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데르트바서 - 다섯 개의 피부를 지닌 화가왕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피에르 레스타니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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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데르트바서는 무척 흥미로운 화가다. 그는 단순한 그림쟁이가 아니다. 그는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이 있고, 그것을 자신의 예술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의 작품보다도 그러한 태도가 더욱 흥미를 끌었다. 

그의 작품은 그의 재미난 철학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먼저 그의 철학에 대해 살짝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철학은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생생하게 펄떡이는 생선과 같은 힘이 있다. 마치 그의 작품처럼. 그의 철학은 어떤 엄밀한 개념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인문학적 통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직감적인 것이다. 그래서 삶에서 건져 올린 살아 있는 힘이 펄떡인다. 

그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5개의 피부가 있다. 제1의 피부는 자신의 생물적 피부다. 제2의 피부는 의복이다. 제3의 피부는 주거공간을 말한다. 제4의 피부는 사회적 환경이다. 이를테면, 가정과 국가가 이에 해당한다. 제5의 피부는 지구 생태계다. 그는 이러한 피부를 조화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를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 그의 작품이 있다. 

여기서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나온다. 자연과의 조화, 핵에너지 반대, 자연과 인류를 존중하는 건축, 일상의 실존 속에서 매순간 행동하는 것 등이다. 그는 자연주의 시각을 설파하기 위해 나체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당시의 사진도 있다. 그는 늙은 남자가 벗은 모습을 사람들이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다행히도 젊은 여자 두 명과 함께 벗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것이 그의 철학을 설파하기에 아주 적당한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그는 자연과의 조화 속에 머무르고자 한다면, 타고난 권리를 습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자신이 사는 집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연과 조화롭게 만들 권리가 있다고 한다. 그는 이를 위해 직접 집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무척 흥미롭다.

훈데르트바서는 직선을 혐오한다. 직선에는 전체주의 질서의 폭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부드러운 곡선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는 합리주의, 기능주의 건축을 싫어한다. 직선을 싫어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럼 기존의 건축 환경에 대항하는 그의 무기는 무엇인가? 그가 합리주의 건축을 '부패'시킬 무기가 바로 곡선이다. 그리고 더욱 적극적인 무기는 '곰팡이'다. 그가 합리주의 건축을 부패시킬 곰팡이라고 부르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나무'다. 그는 인간과 나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축을 지향한다. 

그는 나무가 공기와 물을 정화함으로써 '집세'를 냈으니, 당연히 집에 들어가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어쨌든 그는 자연의 생체 순환이 살아 있는 건축을 구상한다. 

제3의 피부에 있어서, 그의 첫 작품은 오스트리아 빈의 훈데르트바서하우스다. 시와 지역 의원들이 그의 유토피아를 현실화할 기회를 제공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인간이 오늘날 주택에서 전혀 편하지 않다고 보았다. 자연과 격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편안해지기 위한 조취를 취한 것이다. 

훈데르트바서하우스는 공동주택인데, 저마다 색깔이 다르고, 창문 모양도 다르다. 마치 퍼즐 조각들을 끼워맞춰 놓은 듯한 느낌이다. 복도도 고르지 않은 바닥이고, 벽도 울퉁불퉁하다. 이 집은 사람들을 바둑판 시스템과 조립식 주택의 노예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훈데르트바서하우스는 커다란 호응을 얻었고, 지금도 수요가 넘친다고 한다. 또 포스트모던 빈의 랜드마크가 되었고, 관광객들이 몰려 드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여러 건물을 지었는데, 모두 흥미롭기 그지없다. 그는 건축에 삐뚤빼뚤하게 배치한 창문들, 공간에 통합된 나무들, 물결 모양의 선, 색채의 혼합, 양파 모양의 돔, 바로크식 열주 등을 사용했다. 그가 지은 건물은 인간이 편안하게 사는 공간이 어떠해야 하는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글에서는 제3의 피부에 대해 집중해서 글을 썼는데, 제2의 피부에 대한 그의 업적도 무척 흥미롭다. 그는 오트쿠튀르로 상징되는 패션 폭정에 저항한다. 옷차림에 있어서, 그의 가장 매력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는 옷을 완전히 뒤집어서 입는 것이다. 그는 직접 옷을 디자인해서 입었으며, '보그'지 모델로도 나왔다.

'직선 바이러스'에 대항해 맞서 싸우는 전사, 편안한 피부를 지니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예술가 훈데르트바서를 알게 된 것은 큰 행운이다. 그 행운을 많은 사람과 나누게 된다면 더욱 큰 기쁨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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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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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에서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 6번째 작품이 <나사의 회전>이다. 미국작가인 헨리 제임스에 의해 1898년에 쓰여진 책으로, 헨리 제임스는 ‘심리적 리얼리즘 문학’에 있어 주요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소설 속 ‘나’는 젊고 잘 생긴 독신남 고용주에 의해 시골저택으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가정교사가 되어 고용주의 두 조카들 돌보기 위해다. ‘나’는 스무살로 집에서 나와 일찍 독립하고 싶어 가정교사를 선택했다. 시골저택에서 만난 두 아이들은 너무 착하고 예쁘고 천사처럼 아름답다. 그곳을 관리하는 그로스 부인과도 금새 친해져서 별 문제없이 평화로운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시골저택에서 ‘나’는 유령을 목격하게 되면서 평화와 안정은 깨지고 만다. 곧 ‘나’는 유령들이 아이들을 지배하길 원하는 사악한 유령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유령들과 맞서기로 결심한다.

<나사의 회전>은 중심 줄거리만 보면 당시 유행하던 유령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유령 이야기를 빙자한 심리소설이라는 걸 읽으면 금방 알게 된다. 1인칭 시점으로 철저히 가정교사 ‘나’에 의해 서술된다. 그래서 이야기는 극히 주관적이다. 또한 유령을 봤다는 사람도 가정교사 한사람뿐이다. 아이들이 유령과 대화하고 있다고 가정교사는 주장하지만, 소설 어디에도 그런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유령이 실제 존재하는가? 모든게 가정교사의 착각이자 환각인가?

소설은 말미에서조차 시원하게 결론 내리지 않는다. 제목 <나사의 회전> 뜻처럼 말이다. 나사를 돌리면 회전하지만 어느 쪽을 돌리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나사가 빠지거나 나사가 꽉 들어가느냐 말이다. 소설은 어느쪽을 주장하는 모두 맞을 수 있고 틀릴 수 있다. 혹은 둘 다 옳을 수 있다.

이는 소설 읽는 재미를 더했는데, 이것이 이 소설만의 특별한 매력을 만들고 있다. 계속 의문을 갖게 만들고,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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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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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늘날 자본주의를 편견 없이 제대로 보게 하는 미덕을 지닌 책이다. 장하준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 책은 그 책보다 더욱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 시장 자유주의자의 이데올로기를 벗고, 맑스주의 경제학의 시각도 벗고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게 만든다. 

우선 자유 시장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는 첫째 장부터가 신선했다. 애초에 시장에는 온갖 규제들이 있고 우리는 그 규제들을 당연하게 생각해 규제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를테면, 아동 노동 금지 같은 것이다. 장하준은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일단 자유 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들 간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어떤 면은 과장되고 어떤 면은 무시되고... 진실은 가려지기 일쑤다. 오늘날 경제의 모습은 무언가 알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오늘날 경제가 대체 어떤 모습인지 감이 잡히게 된다. 처음으로 무언가 제대로 이해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제학은 인간이 이기적이고 합리적라는 가정한다. 그래서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저절로 굴러가게 되어 있다고 한다. 경제학의 기본 전제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이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어째서 그런 가정을 하는지 이해가 도통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간단하고도 명쾌하게 경제가 실제로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경제학 교과서처럼 이기심 가득한 사람만 있다면 경제는 물론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장하준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경제 제대는 사람들이 이기심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인정은 하되 인간의 다른 본성들을 모두 활용하고 사람들이 최선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우리가 탈산업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 지적은 그간 성급했던 우리의 생각을 바로잡게 만든다. 탈산업화 현상처럼 보이는 것은, 제조업 부문의 급속한 생산성 향상에 따라 제조업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고용의 측면에서는 탈산업 사회를 사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생산의 관점에서는 제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런 설명은 경제 정책을 정할 때 매우 중요해 보인다. 특히나 개발도상국이 산업화 단계를 건너뛰고 탈산업화 단계로 곧바로 진입할 수 없다는 지적은 귀기울여 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내용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시간당 생산성을 따지면, 미국은 유럽보다 낮다고 설명한다. 노동 시간당 구매력을 따져보면, 노르웨이, 프랑스, 아일랜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네덜란드가 앞서고 미국은 그 뒤를 잇는다. 1인당 국민소득을 따져도, 미국보다 룩셈부르크, 스위스, 덴마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스웨덴이 더 높다. 대채로 복지국가의 생산성이 높았다.

미국이 이들 나라보다 더 화려해 보이는 것은 극심한 빈부격차 때문이다. 극도로 부유한 이들이 모인 것을 비추면 그곳이 가장 잘 살아보이는 것 아니겠는가.

그 외에도 우리는 언제나 계획 경제에서 살고 있었다는 설명이나, 애초에 교육은 경제 생산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설명 등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어떤 경제학자의 책보다도 오늘날 경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놀라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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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부활 - 중국과 아랍,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하는가?
벤 심펜도르퍼 지음, 홍순남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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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랍과 중국 경제의 최신 흐름을 알려 준다. 911 이후, 아랍 세계는 중국을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한다. 이유는 서구가 아랍 세계를 테러리즘의 온상이라며 경계했기 때문이다. 석유 자원을 지닌 아랍 세계는 자기들을 증오하고 경계하는 서구 대신 친절하게 예우하는 중국을 친구로 선택했다고 한다. 이로써 실크로드의 무역 회랑을 되살리는 역사의 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중국과 아랍 세계의 오랜 역사적 유산도 도움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다민족국가인 중국에는 이슬람 문화를 지닌 민족이 살고 있다. 이들은 아랍 세계를 중국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역사적 유산이다.

과거 실크로드로 연결된 무역 파트너였던 중국과 아랍. 중국의 경제 부흥이 아랍 세계의 경제 발전에 촉매가 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석유 수요는 아랍 경제를 위한 연료가 되고 중국 공장들은 두바이와 리야드의 쇼핑몰에서 팔려나갈 물건을 공급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이우를 보여준다. 이 책은 중국 이우를 방문해 이슬람 상인으로 넘쳐나는 장면을 전해 준다. 중국 정부는 이슬람 상인들을 위해 모스크를 건설해 주는 배려까지 해 준다. 이 책의 저자는 이우의 사례는 세계 경제 재편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아랍의 성장 동력은 석유만이 아니다. 아랍 정부들이 무역 장벽을 허물고 금융시장을 개방하는 등 금융과 관광의 허브로 변화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간 주목하지 않았던 아랍 세계의 경제를 다양하게 조명한다. 이로써 아랍 세계의 부상에 주목한다.

이 책이 보여 주는 중국과 아랍 경제의 큰 그림은 이렇다. 아랍 세계는 중국 공장들에 석유를 판매한다. 중국 공장에서는 이 석유로 상품을 생산하고, 이 상품들은 아랍 세계로 팔려나간다. 아랍 세계는 석유 수입을 중국에 투자한다. 이처럼 중국과 아랍의 경제적 밀착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슬람의 금기인 젊은 여성 노동력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이 책은 이 문제가 해결되면 아랍 세계도 중국처럼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임금이 싼 젊은 여성 노동력에 힘입어 경제적으로 크게 부상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나아가 아랍 세계에 적합한 경제성장 모델이 중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과 아랍의 경제 관계에 대한 최신 흐름을 읽을 수 있어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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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 세계명저 30선
시마조노 스스무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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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신론자다. 그리고 특정 신앙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종교 관련 책을 꽤 보는 편이다. 사실, 종교를 모르고서 사회, 문화, 역사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종교를 계속 알아보게 된다.

종교 쪽도 알고 보면 흥미로운 책들이 꽤 있다. 혹시나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기초적인 입문서부터 소개하고 싶다. 김나미의 <청소년을 위한 세계종교여행>, 아르눌프 지텔만의 <교양으로 읽는 세계의 종교>, 오강남의 <세계종교 둘러보기>다. 이 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재미난 책이 많지만, 여기서는 개론서만.

<종교학 세계명저 30선>은 더욱 깊어지는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좋았다. 이 책은 종교학 책만이 아니라 철학, 역사학, 심리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의 명저를 소개한다. 이 책은 반드시 종교를 초점에 두지 않은 책이더라도 종교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다룬다.

즉 이 책은 종교학의 명저 하면 떠오를 법한 슐라이어마허의 <종교론>, 엘리아데의 <종교사개론> 등만이 아니라, 흄의 <종교의 자연사>나 칸트의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도 철학 분야에서 종교 쪽의 명저를 찾는다면 충분히 넣을 수 있기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사회학, 문화인류학 쪽에서는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뒤르켐의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 심리학 쪽에서는 프로이트의 <토템과 터부>, 에릭슨의 <유아기와 사회>를 다룬다.

그 외에도 문화사의 명저 호위징아의 <호모 루덴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도 다룬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흐친의 <도스토옙스키 시학의 제문제>도 다룬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은 새로운 종교 이해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것이다. 처음 목차만 봤을 때는 의아한 책도 있었지만, 읽고 나면 저자의 말에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고전들을 통해 종교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를 시도하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견해들이 다투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나다.

이를테면, 칸트는 종교를 이성 위에 정립하려 하였다. 이른바 계몽주의 프로젝트가 만드는 이성 종교다. 그에 대한 반발로 낭만주의 진영의 슐라이어마허가 나온다. 그는 종교 세계의 직관과 감정, 개인적 체험을 살려낸다. 슐라이어마허의 사상은 20세기에도 이어져 오토의 『성스러움의 의미』까지 큰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런 개인적인 감정을 정당화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누구든 내 감정이 옳다고 우길 수 있지 않은가.

심리학 분야의 고전인 에릭슨의 <유아기와 사회>도 종교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에릭슨은 인간에게 정체성 위기의 순간이 여러 차례 있다고 주장한다. 유아기에는 어머니에 대한 신뢰/불신의 태도가 결정되는데, 이 단계의 경험이 종교의 신앙에 영향을 준다. 즉 신을 경외하고 따르는 것은 어머니와의 일체감과 신뢰를 반영한 것이다. 반면 신의 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죄를 보상하려고 하는 태도는 유아기 시절 어머니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하려는 시도가 된다.

이들 외에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저자는 호위징하의 <호모 루덴스>를 소개하며 놀이에서 성스러움의 관념이 생겨나는 것에 주목하기도 한다. 다채로운 내용들을 여기서 다 소개할 수는 없겠다.

이 책은 짧게나마 고수들의 사상을 보는 재미와 신선한 지적 자극으로 흥미로운 책이다.

덧붙여, 기존의 다른 책에 비해 이 책이 일본 사상가들을 꽤 소개한다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내게는 이 책이 아니라면 볼 수 없던 일본 종교 사상가들을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다. 특히 도미나가 나카모토의 <늙은이의 글>이 관심을 끌었다. 유교, 불교, 신교의 치우침에 대한 지적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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