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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맺기의 심리학 -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박대령 지음 / 소울메이트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관계 맺기의 심리학>은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철학과 관점으로 쓰인 책이다. 이 책은 심리적인 고통의 대부분이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이 책은 다양한 관계를 돌아본다. 1부는 자신과 관계 맺기, 2부는 타인과 관계 맺기, 3부는 환경과의 관계를 다룬다. 그리고 4부에서는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한다.
자신과 관계 맺기부터 보자. 이는 가장 중요한 것이고 모든 관계의 시작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억압된 욕구, 해결되지 않은 분노, 해소되지 않은 슬픔, 충족되지 않은 애정 등이 있다. 이것을 똑바로 보고 해결하는 사람과 외면하고 방치하는 사람이 구별될 뿐이다.
해결하지 않고 외면하는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아버지에 대한 해소되지 않은 적개심이 타인에게 투사되어 대인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고, 어머니로부터 충족하지 못한 애정욕구를 억압해온 사람은 타인의 애정욕구에 차갑게 반응할 수 있다.
또 감정접촉을 추구하는 극단적 형태로 몸을 자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감정 접촉이 절실하기에 벌이는 일이다. 흔히 성격이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내면의 상처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상처가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으면 인간은 유사한 자극에 몹시 예민하게 반응한다. 반면 상처가 아물면 더이상 상처를 방어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몸에는 긴장이 풀리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이 여유만큼 상대의 말과 행동을 적절한 수준에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더 상황을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적절하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면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의 신체감각, 생각, 감정, 욕구, 행동패턴, 내면의 미해결 과제들을 잘 알 필요가 있다. 이것들을 잘 알아차리며 사는 사람은 선명하고 생생한 삶을 살 수 있다.
자신을 잘 알려면, '차단행동'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차단행동은 마치 피가 잘 흐르고 있는 팔을 손으로 꽉 쥐어 피가 통하지 않게 하는 것과 같이 몸을 긴장시켜 숨을 쉬기 어렵게 하고 피를 잘 돌지 못하게 한다.
차단행동은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마치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게슈탈트 심리학은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영역으로 본다. 명상을 하듯 천천히 몸과 마음을 살펴보는 훈련을 하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차단행동을 알아차리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자신과 관계가 좋은 사람은 자신감이 넘치고 힘든 일을 겪어도 잘 대처해나간다. 삶이 힘들다면 자신을 들여다볼 용기를 갖기를. 그러면 이전에 느낄 수 없던 감각이 깨어나며 커다란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상처가 아물고 긴장이 풀리면 이완 상태를 즐길 수 있다. 그 상태에서는 여유가 생기고 감각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 시야가 넓어지고 소리나 냄새도 더 잘 알아차리게 된다.
타인과 제대로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 타인이 제시하는 기준이나 요구에 의해 살아가지 않고 내 감정과 욕구에 따라 내자신으로 있을 때 다른 사람들과 더 잘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것은 병이라고 이름붙이는 것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병이라는 이름을 붙여 낙인을 찍고 수치심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오늘날 새로운 병이 계속 규정되는 것은 의학의 상품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병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본질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어떤 학생에게 ADHD장애라는 이름을 붙이면 의사의 치료 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그 학생의 장애를 가져온 것은 선생님, 친구, 부모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쏙 빼고 학생과 의사의 문제로만 만든다. 이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큰 잘못이다. 이런 저자의 견해에 크게 공감한다.
이 책의 또다른 흥미로운 점은 세상과 관계 맺기까지 나간다는 점이다. 보통 심리학 책들은 자신과 주변의 타인까지 나가는 정도다. 그러나 이 책은 그것을 넘는다. 여느 심리학 책과 다르게, 역사, 사회, 대안문화까지 논의가 펼쳐진다. 저자는 내가 살고 있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스스로 안전한 공간과 대안적인 문화를 만들어나가라고 주문한다. 이 점에서 저자의 노력이 더욱 기대된다.
오랜만에 자신을 돌아보는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 준 책이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열어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