게 되어 좋았다. 항상 스파게티를 만들때면 푸짐하게 만든다며 여러가지 재료를 많이 넣고 먹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코스로 먹기 때문에 여러가지 재료를 한 요리에 넣지 않고 단순한 재료로 간단하게 만드는게 이탈리아 요리의 특징이라는 점도 새로 알게 되었고, 이탈리아인들의 특성과 삶의 방식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서 신기하고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