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회 - 평등이라는 거짓말
대니얼 리그니 지음, 박슬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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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나쁜 사회라는 것은 사회 전체가 부익부 빈익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평등하지 않는 사회를 의미한다. 미국은 흔히들 기회의 평등이 보장된 사회라고 일컬어진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1년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백인의 순자산 규모가 흑인의 20배, 히스패닉의 18배로 집계되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우리사회 또한 마찬가지다. 강남부자라 불리는 그들은 일반인이 상상 할 수 없는 부를 누리지만 가난한 자들은 살 곳조차 마땅치 않아 판자촌과 노숙을 대신한다. 부자들은 부가 점점 불어나지만 가난은 물귀신처럼 헤어 나올 수 없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우위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져, 결국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로 벌어지는 현상을 마태복음의 구절을 인용하여 마태효과라 칭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무릇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불평등이 발생한 다음에는 외부의 힘이 개입하지 않는 이상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다. 그리고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에 비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저자는 기회의 평등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계층에 따른 불평등을 넘어 과학, 기술, 경제, 정치, 공공 정책, 교육과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불평등의 증거 즉 마태효과들을 설명한다. 합리적인 과학계조차 노벨상, 유명대학이란 명성으로 주목과 평가가 쏠린다. 남성과 여성의 성 격차와 유명인은 왜 더욱 유명해지는지, 심지어 기존 정치인이 정치자금을 왜 더 모으기가 쉬운지를 통해 평등이란 거짓말의 나쁜 사회를 증명한다.


이 책을 읽을수록 우울하고 답답하다. 노력과 성실함만 갖추면 성공하고 꿈을 이룬다는 생각은 동화에나 있을법한 공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저자의 글솜씨는 책에 빠져들기에 충분했지만 무엇보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봐왔던 불평등에 대한 공감 때문에 더욱 빠져들며 책을 읽었다.



다행히도 작가는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책 말미에 마련해 두었다. 불평등한 사회는 자연법칙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현상으로, 인간이 만든 제도와 장치, 국가의 개입을 통해 나쁜 사회는 좋은 사회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전대통령 룰라가 소득층 생계 보조 프로그램인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를 통해 브라질의 기적을 만들어 냈듯이 말이다. 우리 모두가 그 같은 사회를 꿈꾼다면 평등한 기회의 땅은 가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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