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 - 대중과 소통하는 '캠퍼스의 글쟁이들'을 만나다
박종현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학계에서 큰 성과를 이루고 이를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을 인터뷰한 모음집이다. 우석훈, 유홍준, 정민, 박노자, 이택광, 임지현, 주경철 등 60명의 학자들의 세계를 소개한다. <세계일보>에 2년 넘게 연재했던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 시리즈를 보강하여 묶은 것이라고 한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성과가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소개되어 있어 부담없이 술술 읽으며 학계의 담론 지형도를 파악할 수 있어 유익하다. 또 인터뷰해서 정리한 것이라 책으로 정제된 글보다 육성으로 들을 때 생기는 재미도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접하는 것도 재미다. 소비자학 전문가 김난도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은 불안감 속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자아를 찾는 소비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소비 성향에 대한 분석이다.

 

황상민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인의 정치 성향에 대한 분석을 보여준다. 한국인은 환상을 믿다가 자기 배신의 모순에 빠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박정희 지도력을 요청했던 게 환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참여와 소통을 요구한다.

 

고병권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현상에 대해 사회학적 분석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 10년은 대중이 추방된 기간이었다고 분석한다. 직장인이 노숙자가 되고, 졸업생이 백수가 되는 추방이었다고. 그리고 추방된 대중은 생존을 위해 권력과 자본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었다고 한다.

 

우석훈 교수의 분석도 흥미롭다.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차이가 전체에 기여하기도 힘든 곳이고, 전체가 차이에 기대하는 사회도 아니라고 분석한다. 인간에 대한 수준 높은 통찰을 보여 주기도 한다. 정진홍 교수는 "우리가 종교인이기를 그만두면 비로소 우리는 인간일 수 있는데, 우리는 그때 비로소 종교적인 인간이 된다"고 한다.

 

공통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많은 수의 학자들이 문과 이과 구분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과 이과 구분은 일본과 한국에만 있는 이상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한다. 그 외에도 <화랑세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점도 있다. 그간 <화랑세기>가 위서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성과를 알게 되면서 읽고 싶은 책들도 많아졌다. 소개하는 학자마다 책을 소개하는데, 다들 매력적인 학문 세계를 이루어서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간 책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재미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박'노자'의 이름이 '러시아의 아들'이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최재천 교수가 '통섭'이라는 말을 구상하게 된 과정도 흥미로웠다. 불교 용어에서 찾아낸 것이라고 한다.

 

학자의 삶 자체가 존경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학자도 꽤 있다. 젊은 감각을 지니고 대한민국 사회의 속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황상민, 대학 총장을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학문 세계는 재야 학자처럼 주류에 반기를 드는 이종욱 교수, 과학과 인문학의 접목으로 한국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김영식 교수, 과학의 눈으로 역사의 숨은 그림을 찾는 이종호 교수, 우리말을 사랑하는 그리스어 교수 유재원 등이다.

 

이 책은 학자들의 깊이 있는 학문 세계를 보여 주지는 않는다. 그건 분명 한계다. 그러나 60명이라는 양으로 대신한다. 깊이는 없어도 양이 모이면 나름 재미가 생긴다. 최근 학계의 전체적인 지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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