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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른 사람과의 섹스를 꿈꾸는가 - 성 심리학으로 쓴 21세기 사랑의 기술
에스더 페렐 지음, 정지현 옮김 / 네모난정원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서로 다른 가치인 '안정된 친밀감'과 '위험한 정열'의 동시 추구로 사랑을 오래 가꿀 수 있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다양한 가치가 혼란스럽게 자기 주장을 하는 시대다. 어떤 것도 예전 것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 시대이기도 하다. 연애도 결혼도 가족 형태도 성생활도 그저 예전 방식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한편으로는 자유가 넓어지는 것 같지만, 다른 한편 안정은 사라지고 불안과 책임이 커지는 일이기도 하다. 현대인은 자신의 삶을 위해서도 넓어진 자유와 책임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성생활도 마찬가지다.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현대 사회의 성과 사랑, 에로티시즘>에서 성은 오늘날의 자아정체성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즉 평생에 걸쳐 발달하면서 재정의된다. 쉽게 말해, 성은 정체성의 일부로서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시각을 기본으로 깔고 성생활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성과 가정생활을 조화시키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이 책은 우선 에로티시즘과 그것에 따르는 딜레마에 대해 성찰한다.
저자는 에로티시즘에는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에로티시즘은 상대방과의 사이에 공간이 있어야만 불타오른다. 이 책은 에로티시즘은 본질적으로 환상이고 환상은 '위험'한 것이다. 반면 연인과 부부는 친밀감을 통해 '안정'을 추구한다. 따라서 이 책이 보여 주는 에로티시즘의 시학은 위험과 안정이라는 두 요소 사이의 긴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저자의 기본 시각은 '성'과 정서적 '친밀감'이 애초부터 다른 언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무릎을 탁쳤다. 이 둘을 구분해서 생각할 때 연인이든 부부든 관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예일대 심리학과 스턴버그 교수의 이론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사랑은 정열, 친밀감, 헌신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 셋은 서로 다른 요소이고 이들이 모두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한 사랑이라는 것이다. 스턴버그 교수가 말한 정열에 섹스가 들어간다고 보면 되겠다.
이 책의 또다른 백미는 섹스와 가정생활을 조화시키는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결법이다. 저자는 부부라는 안전한 울타리에는 아슬아슬한 위험을, 익숙함에는 신비로움을, 반복되는 일상에는 새로움을 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안전한 섹스 따위는 없다고 주의를 준다.
침실에서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문화적 제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적 제약에서 벗어난다면 더욱 흥분되고 재미있고 홀가분한 섹스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더없이 친밀한 관계라면 집나간 에로스를 들러들이기 위해서, 다시 말하면 정열을 되찾기 위해서는 불안과 불균형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는 내가 평소 가졌던 의문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었다. 저자는 에로티시즘의 시학은 정치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즉 에로티시즘은 힘겨루기, 역할 전환, 강압, 조종 등을 통해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이것이 페미니즘이나 남녀의 평등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신뢰가 클수록 과감할 수 있으며, 자유로운 상태에 놓인 사람만이 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할 놀이는 성구별의 개념을 무너뜨릴 수 있다. 나아가 저자는 에로티시즘의 특성은 자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도 한다.
안전하고 예측가능한 것과 자극적이고 신비롭고 경이로운 것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라면 이 책을 꼭 손에 잡기 바란다. 사랑을 가꾸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자아를 끊임없이 성장시키는 것과 같다. 이 일에 게을러서는 안될 일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예일대 심리학과 로버트 스턴버그 교수의 이론도 함께 익히면 더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 책과 함께 스턴버그 교수의 <사랑은 어떻게 시작하여 사라지는가>라는 책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