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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 쇠망사 ㅣ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6
에드워드 기번 지음, 배은숙 옮김 / 두리미디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로마제국쇠망사>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의아했다. ‘흥망사’가 아니라 ‘쇠망사’라니! 즉 흥하고 발전하는 측면이 아니라 로마가 쇠락해 가는 과정에 관심을 둔 것이다. 서구사의 핵심이자 방대한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를 몰락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신선했다.
그간 이름만 익히 들어 왔던 <로마제국쇠망사>를 이번 두리미디어의 다이제스트 판을 통해 처음 읽게 되었다.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이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인도 수상 네루,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등 세계의 역사를 움직였던 인물들의 애독서인 걸로도 유명한 <로마제국쇠망사>는 세기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나열에서 벗어나 작가의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쇠망사>는 기번의 방대한 6권짜리 <로마제국쇠망사>를 로마제국의 번영 이유, 로마제국의 쇠퇴 이유와 분열 과정, 비잔틴 제국의 역사, 비잔틴 제국의 몰락 5가지 시기로 정리하여 한권으로 묶었다. 원저의 단점인 장황한 설명과 주관적인 해설을 적절하게 편역 해설하고, 서로마제국에 비해 소홀히 다룬 비잔틴제국의 역사를 보완하였다. 또 중간중간에 원문을 인용하고 내용과 관련한 다양한 도판을 이용해 이해를 높였다.
기번은 로마 제국이 쇠망한 이유를 무엇이라고 볼까? 그는 '인간의 범죄, 어리석은 행동, 불운'이 로마제국의 멸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탐구했다고 밝힌다. ‘우연’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할 수 있겠다. 그런데 범죄, 어리석은 행동, 우연이 로마 제국 멸망의 원인이다? 이런 기번의 주장은 무척 관념적 주장일 뿐 사실 역사적 서술은 아니다. 역사적 소재를 통해 자신의 철학적 주장을 하는 것이라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테다.
그래도 <로마제국쇠망사>가 문명의 흥망성쇠를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보고 인간본성에 대해 동화책처럼 이야기 식으로 전하는 서술 방식은 어쨌든 획기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문명을 흥망성쇠하는 것으로 본 시각은 후일 스펭글러와 토인비 등에게도 영향을 준다.
한편 <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쇠망사>는 단순한 내용 정리에 그치지 않았나 한다. 방대한 양을 요약하는 일만 했을 뿐, 저자의 날카로운 평설 같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쉬운 일이다. 그리고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삽화도 문제로 보인다.
최근 믿음사에서 <로마쇠망사> 6권 모두 완역되었다. 6권이 부담인 독자에게 <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쇠망사>는 친절한 다이제스트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