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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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사는 인구를 두 배로 늘리자!’는 이 책의 서문을 읽고서 정말 필요한 책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로 먹고사는 인구를 두 배로 늘리면 고질적인 토건 경제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이 책은 과감하게 ‘문화경제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그것은 삶의 질을 바꾸는 문제이기도 하다.



다음 세대 일자리 문제도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나 젊은 세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고자 하는 인간적인 소망을 갖기 시작한 세대인데, 이들의 소망과 맞는 일은 역시 문화산업이다.



앞의 두 이유로 인해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그래,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거야.’ 하며 혼자서 무릎을 탁 쳤다.



이 책의 본문에서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문화생산자의 처지를 살펴본다. 즉 방송, 출판, 영화, 연극, 음악, 스포츠 등의 분야별로 통계와 데이터를 통해 문화생산자의 처지를 살펴본다. 즉 이 책은 문화 담론을 다루는 책은 아닌 것이다. 그동안 문화 담론을 다루는 책들은 있었지만, 한국의 문화를 노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다룬다는 점은 이 책만의 새로운 시도이며 장점이다.



그러나 본문을 계속 읽어나가면 좀 우울해진다. 책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문화 산업의 노동 현장이 우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러한 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개인적으로 그런 아이디어들을 주목해서 보았다.



방송작가들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정규직 전환. 둘째, 풀(pool)제를 만들고, 기본급을 지급하는 것, 셋째, 작가 길드 조직. 이렇게 몇 가지를 제시하며 각기 장점과 단점을 분석한다. 개인적으로 길드 조직이 그럴듯한 제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판계에는 출판진흥위원회를 제안한다. 영화계의 영화진흥위원회 비슷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출판진흥위원회는 편집자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하게 된다. 장기 기획을 세워 실행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출판계에서 이 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큐에 대한 분석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다큐야말로 더 많은 청춘들을 입장시킬 수 있는 문화 창구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영방송에서 젊은 다큐 감독들을 위한 방송을 만들고 제작비를 지원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다큐들을 방영해 주는 방안을 제안한다.



사실 우석훈이 제안하는 것들은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다. 아파트 단지의 한 동을 짓는 돈이면 다큐 찍는 이를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충분하다. 돈이 큰 문제는 아닌 것이다. 문제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돈을 들여야 하는 홈시어터는 120만대나 팔렸는데, DVD를 구입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현상은 고가의 오디오를 구입하는 사람은 많은데 앨범은 사지 않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기계는 비싼 것을 사는데, 소프트웨어에는 돈을 전혀 쓰지 않는 심각한 불균형. 이는 토건 한국의 양상이 가정집에서도 펼쳐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정부가 도서관 건물만 짓고 도서 구입비는 턱도 없이 작게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부 토건 시대 ‘뽀다구’ 문화의 잔재다.



이 책을 통해 문화계를 지원할 아이디어를 얻고, 그것을 실현해 문화가 풍성해지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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