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오늘날 자본주의를 편견 없이 제대로 보게 하는 미덕을 지닌 책이다. 장하준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 책은 그 책보다 더욱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 시장 자유주의자의 이데올로기를 벗고, 맑스주의 경제학의 시각도 벗고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게 만든다. 

우선 자유 시장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는 첫째 장부터가 신선했다. 애초에 시장에는 온갖 규제들이 있고 우리는 그 규제들을 당연하게 생각해 규제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를테면, 아동 노동 금지 같은 것이다. 장하준은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일단 자유 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들 간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어떤 면은 과장되고 어떤 면은 무시되고... 진실은 가려지기 일쑤다. 오늘날 경제의 모습은 무언가 알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오늘날 경제가 대체 어떤 모습인지 감이 잡히게 된다. 처음으로 무언가 제대로 이해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제학은 인간이 이기적이고 합리적라는 가정한다. 그래서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저절로 굴러가게 되어 있다고 한다. 경제학의 기본 전제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이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어째서 그런 가정을 하는지 이해가 도통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간단하고도 명쾌하게 경제가 실제로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경제학 교과서처럼 이기심 가득한 사람만 있다면 경제는 물론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장하준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경제 제대는 사람들이 이기심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인정은 하되 인간의 다른 본성들을 모두 활용하고 사람들이 최선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우리가 탈산업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 지적은 그간 성급했던 우리의 생각을 바로잡게 만든다. 탈산업화 현상처럼 보이는 것은, 제조업 부문의 급속한 생산성 향상에 따라 제조업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고용의 측면에서는 탈산업 사회를 사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생산의 관점에서는 제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런 설명은 경제 정책을 정할 때 매우 중요해 보인다. 특히나 개발도상국이 산업화 단계를 건너뛰고 탈산업화 단계로 곧바로 진입할 수 없다는 지적은 귀기울여 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내용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시간당 생산성을 따지면, 미국은 유럽보다 낮다고 설명한다. 노동 시간당 구매력을 따져보면, 노르웨이, 프랑스, 아일랜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네덜란드가 앞서고 미국은 그 뒤를 잇는다. 1인당 국민소득을 따져도, 미국보다 룩셈부르크, 스위스, 덴마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스웨덴이 더 높다. 대채로 복지국가의 생산성이 높았다.

미국이 이들 나라보다 더 화려해 보이는 것은 극심한 빈부격차 때문이다. 극도로 부유한 이들이 모인 것을 비추면 그곳이 가장 잘 살아보이는 것 아니겠는가.

그 외에도 우리는 언제나 계획 경제에서 살고 있었다는 설명이나, 애초에 교육은 경제 생산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설명 등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어떤 경제학자의 책보다도 오늘날 경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놀라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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