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멈출 수 없는 상상의 유혹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허정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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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은 문명의 시작과 함께 끊임없이 상상의 대상이 되어왔고, 또한 상상력의 원동력 자체였다." (서문에서)

 

놀랍도록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은 마치 인간의 본원적 특성이 상상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수많은 예술 작품과 각종 신화, 문학 작품은 물론이고, 고대의 과학 기술부터 최신 과학 기술까지, 그리고 플라톤의 <향연>, 동양 고전 <회남자>, <열자>, <포박자>, <황제내경> 등이 얼마나 상상을 담고 있는며 또 그것들이 상상에서 시작된 것인지 보여 준다.  

 

인간은 결핍의 존재다. 그래서 인간은 영원히 욕망한다. 상상력은 바로 욕망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몸을 주제로 상상력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살펴본다. 몸은 상상력의 통로이자 창고이며, 상상력의 원천이자 질료이기에 더욱 흥미로운 주제일 수밖에 없다.

 

우선, 예술이야 당연히 상상력의 최전선에 있다는 것을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수많은 예술 작품들 속에서 몸에 대한 상상력이 어떻게 펼쳐졌는지 살펴본다. 그러나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의 특별한 매력은 과학 기술이야말로 몸에 대한 상상력에서 나왔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 과학 기술은 수학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상상력과 관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과학 기술이야말로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인간이 욕망하고 상상하지 않았다면 많은 과학 기술, 기계 등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특히 최신 과학 기술을 이끌어낸 상상력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덕분에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최신 과학 기술도 상당히 접할 수 있다. 저자는 나아가 21세기는 더욱 적극적으로 상상력이 과학을 이끌 것이라고 주장한다.

 

1.

이 책이 분석하는 사례들을 살펴보자. 먼저 해부학. 이 책은 해부학이 몸 안을 보고싶은 욕망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안을 볼 수 없기에 숱한 상상력을 불러왔고, 그 욕망과 상상력은 결국 해부학으로 이어졌다. 동서양의 해부도를 보며 몸을 통해 우주를 상상하는 방식까지 살펴본다.

 

현미경을 통해 생명체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은 예술에도 영향을 주었다. 생명체의 미시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이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것이다. 예를 들면, 칸딘스키의 <관계>라는 작품은 미생물들을 연상시키는 형상을 추상적으로 그려놓았다.

 

달리의 경우도 흥미롭다. 달리는 DNA 이중 나선 구조에 관한 논문을 읽고서 <나비 풍경>이라는 작품을 그렸다. 그림에는 나비가 이끄는 방울다발이 등장하는데, 누가 봐도 DNA 이중 나선 구조임을 알 수 있다. 달리의 <나비 풍경>은 DNA로부터 생명의 욕망을 읽어내고 있다.

 

결국, 이 책은 과학자와 예술가가 자연과 생명현상의 보이지 않는 징후들을 상상하고 모험을 감행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며 협업을 해왔다고 정리한다.

 

2.

몸에 대한 상상력은 몸을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과 떨어질 수 없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몸을 벗어나 다른 몸을 상상해 왔다. 분신, 유체 이탈, 초상화, 가면, 아바타, 로봇 등이 그러한 욕망에서 나온 상상의 결과물이다.

 

신화는 언제나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반영한다. 이 책은 신화에서 몸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뽑아온다. 힌두교 신화에서 분신에 대한 상상력을 읽는다. <홍길동전>, <전우치전>, <서유기>에서도 분신에 대한 상상력을 읽어낸다. 때로 도교 수련법을 담은 <태을금화종지>에서 DNA 복제인간에 대한 상상력을 읽어내기도 하는데, 무척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로봇 또한 인간이 분신을 만들려는 상상력의 산물이며, 초상화는 인간의 영원한 삶에 대한 욕망의 투사물이며, 가면은 자신의 몸을 다른 몸으로 상상하는 원초적인 예라고 분석한다.

 

3.

인류의 모든 과학 기술은 욕망에서 출발해 상상력과 깊은 관련을 지니며 발달했다. 신화가 인간의 오랜 욕망과 상상력의 원형을 보여주듯이, 21세기 최첨단 과학 기술도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 오랜 기간 욕망의 대상이었던 것들이다. 유전공학 기술도 이미 신화 속에서 상상되었으며, 나노 기술에서 꿈꾸는 것들도 이미 연금술에서 실험되었다. 기계는 상상력의 세계와 무관하지 않다. 둘은 오히려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사이다.

 

특히나 오늘날에는 몸의 경계를 해체하는 수준까지 나아가고 있다. 인간은 이미 너무도 기계적인 존재이고, 기계는 이미 너무나 인간적이다. 몸에 대한 상상력이 로봇, 안드로이드, 사이보그에 이르는 것을 살펴보는 이 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먼저 초현실주의 미술 작품이 역사상 유래없는 몸에 대한 상상을 보여 주었다는 것에 주목한다. 달리의 그림에서는 경계로부터 자유로운 몸이 동물, 식물, 광물 등 낯선 것들과 혼합된다. 몸의 경계를 허물며 자연물과 콜라주된다. 초현실주의에서 몸은 모든 경계들이 뒤섞이고 융합되는 새로운 상상력의 장이다.

 

기계 또한 이질적인 것들의 이종교배적 상상력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사이보그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신체는, 인간의 뇌는 이미 기계와 하나가 되어 함께 움직인다. 예를 들면, 자전거를 타는 신체는 이미 사이보그다. 뇌는 자전거와 신체를 하나로 인식해 움직인다.

 

기계와 인간의 이종교배는 이미 시작되었다. 21세기는 그것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 책은 '포스트 휴먼'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선포한다. 그것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해제되는 시대다. 즉 핸드폰, 자동차, 컴퓨터가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다.

 

이 책은 고전을 풍부한 상상력이 담긴 텍스트로 새롭게 읽어내는 미덕도 보여 준다. 상상하는 인간의 출현을 선포하는 무척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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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인생을 바꾼다
사이토 가오루 지음, 이서연 옮김 / 디자인이음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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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인생을 바꾼다>는 패션 감각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패션에 대한 철학까지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정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보자. 저자는 정장은 사람 안에 숨어 있는 능력을 드러내는 옷이라고 본다. 특히 사무실이나 거리에서 보는 정장 차림은 그 사람이 유능한 여자인지 아닌지, 근사한 여자인지 아닌지를 분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고 한다. 아무리 몸매가 빼어나더라도 능력이 없으면 어울리지 않는 옷이 정장이란다. 그 정도로 까다로운 옷이 바로 정장이며, 정장에는 능력이 필수 조건이라고 한다. 정말 크게 공감 가는 말이다. 졸업식 때 입는 정장은 뭔가 어색하지 않던가. 사회경험이 있는 있어야 그럴듯하게 소화하는 옷이다.

 

옷에는 지적인 능력이 훤히 드러난다고도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지나치게 멋을 부리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한다. 외모에만 신경을 쓰는 한가한 여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생각 없는 여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여자는 모든 패션을 무의식적으로 돈으로 환산하려고 하지만, 남자는 패션을 통해서 여자의 내면을 분석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관련해서 하이힐에 대한 얘기도 흥미롭다. 만약 가느다란 힐로도 유능하게 보인다면 그야말로 고수라고 한다. 경력이 쌓일수록 가느다란 힐은 치장이 아니라 프로의 향기를 빚어낸다. 따라서 힐은 멋진 소품이라고 한다. 스타일은 옷이 아니라 소품에서 나온다는 조언도 새겨둘만 하다.

 

실제로 패션 감각을 키우는 조언도 쏠쏠하다. 저자는 거울을 충분히 활용하라고 한다. 거울 앞에서 그저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비교'를 하라고 한다. 전신거울 앞에서 2벌이나 3벌을 입어보면서 비교하라고 한다. 끊임없는 비교가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이끈다.

 

잡지의 스타일을 통째로 모방해 보라는 조언도 챙겨야 할 것 같다. 패션 잡지에서 추천하는 코디네이션을 그대로 모방하라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적다. 그대로 베껴도 사진 속 모델처럼 스타일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구하기 힘든 액서서리를 뺀다든가 힐의 폭을 넓힌다든가 적당히 타협하면 효과는 반으로 준다. 그러면 모방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사진과 같은 완성도를 목표로 똑같이 따라해 보라고 충고한다. 그러면 패션 감각이 몰라볼 정도로 달라질 것이라 한다.

 

가슴에 와 닿는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존재 자체가 이목을 끄는 사람은 아무리 평범한 옷을 입어도 돋보인다는 말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결국 옷이란 인격,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지 그것을 넘어서는 것은 아닌 것이다.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 조그마한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까지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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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재테크 - 결혼 준비부터 결혼 5년 차까지 돈 모으는 쏠쏠한 재미
류재운.허영미 지음 / 넥서스BIZ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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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가 좋은 책이다. 요즘 정말 많은 재테크 관련 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소설 형식을 빌어 갓 결혼할 신혼을 위한 맞춤 재테크 책은 처음인 거 같다.

 

주인공인 현명희와 최당찬은 곧 결혼을 앞둔 연인이다. 이들은 결혼식 준비부터 살집 마련까지 만만치 않은 비용과 복잡함에, 선배이자 재테크 여왕인 야무진과 그의 남편 오강철을 멘토로 삼아 돈 관리 방법을 밑바닥부터 배워간다. 이 책은 신혼부부인 주인공들을 통해 신혼 초 재테크 방법과 장기적인 관리까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목표를 잡아 내집마련, 노후대비, 안심예비인 보험, 자녀장래금, 투자와 긴급예비금을 위한 여섯 개의 주머니를 만들라고 한다. 돈을 모으는 이유와 방법까지 설명이 잘 나와 있다. 중간중간에 기본적인 보험정보와 펀드와 주식, 경매, 연말정산과 전기세까지 정말 깨알같은 재테크 상식과 정보들이 나온다. 결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꽤 도움이 될거 같다. 축의금 대신으로 선물할까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조금 답답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과거로 회귀하는거 같다. 60~70년대 허리띠를 졸라매며 아끼고 아꼈던 시절이다. 책에선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TV 시청을 자제하고 채널도 자주 돌리지 말며, 춥지만 집안에서 패딩을 입으며 견디라고 말한다. 3년후 최소 2억을 모아 20평 아파트로 이사하고 30년 동안 10억을 모으려면 아끼고 또 아껴야한다. 이것도 맞벌이를 해야만 가능한 이야기다. 아이를 낳으면 끝이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인생이 꼭 그 모습이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배신하고 돈을 얻는 꼴이다. 결국, 가치관, 인생 철학이 없는 것이 이 책의 큰 아쉬움이다. 삶의 의미까지 고려하는 재테크 책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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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 - 대중과 소통하는 '캠퍼스의 글쟁이들'을 만나다
박종현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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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학계에서 큰 성과를 이루고 이를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을 인터뷰한 모음집이다. 우석훈, 유홍준, 정민, 박노자, 이택광, 임지현, 주경철 등 60명의 학자들의 세계를 소개한다. <세계일보>에 2년 넘게 연재했던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 시리즈를 보강하여 묶은 것이라고 한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성과가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소개되어 있어 부담없이 술술 읽으며 학계의 담론 지형도를 파악할 수 있어 유익하다. 또 인터뷰해서 정리한 것이라 책으로 정제된 글보다 육성으로 들을 때 생기는 재미도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접하는 것도 재미다. 소비자학 전문가 김난도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은 불안감 속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자아를 찾는 소비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소비 성향에 대한 분석이다.

 

황상민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인의 정치 성향에 대한 분석을 보여준다. 한국인은 환상을 믿다가 자기 배신의 모순에 빠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박정희 지도력을 요청했던 게 환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참여와 소통을 요구한다.

 

고병권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현상에 대해 사회학적 분석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 10년은 대중이 추방된 기간이었다고 분석한다. 직장인이 노숙자가 되고, 졸업생이 백수가 되는 추방이었다고. 그리고 추방된 대중은 생존을 위해 권력과 자본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었다고 한다.

 

우석훈 교수의 분석도 흥미롭다.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차이가 전체에 기여하기도 힘든 곳이고, 전체가 차이에 기대하는 사회도 아니라고 분석한다. 인간에 대한 수준 높은 통찰을 보여 주기도 한다. 정진홍 교수는 "우리가 종교인이기를 그만두면 비로소 우리는 인간일 수 있는데, 우리는 그때 비로소 종교적인 인간이 된다"고 한다.

 

공통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많은 수의 학자들이 문과 이과 구분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과 이과 구분은 일본과 한국에만 있는 이상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한다. 그 외에도 <화랑세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점도 있다. 그간 <화랑세기>가 위서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성과를 알게 되면서 읽고 싶은 책들도 많아졌다. 소개하는 학자마다 책을 소개하는데, 다들 매력적인 학문 세계를 이루어서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간 책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재미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박'노자'의 이름이 '러시아의 아들'이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최재천 교수가 '통섭'이라는 말을 구상하게 된 과정도 흥미로웠다. 불교 용어에서 찾아낸 것이라고 한다.

 

학자의 삶 자체가 존경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학자도 꽤 있다. 젊은 감각을 지니고 대한민국 사회의 속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황상민, 대학 총장을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학문 세계는 재야 학자처럼 주류에 반기를 드는 이종욱 교수, 과학과 인문학의 접목으로 한국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김영식 교수, 과학의 눈으로 역사의 숨은 그림을 찾는 이종호 교수, 우리말을 사랑하는 그리스어 교수 유재원 등이다.

 

이 책은 학자들의 깊이 있는 학문 세계를 보여 주지는 않는다. 그건 분명 한계다. 그러나 60명이라는 양으로 대신한다. 깊이는 없어도 양이 모이면 나름 재미가 생긴다. 최근 학계의 전체적인 지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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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
김기수 지음 / 살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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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분석이 돋보이는 책이다. 저자의 적절한 지정학적 분석에 읽는 동안 흠뻑 빠져들었다. 또한 접하기 쉽지 않은 정보도 있어 중국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중국의 대외 정책, 경제, 지정학을 분석하며, 급성장하는 중국이 과연 미래에 미국과 같은 패권 국가가 될 것인지 살펴본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저자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는 한계가 있으며 군사력 열세로 패권 국가가 되지 못할 거라고 분석한다. 

이 책은 먼저 중국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중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분석한다. 사실, 중국의 외교 활동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는 점에서 이 책의 분석은 그간의 중국의 행동들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먼저 중국의 북한 정책. 중국에게 과연 북한은 무엇인가?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은 북한에게 원유와 식량을 원조하고 국제 무대에서 북한의 손을 들어주지만, 북한이 강해지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계산에 기초하여 북한을 다룬다고 분석한다.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북한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성장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장하지 못하게 막는다. 북중관계를 보면 중국의 인색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다만 북한이 자신의 완충지대로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즉 북한으로부터 전략적 이득을 취하는 수법을 쓴다. 그리고 남한에서는 경제적 실리를 얻을 뿐, 국제 정치에서 남한의 편을 들어 주지는 않는다.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중국의 대외 정책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은 중국이 주변국을 다루는 데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덩치가 커서 중국과 정면으로 경쟁할 수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일단 정면으로 맞서는 척하고 뒤로는 이이제이 정책을 구사한다. 소련과 인도가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덩치는 작으나 똑똑하고 끈질겨서 다루기 쉽지 않은 대상은 분리 지배 정책을 구사한다. 한국과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힘이 없는 국가는 무자비하게 점령하는 정책을 쓴다. 티베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 책은 중국의 대외 정책을 분석하면서 그간 접하기 쉽지 않았던 정보를 제공한다. 1969년 소련과 중국의 국경 분쟁, 1972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의 내막, 중소 갈등과 그 결과 중국의 반소동맹 형성 과정을 핵심적으로 알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또한 베트남 전쟁 이후 1979년 중국의 베트남 침공에 관한 내막과 결과도 알 수 있어 대단히 흥미롭다. 중국이 베트남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베트남의 경우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중국을 대해야 하는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중국 대외 정책의 한계도 날카롭게 분석한다. 북한으로부터 얻는 전략적 이득은 대가가 있는 것인데, 그것은 동아시아의 전체 전략 구도에서 손실을 감수해야만 하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렇게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 데 대단히 유용한 분석을 보여준다. 저자의 분석은 탁월해서 책을 읽다가 때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결국 저자는 중국이 군사력 열세와 대외 정책의 한계로 중국이 미국과 같은 패권 국가가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분석이다.
 
이제 이 책의 중국 경제 분석을 살펴보자.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는 끊임없는 기술의 진보다. 그러나 중국은 단지 값싼 노동력의 대규모 투입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 왔을 뿐이다. 그 방식은 곧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 어느 정도까지는 빠르게 경제 성장을 하다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도 선진 기술력을 따라잡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은 내수 시장이 적고 수출 중심 경제다. 70년대 한국과 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중국이 더 성장하려면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저자는 중국의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한 조건이 마련되기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사회가 평등해지고 분배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막대한 기득권을 가진 현 지배층이 양보할 리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많은 피를 흘리고서 사회가 민주화 되면서 분배가 이루어져 내수 시장이 커져 경제 성장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즉 더 높은 자본주의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식 권력 독점 체제를 버리고 자유주의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곧 한계에 부딫힐 것이다.  

알고 보면, 중국의 길은 사실 이전에 소련이 이미 경험한 것이기도 하다. 소련도 사회주의 동원 체제에서 한동한 그 누구보다고 더 빠르게 성장했다. 매우 놀라운 정도의 성장이었다. 그러나 곧 한계에 이르렀다. 중국의 방식은 한국이 박정희 시대에 사용한 방식이기도 하다. 

어쨌든 저자는 중국의 경제도 10년 이내 성장세가 수그러들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결코 미국을 넘어서 세계 1위의 경제력을 가질 수 없을 거라고 본다.
 
결국, 이 책은 중국의 패권국가화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폭발적인 경제 성장에 대한 경외감을 버리고 맨얼굴의 중국을 직시하게 한다. 홍보 문구에서 '중국에 관한 책은 많지만 정말 볼 책은 이 책 하나'라고 했는데, 그 말을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의 저자는 자유 시장주의자로 보이는데, 그것의 가치를 너무 쉽게도 높이 치는 것 같다. 자유 시장이 아니면, 경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주장에서는 보수주의적 가치를 읽을 수 있다. 경제 성장의 길에는 자유 시장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정책도 잘못 쓰면 오히려 해가 된다. 

그럼에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굳이 진보 보수를 따지지 않고 중국을 보는 눈을 열어 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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