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인상주의 : 경계를 넘어 빛을 발하다 - 19C 그림 여행 마로니에북스 아트 오딧세이 4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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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좋아하지만, 바쁜 삶에 쫓겨 전시회나 갤러리를 다니기 쉽지 않다.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보면 “ 야, 이 그림 진짜 좋은데.”하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있다. 그렇지만 그 그림의 재미를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카탈로그를 읽기 시작한다. 그러면 미술사나 미학을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미술서적은 다양한데, 특히 작가가 좋아하는 그림과 화가에 대해 에세이처럼 쓴 책이 있다. 이런 책은 딱딱하지 않고 전문적이지 않아 읽기도 쉬워 인문용으로 좋다. 하지만 읽다보면 미술에 대해 좀 더 알고자하는 욕구가 생긴다. 이 책은 그런 마음으로 잡게 된 책 중 하나다.

전에 “영국 인상주의” 전시에 갔었는데, ‘프랑스 인상주의와는 느낌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게 인상주의하면 프랑스밖에 없었다. 프랑스에 인상파가 등장했을 때, 다른 나라들은 어떤 그림이 유행했고,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해졌다.

마침 미술전문 출판사로 유명한 마로니에북스에서 내가 원하는 딱 그런 책이 나왔다. 바로 [마로니에북스 아트 오딧세이] 시리즈다. 난 그중 19C 편인 <경계를 넘어 빛을 발하다 - 낭만과 인상주의>를 읽었는데, 처음 봤을 때 미술계 백과사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페이지마다 그림이 한 개 이상이다. 각각의 그림에 대한 설명도 짧게나마 나와서 그림을 충분히 감상하면서 설명을 읽을 수 있다. 나만을 위한 도슨트와 전시회를 도는 느낌마저 든다. 게다가 화가별, 지역별, 키워드별(사조별)로 섹션이 나눠져 있어, 필요하거나 궁금한 부분만 찾아 읽으면 된다. 가령, 쿠르베를 읽다가 ‘자연주의’와 ‘사실주의’가 나오면 그 부분을 찾아서 보고, 다시 돌아와 쿠르베 부분을 읽는다. 사전처럼 말이다.

특히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지역별로 미술사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은 시대순이나 사조별로 되어 있는데, 이 책은 주요한 미술운동이 일어난 도시나 지역을 소개해 미술사를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고흐의 저 유명한 그림의 주인공인 가셰박사가 세잔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줬다. 화가들이 여행을 하며 영감을 얻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짧고 핵심적인 설명으로 이루어진 보기 편한 책으로, 19세기 미술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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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을 길들이다 과학과 사회 10
베르나르 칼비노 지음, 이효숙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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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을 길들이다>는 현대 의학의 목표가 통증 제거라고 선언하는 책이다. 사실 그동안 의료계에서 통증은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최근에야 통증은 인식되었다. 제거의 대상으로 말이다. 이 책에는 프랑스 의료계의 최신 경향이 담겨 있기도 하다.(진취적인 의대생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통증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 책은 의사,  과학자, 간호사, 문학가, 종교인, 철학자의 글들을 모았다. 이들은 각각의 관점에서 통증을 고찰한다. 

1부의 내용은 의학 전공자들이 볼만한 내용이다. 그렇지만 일반인들도 관심 있게 볼 수 있다. 의학 전문 용어가 나오는 부분을 술렁술렁(대충) 넘기다 보면, 흥미로운 내용도 나온다. 이를테면, 태아에게도 통증과 고통이 있는지 살펴보는 부분이 그렇다.  사실 태아에게 통증이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새로운 문제제기로 다가왔다. 

이 책은 태아가 자극을 지각한다고 설명한다. 임신 20주부터 태아는 자극의 지각에 필요한 모든 기관들, 즉 통증 감각을 통합하기 위한 수용체들, 통증 메시지 전달 경로, 피질 구조들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한다. 책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이는 의료 윤리 문제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즉 의료 시술시 태아의 통증을 고려하게 만든다.

이 책은 통증의 소통 문제에 대해서도 다룬다. 특히 장애를 지닌 사람의 경우에 말이다. 고통스럽다는 것은 고독한 감각이다. 내가 고통스러운지 여부나 고통스럽다는 사실은 나만 알 수 있다.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나만이 안다. 그래서 고통은 나를 고립시킨다. 

기존에 의료계는 환자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교, 통증에 대해 얘기할 때 그들이 드러내는 것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았다. 이 책은 이 점을 반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통증을 제거하는 첫번째 무기가 존중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의대에서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통증의 제거에 신경쓰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크다. 

최근 의료계에서 통증의 제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철학계로 방향을 돌려보면 다양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 통증은 인생을 밝혀주는 일종의 자극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또 바타이유의 말처럼, 인간은 죽음과 통증의 관조에서 언제나 만족감을 느껴왔다. 그래서 이 책도 통증에 대해 여러 가지로 설펴본다.

통증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기도 한다. 인간은 언제나 고통스런 상황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존재의 고통에 대해, 그 의미에 대해 묻기도 한다. 문제는 종교계가 의료를 거부하고 불필요하게 고통을 정당화시키는 논리를 발전시켜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고통은 문학에도 큰 영감을 준다. 문학은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고통을 증언하기 위해 언어를 창조해내기도 한다. 토마스 만은 <마의 산>에서 요양소에 있는 결핵 환자들의 통증을,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둔부 부상으로 인한 통증을 얘기하며, 헤밍웨이는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잘못 치료된 부상의 휴유증의 통증을 얘기한다. 이 책은 또 고통의 전달 불가능성이 문학의 도전 과제였음을 알게 해 준다.

여러 저자의 짧은 글을 모아 놓은 책으로, 고통이라는 소재로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한번쯤 읽으며 사고를 새롭게 해 본다면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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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 쇠망사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6
에드워드 기번 지음, 배은숙 옮김 / 두리미디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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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쇠망사>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의아했다. ‘흥망사’가 아니라 ‘쇠망사’라니! 즉 흥하고 발전하는 측면이 아니라 로마가 쇠락해 가는 과정에 관심을 둔 것이다. 서구사의 핵심이자 방대한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를 몰락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신선했다.  

그간 이름만 익히 들어 왔던 <로마제국쇠망사>를 이번 두리미디어의 다이제스트 판을 통해 처음 읽게 되었다.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이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인도 수상 네루,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등  세계의 역사를 움직였던 인물들의 애독서인 걸로도 유명한 <로마제국쇠망사>는 세기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나열에서 벗어나 작가의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쇠망사>는 기번의 방대한 6권짜리 <로마제국쇠망사>를 로마제국의 번영 이유, 로마제국의 쇠퇴 이유와 분열 과정, 비잔틴 제국의 역사, 비잔틴 제국의 몰락 5가지 시기로 정리하여 한권으로 묶었다. 원저의 단점인 장황한 설명과 주관적인 해설을 적절하게 편역 해설하고, 서로마제국에 비해 소홀히 다룬 비잔틴제국의 역사를 보완하였다. 또 중간중간에 원문을 인용하고 내용과 관련한 다양한 도판을 이용해 이해를 높였다.  

기번은 로마 제국이 쇠망한 이유를 무엇이라고 볼까? 그는 '인간의 범죄, 어리석은 행동, 불운'이 로마제국의 멸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탐구했다고 밝힌다. ‘우연’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할 수 있겠다. 그런데 범죄, 어리석은 행동, 우연이 로마 제국 멸망의 원인이다? 이런 기번의 주장은 무척 관념적 주장일 뿐 사실 역사적 서술은 아니다. 역사적 소재를 통해 자신의 철학적 주장을 하는 것이라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테다. 

그래도 <로마제국쇠망사>가 문명의 흥망성쇠를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보고 인간본성에 대해 동화책처럼 이야기 식으로 전하는 서술 방식은 어쨌든 획기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문명을 흥망성쇠하는 것으로 본 시각은 후일 스펭글러와 토인비 등에게도 영향을 준다. 

한편 <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쇠망사>는 단순한 내용 정리에 그치지 않았나 한다. 방대한 양을 요약하는 일만 했을 뿐, 저자의 날카로운 평설 같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쉬운 일이다. 그리고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삽화도 문제로 보인다.  

최근 믿음사에서 <로마쇠망사> 6권 모두 완역되었다. 6권이 부담인 독자에게 <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쇠망사>는 친절한 다이제스트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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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식 사고를 길러주는 영어표현사전
박정해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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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글리시는 널리 퍼져 있다. 어설프게 조금 아는 영어 단어 몇 개 가지고 영어 대화를 하려다 보니 생기는 일이리라. 이는 영어 대화를 강요하는 세상이기에 그렇기도 하겠다. 어쨌든 제대로 배우지 않고 어설픈 단어 몇 개로 ‘말이 되지도 않는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는 세상이다. 콩글리시가 워낙 널리 펴져 있다 보니, 주위에도 전염이 된다.

영어를 잘 모르는 나이기에 <영어 표현 사전>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무척 많은 예제를 담고 있다. 한국인들이 실수하는 콩글리시를 총망라했다고 할 수도 있을 같아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소개팅에 해당하는 영어는 blind date이며, 우리가 흔히 쓰는 meeting은 원래 업무나 사업에 관련된 모임이나 회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man to man이 ‘일대일’의 뜻이 아니라 ‘솔직한’, ‘직접적인’의 뜻이며, 일대일은 one to one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조심해야 할 콩글리시도 있었다. 우리는 보통 연인을 lover라고 하는데, 영어권에서 이는 연인이 아니라 성적 파트너일 때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정말 큰일 날 콩글리시다.

영어를 잘 알지 못하는 내가 봐도 해괴한 콩글리시들이 꽤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를테면, 짝사랑을 one-side love라는 하나 본데 정말 어설픈 조어 느낌이 팍팍 든다.

이 책은 단지 콩글리시의 잘못을 깨우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영어 단어들의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익히는 재미도 있다. 이를테면, appointment는 공식적인 약속을 의미하고, engagement는 공식적,비공식적인 약속에 사용할 수 있고, 더욱 구어적이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려면 plans(a plan과는 의미가 다르다)를 사용하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게는 되었지만, 자연스럽게 익혀 쓰려면 아직은 연습이 더 필요하리라.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팁을 통해 미국의 문화를 소개했다는 것이다. 문화를 알아야 언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에 참 좋은 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어 공부에 참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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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 - 외롭고 서툰 이들을 위한 치유성장 에세이
신현림 지음 / 예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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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쓸쓸한 가을의 초입에 들어섰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들고, 귀뚜라미 소리가 살갑다. 신현림 시인의 산문집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는 이러한 때에 마침 어울린 책인 듯하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영성 책을 읽은 듯이 영혼이 맑아지며 깨끗해지는 느낌이랄까.

책에는 인생을 아름답게 바꿔줄 41가지 사랑법이 담겨 있다. 창조적 여행 떠나기, 커플이 끝까지 함께하는 법 익히기, 순수하고 우직하게 사랑하기, 매일 춤추기, 이쁜 밥 해먹기, 바라는 거 없이 선물주기, 무조건 믿어주는 가족 되기, 인생을 축제로 만들기, 내 영혼에 대해 고뇌하기 등 살가운 방법들이 가득하다.

작가가 직접 느끼고 스스로 삶을 바꿔가면서 쓴 진심 어린 '사랑법'이라 가슴에 더 와 닿는다. 또한 그렇기에 책 속에는 좋은 말귀들이 무척 많다.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요즘, 만남마다 세심한 배려를 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성과 위주의 경쟁 제일주의 세상에서 지친 몸으로 남을 배려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책으로 마음을 깨끗이 씻고 나면 한결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주위를 돌아보고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이 책은 지친 삶을 토닥토닥 다독이며 위안을 준다. 실연의 상처를 입거나 애타게 사랑을 찾는 이에게도 좋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사진작가이기도 한 신현림 시인의 사진 에세이를 무척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기에, 이 책에는 사진이 많이 실려 있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그런 개인적인 아쉬움과는 관계없이 무척이나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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