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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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모비딕은 읽는 이의 관점에 따라, 주인공을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가령, 모비 딕, 이슈메일, 에이해브), 무엇에 주목하여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양해질 만큼 풍부하고 모호한 상징들로 가득 찬 작품이다. 솔직히 읽기는 읽었지만, 아직 이 소설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전체를 이해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고래 설명하는 부분은, 넘기거나 대충 읽거나 했다. 정확히는 발췌독으로 다 읽은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내가 주목한 부분만 간략히 기록해두고자 한다. 나는 에이해브 선장에 초점을 맞추어서 모비딕을 이해해보고자 했다.

 

 

2.

모비딕은 주요 등장인물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성경에서 다양한 메타포를 따왔다. 이슈메일은 아브라함의 자식 이스마엘을 영어식으로 읽은 이름이다. 에이해브는 구약 <열왕기> <역대기>에서 나오는 북이스라엘의 왕 아합의 이름을 영어 발음으로 읽은 이름이다. 그리고 피쿼드호가 출항하기 전에 에이해브의 파멸을 예언한, 어딘가 똘끼 있는 남자의 이름은 일라이저, 즉 아합과 대립했던 예언자 엘리야이다.

 

이렇게 기독교적 상징을 곳곳에 전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작품에서 당연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제9장 매플 목사의 설교일 것이다. 자각적 정신을 가진 행위자로서 작가가 아무 이유 없이 매플 목사의 설교를 소설에 넣었을 리는 없다.

 

매플 목사의 설교 본문은 요나서이다. 그 설교의 주제는 말하자면, 하나님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죄인에게 내려지는 멸망과 하나님께 순종하는 자에게 내려지는 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 요나서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멜빌이 요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다. 내 생각에, 요나는 에이해브와 상동(相同)하지만, 정반대되는 인물이며, 모비딕에서 이 설교는 작품 전체의 결말과 에이해브의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요나를 이해하면, 자동적으로 에이해브의 캐릭터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매플 목사의 설교에서 요나는 신으로부터 달아나고 있는 자로 그려진다. 요나는 니느웨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타르시스(오늘날의 스페인)로 가려 한다. , 요나는 하나님의 명령에 불복종함과 동시에 그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명령을 거역하는 죄인 요나에게 하나님은 고래의 모습으로 그에게 나타나 살아 있는 파멸의 심연으로 그를삼켰다.

 

요나는 신을 거역한 자였지만, 그 대가는 고래에 삼켜지는 벌이었다. 고래의 배 안에서 요나는 3일 동안 회개하고, 3일이 지나고 뭍으로 나온다. 이제 그는 신의 명령에 순종하여 니느웨에 가서 예언의 말씀을 전한다. 결국 불복종으로 인해 요나에게 내려진 벌은, 요나의 진실하고 성실한 회개를 통하여 거두어졌다. 요나는 순종과 회개하여 다시 삶을 얻었고, 그 보상으로 최고의 기쁨을 얻는다. 왜냐하면 최고의 기쁨은 어떤 법률이나 주인도 인정하지 않고 오직 신을 주님으로 받들며 천국에만 충성을 바치는 애국자에게있기 때문이다.

 

이를 정리하면, 요나는 처음에는 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였으나 결국 신에게로 회귀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3.

반면에 에이해브는, 이름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신에게 대적하는 자이다. “신앙심은 없지만 신 같은 사람(god-like man, 122p)”이라는 표현은 그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에이해브는 신에게 복종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신앙심이 없다. 대신 그 자신이 신과 같은 인물이다. 다른 곳에서는 기독교 세계의 이방인이라고 그를 묘사하여(204p), 그가 기독교 세계에서 떠났으며, 따라서 기독교의 하나님과 대적하는 존재임을 더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런 면에서, 에이해브가 신실한 기독교도 스타벅과 죽기 직전까지 대립했던 것은 필연이었다.

 

에이해브가 그토록 죽이려는 모비 딕역시 여러 상징으로 점철된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존재이다. 에이해브는 이전 항해에서 모비 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어버렸지만, 모비 딕을 향한 그의 복수심은 단순히 다리를 잃어버린 데서 오지 않았다. 그는 이전부터 모비 딕에 대해 복수심을 품었던 것이다. 41모비 딕에는 그의 복수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사람을 가장 미치게 하고 괴롭히는 모든 것, 가라앉은 앙금을 휘젓는 모든 것, 악의를 내포하고 있는 모든 진실, 체력을 떨어뜨리고 뇌를 굳게 하는 모든 것, 생명과 사상에 작용하는 모든 악마성-이 모든 악이 미쳐버린 에이해브에게는 모비 딕이라는 형태로 가시화되었고, 그리하여 실제로 공격할 수 있는 상대가 되었다. 에이해브는 아담 이후 모든 인류가 느낀 분노와 증오의 총량을 그 고래의 하얀 혹 위에 쌓아 올려, 마치 자기의 가슴이 대포라고 되는 것처럼 마음속에서 뜨거워진 포탄을 그곳에다 겨누고 폭발시켰던 것이다.” (242p)

에이해브의 분노와 복수의 감정아담 이후 모든 인류가 느낀 분노와 증오가 담긴 감정이다. 이 복수는 일단 모비 딕을 향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신을 향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왜냐하면 같은 곳에서 모비 딕을 욥의 고래”(리바이어던)라고 부르는데, 이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에이해브는 신이 창조한 작품을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신실한 기독교도 스타벅이 에이해브의 목적을 하늘을 모독하는 그의 목적이라고 탄식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223p). 이렇게 보면, 에이해브의 항해는 신 혹은 절대자로부터 벗어나려는 한 인간 실존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 점에서는 요나와 같지만, 결국 그는 끝까지 신에게 회개하지 않고 죽음을 택했다.

 

맑은 정령이여, (중략) 나는 그대의 불가사의한 위력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힘이 나를 무조건 지배하려 들면, 나는 지진 같은 내 생명이 끝날 때까지 저항하겠다.” (602p)

그는 절대적인 힘의 지배를 극구 거부한다.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에게 달려간다. 나는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우겠다. 지옥 한복판에서 너를 찔러 죽이고, 증오를 위해 내 마지막 입김을 너에게 뱉어주마.” (681p)

 

유언과도 같은 이 에이헤브의 마지막 말에서는, 자신의 실존을 위협하는 절대적 존재에 겁먹지 않고 오히려 죽어서까지도 그와 대결하려는 비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요나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에게는 요나와 같은 기쁨은 약속되지 않는다. 이를 알았음에도 에이해브 선장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불가사의한 존재와 대결하였고, 이때 삶의 절정에 이르렀다. 역설적이게도, 삶의 절정에서 그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4.

모비딕을 읽으면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장벽이, 바로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서술되는 고래에 관한 묘사이다. 고래의 모습, 먹이, 생태 등등. 이것만 읽어도 고래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정도이다. 에이해브와 피쿼드호의 항해 이야기만 읽고 싶다면, 이 고래에 대한 박물지적 서술은 건너 뛰어도 읽는 데 별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왜 멜빌이 이렇게까지 고래를 자세하게 설명했는지는 생각해볼 만한 문제이다. 어쩌면, 이것이 허먼 멜빌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것일 수 있다. 멜빌은 모비딕에서 진리는 육지가 아니라 바다에만 있다는 주장을 피력한다(참고 제23장 바람이 불어가는 쪽 해안). 고래는 이 진리의 바다를 누비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고래 종, 특히 향유고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고래를 연구한다는 것은, 바다의 비밀을 더 많이 더 잘 알고 있는 존재를 연구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진리에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멜빌의 생각이지 않았을까.



5.

개인적으로, 에이해브의 작살을 제작하는 장면은 꼭 <일리아스>에서 헤파이스토스가 아킬레우스의 방패를 만드는 장면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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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2-16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성경을 읽기 시작한 계기가 소설을 읽을 때 배경지식을 늘리기 위함이었거든요. 김민우 님의 이 서평이 바로 그것을 증명하네요. 성경을 알고 읽는다면 모비딕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깊어지고 또 달라질 것 같아요. 이 소설 좋다는 말 많이 들어서 이미 사두고 있긴한데 저는 아직 성경을 완독하지 못했으니 다음으로 미루는게 나을까요? 고민됩니다.

Redman 2021-02-16 10:38   좋아요 0 | URL
아 저는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비딕에서 나오는 성경 모티프는 역자 해설이나 각주에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성경을 먼저 읽고 싶다면, 열왕기는 읽는 게 좋을 듯합니다. 거기에 아합과 그 유명한 엘리야가 나오거든요

성경 완독운 정말 힘든데, 계속 도전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세요!! ㅎㅎ 다락방님의 완독을 응원합니다!

페넬로페 2021-02-16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헤브의 광기를 민우님의 글로 잘 이해했습니다. 모비딕이라는 소설에 워낙 많은 의미가 담겨있어 꼭 재독하고 싶은 책입니다. 고래에 대한 서술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싶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Redman 2021-02-16 10: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정말 다시 읽어서 더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scott 2021-02-16 1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성경도 읽고 모비딕도 읽었는데 민우님 글 읽고나니
모든게 새롭게 느껴짐 ^ㅎ^

Redman 2021-02-16 10:39   좋아요 1 | URL
저도 다시 읽으먼 또 새로울 것 같아요 ㅋㅋ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침략 경인한일관계 연구총서 15
기타지마 만지 지음, 김유성 옮김 / 경인문화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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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타지마 만지, 김유성·이민웅 옮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 경인문화사, 2008

다카기 히로시 저, 정두희·이경순 엮음, 근대 일본의 히데요시 영웅 만들기, 임진왜란, 동아시아 삼국전쟁, 휴머니스트, 2007


 

이 책은 임진왜란사 연구의 권위자인 기타지마 만지가 쓴 임진왜란 통사이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임진왜란 전 과정을 상세하게 잘 정리하였다. 일본 측 사정도 서술된 것이 장점이다. 임진왜란 통사 책을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 전쟁 발발 전 조선은 동서분당으로 제대로 방비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각주에도 나오듯이 식민사관 당파성론으로 보이니, 이 부분은 세심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책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일본이 전쟁을 어떻게 합리화하는지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임진왜란은 논란의 여지 없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침략전쟁이다. 그는 1585년 간파쿠에 취임한 직후부터 명 정복의 구상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히데요시는 전쟁에 앞서 태양의 아들신화를 창조해낸다. 그는 전국시대 당시 천하통일은 천명이라는 논리를 통해 자신의 전국 통일 행위를 정당화했다. ‘천명에 의해 정복 전쟁을 마무리하고 난 뒤, 그는 조선과 류큐를 포함하여 명나라와 루손(필리핀), 천축까지 복속시키는 계획을 구상한다. 이렇게 동아시아를 정복하여 중국에 새로운 정복왕조를 수립하고자 했던 그에게는 천명논리를 강화한 태양의 아들이라는 신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태양의 아들에 의한 동아시아 정복 구상은, 전쟁이 진행될수록 심화되어 임진강 전투 이후로 일본군 속에서 신국의식이 고양되기 시작했다. 임진강 전투를 묘사한 기록에서, 이 전투는 과거 한반도 남부를 점령했다는 진구 황후의 전설과 오버랩되었던 것이다. 진구 황후의 정벌과 임진왜란을 겹쳐보는 인식은 무사와 승려는 물론이고,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 안에까지 침투해있었다. 히데요시 역시도 진구 황후 전설을 의식한 듯이, 임진왜란이 발발한 직후에 진구 황후의 사당에 참배했었다. 과거의 전설이 현재의 태양의 아들신화와 절묘하게 결합됨으로써, 전쟁의 명분은 이제 토착 신앙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그리하여 조선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되고 히데요시의 정복 전쟁은 종교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었다.


 

명나라의 참전으로 더욱 확대된 전쟁 양상은 히데요시가 사망하면서, 조선과 일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말로, 애매하게 끝이 났다. 그리고 이것이 이후에 조선과 일본의 상이한 전쟁 기억을 낳은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히데요시는 사후 그가 묻힌 곳에 도요쿠니샤(豊国社)가 창건되고, 에도 시대 동안 그에 대한 숭경(崇敬)이 계속되었다. 이와 동시에 에도 시대에 진구 황후 전설과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은, 국학자들에 의해 일본주의적으로 추앙되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볼 수 있다.


 

야마가 소코아라는 유학자는 진구 황후의 삼한정벌이래 조선은 일본의 속국이라며, 히데요시의 조선정벌은 일본의 무위를 이역 땅에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아이자와 세이시사이는 진구 황후와 히데요시의 조선 정벌을 바탕으로 국가의식을 고양시켰다. 막말 대표적인 존왕양이 지사 요시다 쇼인도 히데요시의 조선 정벌이 실패한 것을 아쉬워해, 히데요시를 높이 샀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전쟁 인식은 조선 멸시관으로 표출되는데, 여기서 조선은 다시 정벌되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토착 신앙과 결합한 진구 황후의 전설과 히데요시의 정벌에 대한 기억이 이들의 정벌 논리를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이러한 역사관이 메이지 유신 이후까지 이어져, 에도시대 일본의 도요토미 인식은 근대의 정한론을 합리화하도록 했고, 조선 식민지화의 이데올로기적인 지주가 되어갔다.


 

다카기 히로시에 따르면, 제국 일본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은 “20세기 제국시대의 해외웅비(海外雄飛)’ 이미지와 오버랩되어, 그 자신은 외정의 군대를 일으켜 국위를 해외에 떨친 호걸로 묘사되기에 이르렀고, 이 역사관을 식민지 조선의 아이들이 배우게 하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과 관련한 문화유산은 식민지 조선의 통치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으며 정비되었다.”


 

20세기에 히데요시가 남긴 망령은 다시금 침략의 논리로 부활하였다. 그의 구상은 조선부터 천축까지 아시아 전역을 지배하는 것이었다. 이때 천축은 동남아시아를 가리킨 것으로 보이므로, 히데요시는 조선, 중국과 함께 동남아시아를 정복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이 구상이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이름으로 실현됐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역사의 반복이다.


 

20세기 제국 일본이 조선 침략 정당화 논리로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것은, 현대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떠올리게 한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의 A급 전범들과 전쟁 중 사망한 황군들을 위령하고 있다. 미키 다케오, 나카소네 야스히로, 미야자와 기이치, 하시모토 이치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자민당 의원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했었고, 일본의 최고재판소는 아베 신조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합헌이라고 판정했다. 일본의 극우들은 야스쿠니 신사에 있는 전범들에 대해 그들은 전범이 아니다’, ‘그들에게 참배하지 않은 일본 내각은 일본인이 아니다등의 막말을 내뱉는다.


 

극우파들의 왜곡된 역사 인식은, 전후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던 일본의 전쟁 책임에서 발생했을 것이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본의 법조계에 의해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합헌으로 승인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킨 최종 장본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내셔널리즘의 세례를 받아 제국주의 침략의 정당화 논리로 이용되었듯이, 전범들을 추앙하고 식민지 지배와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가리는 논리와 역사 인식이 훗날 긍정적인 유산으로 남거나 긍정적으로 이용되지 않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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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11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민우님! 즐겁고 행복한 설명절되십시요!ㅎ

Redman 2021-02-11 09:57   좋아요 0 | URL
막시무스님도 즐거운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1-02-11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1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1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1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千년의 우리소설 3
박희병.정길수 편역 / 돌베개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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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의 소용돌이>'최척전', '김영철전', '강로전', '정생기우기' 등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시기를 배경으로 삼은 문학을 수록하였다. 한국 고전 문학을 전문으로 연구한 분의 신뢰할만한 번역본으로 이 책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프랑스 문화사 연구자 로버트 단턴은 <고양이 대학살> 1'농부들은 이야기한다'에서 설화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 설화란 자체적으로 기록을 남길 수 없던 일반인들이 남긴 사료라는 것이다. 빨간 망토, 푸른 수염, 헨젤과 그레텔 같은 이야기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마다 조금씩 버전이 다르고, 시대마다 또 내용이 달라진다. 단턴은 이를 통해 당대 사람들의 의식 구조와 설화 속에 담긴 일반 민중들의 욕구를 추적한다. 설화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 사람들의 의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이다.

 

나는 한국의 고전 소설이 서양에서 설화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란기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희미하게나마 보여줄 수 있는 전쟁 문학을 수록한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를 읽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집중하고픈 작품은 첫 번째 수록작인 <최척전>이다.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최척과 옥영은 부부였다. 그런데 임진왜란을 겪으며 옥영은 일본 상인에 의해 끌려가고, 최척은 의병으로 활동하다가 아내가 끌려간 것을 알고 명나라 장수를 따라 상인이 된다. 그러다 둘은 베트남에서 극적으로 상봉하게 된다. 하지만 최척은 다시 전쟁터로 끌려가게 되고, 거기서 전쟁 중에 죽은 줄 알았던 첫째 아들 몽석을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그 둘은 우여곡절 끝에 조선의 본가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고, 중국에 남아있던 옥영도 아들 내외와 함께 배를 타고 조선으로 돌아간다. 중간에 해적을 만나 위험에 처했지만, 조선인 배의 도움으로 무사히 조선까지 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온 가족이 몇 십 년만에 하나로 다시 뭉치게 되었고,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최척전>은 중요한 장면은 모두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다. 전쟁 중 생이별을 겪었던 옥영과 최척이 상인이 되어 베트남에서 만나게 된 것도, 몽석과 최척이 다시 만나서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 것, 옥영이 배를 타고 조선으로 오다가 조선인 배를 만난 것도, 모두 우연의 연속이다.

 

길지도 않은 이야기에 이렇게 우연적 요소가 많이 들어간 것은 한국 고전 소설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척전>의 경우, 이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 이야기는 우연이 아니면 성립될 수가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최척전>1621년에 조위한 지은 것으로 나온다. 이때는 임진왜란이 끝나고 약 20년이 지난 뒤였다. <최척전>은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였던 것이고, 그만큼 이 작품의 이야기는 호소력을 지녔을 것이다.

 

박양자 수녀의 <일본 키리시탄 순교사와 조선인>(순교의맥) 같은 책을 읽으면, 많은 조선인이 일본에 납치되어 노예가 된 경우가 많았고, 이들이 가톨릭을 많이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본의 승려 케이넨의 기록에서도, 조선인 노예 매매가 자주 발생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옥영처럼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이 많았고, 그만큼 가족의 생사도 모르는 채 살게 된 사람들도 많았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 베트남, 일본, 류큐를 종횡무진하는 공간적 배경도 당대 사람들에게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 이 소설을 읽었거나, 귀로 들었을 사람들에게 <최척전>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들, 혹은 자신들 주변 사람의 이야기였을 수 있다.

 

최척과 옥영 가족의 헤어짐은 지극히 현실적이었지만, 재회는 지극히 우연적이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래서 더욱 이 이야기는 비극적이다. 운이라도 없었으면 이들 가족은 절대로 다시 만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리고 <최척전>의 결말과 달리, 당대 많은 가족이 전쟁 중에 헤어져 영영 생이별하게 되었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척전>의 비현실적일 정도로 우연에 의존하는 전개와 결말은, 역사적 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소설 속에서나마 헤어진 가족들과 다시 만나고픈 간절한 심정 말이다.

 

그 뒤로 최척과 옥영은 위로 부모님을 봉양하고 아래로 아들과 며느리를 거느리며 남원 서문 밖의 옛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최척전>의 결말은 당시 조선에서 생각하던 이상적인 가족의 회복을 묘사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부분에서 당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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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대단한 건 아니지만, 나름 제 독서 원칙이 있다면

입문서나 해설서 대신에 고전을 원전 그대로 직접 읽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되든 안 되든 일단 직접 고전 원전에 들이박습니다. 

그렇지만 '되든 안 되든'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기 마련이죠.

특히, 기껏 어려운 책 읽었지만 머리에 남는 것이 없으면 속상하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는 역시 해설서가 도움이 되긴 합니다. 


여기서는 저도 고전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아직 한참 부족한 독서 내공이지만, 고전과 그 고전을 읽으며 매우 도움을 받았던 해설서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해설서들은, 정말 딱 한 책만 집중적으로 다루고, 그 내용과 구조를 상세히 다룹니다. 그래서 저 혼자만으로는 몰랐던 정보도 알 수 있어 매우 유용합니다.


그렇지만 해설서부터 읽기보다는 직접 원전을 읽을 것, 읽으면서 도저히 이해가 안 갈 때 참고자료처럼 이용해 주었으면 합니다. 1차적으로는 원전을, 그리고 부가적으로 이 책들을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남의 눈을 통해서 읽는 것보다는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게 더 낫기 때문이죠


1. 강유원 <고전강의> 시리즈

고전 강독 강의로 매우 유명한 강유원 박사님의 강의록을 책으로 엮은 <고전강의> 시리즈입니다. 


강의니 만큼, 여러 책을 다룹니다만, 원전을 직접 인용하고, 또 책의 주제의식과 당시 시대적 배경, 구조 등을 매우 충실하고 밀도 있게 분석하여 강독하셔 어떤 책을 읽을 때, 강유원 박사의 <고전 강의> 시리즈가 기둥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2. 호메로스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서양고전하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고전입니다.


강대진 선생님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읽기>와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읽기>는 제목처럼,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한 권 한 권 충실하게 설명하고, 해설해줍니다. 본인이 직접 밝히듯, 여러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호메로스의 원전을 동시에 읽으며, 강대진 선생의 책을 참고로 하면 산만한 글도 별 단점이 되지 않습니다. e-book도 있는데, e-book의 표지와 제목은 구판의 것입니다. 강유원의 <인문고전강의>와 <문학고전강의>에서 호메로스 서사시를 읽습니다. 



3.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과 <신국론>








<고백록>도 매우 중요한 책입니다. 신앙에 관계없이. 국내에 여러 번역본이 있는데, 제가 추천하는 번역본은 위 4종입니다. 그중에 권위 있는 것은 성염 역본이나 선한용 역본입니다. 개신교인이시라면 선한용 역을, 가톨릭 분이시라면 성염 역을 추천합니다(가장 권위 있는 건 성염 역이지만)

<고백록> 해설서로는, 가토 신로 선생이 쓴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강의>가 좋습니다.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책입니다.

선한용 선생이 쓴 <고백록 해설>은 안 읽었지만, 같이 리스트에 올려놓습니다. 다만 둘다 고백록 전체가 아니라 가토 선생은 10권까지만, 선한용 선생은 9권까지만 다룬 것이 아쉽습니다. 


<신국론> 혹은 <하나님의 도성>은 최초의 역사철학서 혹은 역사신학서입니다. 


그만큼 서양철학사와 서양신학사에서 중요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읽어도 매우 적확한 통찰들이 많습니다.


 '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유명한 김회권 선생의 <하나님의 도성, 그 빛과 그림자>는 <신국론>을 읽을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김종흡 역본을 저본으로 전체 내용을 충실히 요약하고, 각 권마다 소결론을 붙여 한계와 의의를 덧붙입니다. 배경 정보도 잘 정리하여 <신국론>과 동시에 읽으면 좋을 것입니다.



4. 공자 <논어>

 <논어>는 정말 번역본이 많죠. 어디까지나 제 주관으로 읽어볼만한 번역을 추려보았습니다. 


이기동의 <논어강설>은 주희의 해석에만 매달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90년대 세계적인 중국사 연구가였죠. 리링은 고문헌학, 고고학, 고문자학에 정통한 학자라고 합니다. 배병삼의 논어 해석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각각 동양철학 연구자, 역사학자, 고문헌학자, 유교 정치사상 연구자의 번역입니다. 각자 특색이 있으니 어떤 것을 읽어도 무방하겠습니다. 


이토 진사이는 오규 소라이와 함께 에도 시대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자입니다. 그는 '仁'(사랑)을 바탕으로 공자 사상의 진의를 재해석하며, 주자학을 비판합니다. 참고할만한 해석이라 생각하여 같이 소개합니다.



5. 노자 <도덕경>

노자 역시 번역본이 셀 수 없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그중에서 읽어볼만한 번역은,

노자 철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왕필 주가 수록된 김학목 역과 임헌규 역, 이강수 역, 리링입니다. 


임현규 역은 왕필 주는 없지만, 죽간본 번역되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해제까지 충실하여 다른 해설서 대신에 이 책을 읽을 것을 추천합니다. 


리링의 <노자>도 참고하면 좋은 해설서라고 생각합니다. 



6. 후쿠자와 유키치 <문명론 개략>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 근대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명론 개략>은 메이지유신으로 국가 체제에 큰 변혁이 생기고, 문명화를 위해 나아가는 그 시점에 어떤 담론이 오갔는지를 알 수 있는 책입니다. 


19세기 후반이라는 전환의 시대에서 한 지식인이 어떤 문제의식을 가졌고, 어떤 해결책을 내놓았는지를 염두에 두며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사뿐만 아니라 이런 책도 읽어야 합니다. 


마루야마 마사오의 <문명론의 개략을 읽는다>는 가장 유명한 문명론 개략 해설서입니다. 고야스 노부쿠니의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 개략을 정밀하게 읽는다>는 마루야마와는 다른 관점에서 문명론 개략을 읽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둘 다 절판으로 구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대신 <학문의 권장>이라는 후쿠자와의 또다른 텍스트를 비교해서 읽으며, 그의 문명국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겠습니다.



7. 유길준 <서유견문>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 개략>과 대응되는 한국의 텍스트는 유길준의 <서유견문>입니다. 강화도조약과 서세동점이라는 조선이 처한 위기 상황에서 유길준이 구상한 문명론이 책의 내용입니다. 후쿠자와와 비교해서 읽어볼 책입니다.


해제도 잘 되어 있고 유길준의 서유견문 한 단락 나오면, 역자 장인성이 상세한 해설을 덧붙여 다른 책 없이 이 책만 있어도 꼼꼼하게 읽어도 될 듯합니다. 다만, 완역은 아닙니다.







8.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공산당선언>도 많은 중요한 텍스트입니다.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하는 번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어본 펭귄클래식 <Communist Manifesto>는 본문 분량과 맞먹는 해설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같이 추천해봅니다. 강유원 박사의 강독 강의를 엮은 것이 있습니다. 품절이긴 하지만, 아직 중고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9. 투퀴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대해서는 얼마 전에 서평도 썼습니다. 전쟁사, 정치사, 역사학 서술의 고전.


그러나 문체가 어렵기도 하고, 생소한 이름과 지명의 나열에 혼자서 읽기에는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국가 간에 서로 얽히고 설킨 그 복잡한 구도.. 


도널드 케이건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그러한 어려운 점을 보완해 줍니다. 동저자의 <투퀴디데스, 역사를 다시 쓰다>는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투퀴디데스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10. 존 밀턴 <실낙원>

 존 밀턴의 <실낙원>은 단언컨대 최고의 영미 서사시라고 생각합니다. 


창세기 1~3장은 시인만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신의 창조와 구원, 사탄의 유혹, 인간의 타락을 그린 서사시입니다. 조신권 역과 이창배 역이 평가가 좋습니다. 


C.S.루이스의 <실낙원 서문>은 매우 차근차근 실낙원을 읽을 때 필요한 요소들을 알려주고 해설합니다. 최재헌의 <다시 읽는 존 밀턴의 실낙원>도 좋은 참고자료입니다. 


참고로 이창배 역은 범우사판과 동서문화사판이 있는데, 범우사판이 동서문화사판의 오류 등을 바로잡고 낸 판본이라니, 범우사판을 읽을 것을 권합니다. 



11.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은 현대의 고전입니다. 


강유원 박사가 <장미의 이름>으로 강의한 책이 있는데, 그 책은 절판되었습니다. 대신 같은 글이 <책 읽기의 끝과 시작> 부록에 '아주 긴 서평'이라는 이름으로 수록되어 쉽게 구하여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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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05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고전의 소개도 감사한데, 적절한 해설서른 더 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즐거운 저녁되십시요!

Redman 2021-02-05 22: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은밤 되십쇼!!

김세희 2021-02-14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길준의 서유견문을 읽으려고 알아보던 중 이렇게 소중한 정보 접하게되어 감사드립니다!!

Redman 2021-02-14 21:21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 좋은 독서 되시기를

셀린느 2021-07-1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감사합니다
 
징비록 - 판본비교
류성룡 지음, 신태영 외 옮김 / 논형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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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이 징비록을 지은 이유는 잘 알려져 있듯이, 지난 일을 반성하여 후환을 조심하기 위해서이다. “전란의 시초임진왜란의 일을 기록하여 후대에는 두 번 다시 이러한 재난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절실한 마음으로 징비록을 쓴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독자는 과연 무엇을 징비(懲毖)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저절로 따라온다.

 

전쟁을 막지 못한 것과 관련하여 우선 임진왜란이 침략전쟁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전쟁이 일어난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에 있다. 임진왜란은 도요토미의 침략 의지가 만들어낸 전쟁이므로, 전쟁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비난의 대상은 일본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여야지, 이를 조선으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혹자는 일본 사절단을 갔다 온 김성일과 황윤길의 서로 다른 내용의 보고를 근거로, 동인과 서인이 당쟁에 빠져 전쟁 방비를 소홀히 한 것을 비판한다. 그러나 징비록을 조금만 주의 깊게 읽어도, 오늘날의 선입견과는 달리 조선이 아예 무방비 상태로 있던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몇 가지 기록을 추려보자.

 

우리 조정에서는 왜국의 침입을 근심하여 변방의 일에 능통한 재상을 뽑아서 삼남 지방을 순찰하고 방비토록 하였다. 김수를 경상 감사로, 이광을 전라 감사로, 그리고 윤선각을 충청감사로 삼아서 병장기를 준비하고 성과 해자를 수축케 하였다. 특히 경상도에 성을 많이 쌓게 하였으니, 이를테면 영천·청도·삼가·대구·성주·부산·동래·진주·안동·상주의 좌우 병영을 새로 쌓거나 고쳐 쌓았다.”

 

왜적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날로 급속하게 퍼지자, 임금님께서 비변사에 명하여 장수될 만한 재목을 각자 천거하도록 하였다. 내가 이순신을 천거하여 드디어 정읍 현감에서 등급을 뛰어넘어 수사(水使)로 임명되었다. 그러자 사람들 중에 더러 고속 승진을 의심하기도 하였다.”

 

첫 번째는 해자와 성을 새로 쌓거나 병영을 개선하여 적이 쳐들어올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전쟁에 대비한 인재 선발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 번째 인용문에 주목해보자. 전쟁의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조정에서는 능력 있는 인재들을 선발하였는데, 이때 류성룡의 추천으로 이순신은 고속 승진이 의심될 정도로 파격적인 승진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록을 보면 조선이 전쟁 준비를 소홀히 했다고는 보기 힘들겠다.

 

물론 나라가 태평한지 이미 오래되어 중앙과 지방이 모두 무사안일에 빠져 있었고, “군정의 근본인 장수를 뽑는 요령과 군사를 조직하고 훈련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백에 하나도 제대로 되지않았다는 류성룡의 비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쨌든 조선이 침략에 대비한 어떤 노력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시덕이 지적하듯이, 임진왜란 이전까지는 일본 같은 해양 세력은 항해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만한 대규모 공격을 할 수없었다. 그래서 조선에서도 바다보다는 육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 현명한 생존이었다.” (김시덕,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조선에서는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다 했을 때 왜구, 혹은 명종 대 을묘왜변 수준의 침공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당시 조선군은 질이 매우 낮았던 반면에, 일본군은 100년간의 전국시대 동안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었다. 게다가 그 수도 20여만 명에 이르는 대군이었다. 전쟁 초반에 조선이 압도적으로 무너진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적의 수준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임진왜란을 통해서 무엇을 반성하고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징비록에서 류성룡이 진단한 원인 분석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류성룡은 조선이 일본과 친교를 유지하지 못한 것, 그리고 그로 인하여 일본의 정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을 비판한다.

 

그는 신숙주의 유언을 인용하면서원하옵건대, 우리나라는 일본과 화평을 잃어서는 아니 되옵니다.”성종 대 이후로 일본과의 외교 관계가 신숙주의 유언처럼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반성한다. 성종은 신숙주의 말대로 사신을 보내 일본과 더 화목하게 지내려고했다. 그러나 대마도에 이르러 풍랑 때문에 사신들이 병이 생기자 원래 보낸 사신을 돌아오게 하고, “이로부터 다시는 사신을 보내지 않았고, 매번 그 나라에서 사신이 올 때마다 예를 갖추어 접대만 하였다.” 조선이 일본의 정보를 얻을 수 있던 통로는 일본에서 오는 사신이나 왜관뿐이었던 것이다.

 

잠시 한명기의 설명을 통해 당시 일본과 조선의 전사(前史)를 간략히 살펴보자. 조선은 왜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적 교섭, 군사적 대책, 삼포 왜관 등 경제적 반대급부를 주는 회유책을 구사하였다. 그런데 삼포 지역(현재의 부산, 창원, 울산)에서 일본인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자 조선 정부는 이들에 대한 통제와 억제 정책을 강화했고, 결국 삼포왜란과 사량진왜변을 겪으며 쇼군과 오우치씨, 쇼니씨 이외에는 접대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상업적 교류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조선과 일본의 사이는 1555년 을묘왜변이 일어나면서 더욱 악화되었고, 전국시대 통일 이후 대마도를 주요 대상으로 무역 등을 통해 일본을 회유, 교린하려 했던 조선의 시도는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한명기, 국제 관계와 전쟁, 조선시대사 1 국가와 세계, 푸른역사 참조)

 

대일관계가 악화되어 갔던 사이에 일본은 거의 100년에 걸친 전국시대를 끝내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최종적으로 일본을 통일하여 최고 지도자가 되었다. 그는 통일 직후부터 조선, 명을 경유하여 인도 정복을 구상하고 준비했던 듯한데, 문제는 조선은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도요토미가 철저히 입단속을 시킨 듯, “여러 섬의 왜인들이 해마다 우리나라를 왕래하면서도 그 엄한 영을 두려워하여 그 사실을 누설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선은 일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결국 일본이 착실히 전쟁을 준비하고 있던 와중에도 조선은 가만히 있었고, 준비도 면에서 큰 차이가 난 채로 전쟁이 발발했다. 이에 더해 앞서 언급한 압도적 무력의 군사들이 들어오면서 초반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임진왜란에서 조선의 대비 실패는 궁극적으로 외교적 실패가 가장 컸다고 할 수 있겠다. 조선의 정치인들은 국제 정세의 변화에 무심하였고, 그로 인하여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조차 몰랐다. 그 결과로, 조선은 7년 동안 혹독한 전란에 시달렸다. 류성룡의 징비(懲毖),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주변 국가의 정치적, 군사적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외교적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못했음에 대한 반성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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