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 특별하지 않은 청춘들의,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박근영 지음, 하덕현 사진 / 나무수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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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펼쳐보니, 인상적인 사진들이 눈에 띈다.
책을 읽어보니, 인터뷰한 사진작가가 찍어 주었다고 한다.
세속적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기꺼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이의 삶이 보여 좋았다.

이 책은 별다른 부담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다.
그러다보면 우리네 삶을 만나게 된다.
성공을 쫓아가는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잔잔하게, 요란하지 않게, 푸근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은 소위 말하는 '잘난 위인'은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삶의 진정성과 진지함은 그들보다 더 아름답다.
그래서 특별하지 않은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삶을 대하는 저자의 긍정적인 시선이 바다의 품처럼 느껴지기도 해 따뜻하다.

또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 남들도 나와 같구나 하는 생각에서 오는
위안과 자기치유의 효과도 있어 보인다.
이 책은 자극없이 묘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특별한 자극이 없는데도, 읽다보면 계속 빨려들어간다. 

또 삶을 위로하는 자잘한 공간들에 대한 소개도 재미나다.
자신만의 공간을 '발견'하는 재미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잠깐 언급되는 <무한도전> 김태호 PD에 대한 얘기도 흥미로웠다.

인상적인 구절들을 옮기며 입안에서 맴도는 남은 향을 다시 맛보고 싶다.

"쿨한 것이 젊음의 특권처럼, 혹은 '쿨'한 삶이 멋진 것인 양 포장된 사회에서 어쩌면 그는 거꾸로 가는 길을 택한 사람이다. 적당히 '쿨'하게 살지 않겠다는 자세, 세련된 감정으로 자신의 삶을 자위하지 않겠다는 고집스러움이 김주헌에게는 있다." 84~85쪽

"가끔 밤에 누워 있다가 꼭 이길어어야 했을까, 이 선택만이 옳았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어요. 어릴 때는 한눈 팔지 않고 바쁘게, 열심히 사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돌아보게 되는 거죠. 우리 삶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는데 전 한 계절만 산 게 아닐까... 이제 겨우 그 한 계절을 넘긴 것 같다고 할까요." 193쪽

"폭력이나 권력에 맞서는 방법 중 하나로 더 사람답게 더 재미있게 사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희망을 발굴하며 살아야 한다." 228쪽

"그와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사이키 조명이 반짝이는, 그러나 평화롭고 깜찍한 행성에 다녀온 느낌이다. 그 행성은 전쟁도 없고 동물을 못살게 구는 사람도 없다. 시원한 오렌지 주스와 노란 장미, 예쁜 하와이안 커플이 햇살을 쬐며 쉬고 있는 곳, 그곳은 환상의 세계이다."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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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 -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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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악의 평범함과 악행의 분업화 

우리나라의 '1등 기업' s,
이 기업은 정기적으로 검사들에게 떡값을 제공하고, 정치인을 관리하며, 세금을 탈루하고, 불법 세습 경영을 한다. 또 이 기업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불법 관리 등이 이루어진다.
(물론 돈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준다고 한다. 망할! 돈으로 매수하면 다 되는 세상이다.)

이 기업이 행하는 이런 악행들이 낳는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가 가능한 토양인 다이아몬드 계층 구조를 피라미드 형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것은 s 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이며, 우리 사회의 근간을 위태롭게 해 근본적으로 위기로 몰아가는 행위이다.

구조조정 컨설턴트, 실은 자살 위장 살인 계획을 짜는 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컨설턴트>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심볼이 그것이다.
'불안정한' 다이아몬드 구조를 '안정적인' 피라미드 형으로 바꾸는 것 말이다.
그것이 바로 주인공이 하는 일이다.
(사실 이 일에 우리가 모두 동참하고 있다.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것이다.)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또 발전하려면, 반드시 이 회사를 '정상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미 대한민국 '1등 기업' s 회사의 공범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회사의 핸드폰을 사용하고, 에어컨을 쓰며, 냉장고를 사용하고, 이 회사의 보험에 가입하며......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두드리는 키보드도 s 회사의 것이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모니터에는 s 회사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s 회사를 비판하기 위해 s 회사의 상품을 이용해야 하는 아이러니!)
솔직히 말하면 s 회사의 상품이 없으면 내 생활은 불가능하다. 나뿐만이 아니리라.
우리나라의 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이 회사의 상품을 쓰지 않고 살 수 있는 이가 과연 누구이랴!

사실 우리는 이미 이 회사의 악행에 가담했다.
이 소설은 우리가 이 회사의 핸드폰을 구입해 내전 상태의 콩고 국민들에게 총탄을 지급해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건 소설이 아니라 실제 사실이다.
이 회사는 전쟁 중인 콩고에서 불법으로 핸드폰 재료를 구입하려고 하다가 발각되어
국제 사회에서 큰 망신을 샀던 일이 있다. 

문제는 핸드폰을 구입하는 '평범한 행위'가 바로 타인의 죽음을 낳는 악행이라는 점이다.
'보편적 악행'은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분업화'되었다.
즉 악은 평범하고 악행은 분업화되어 있다. 그래서 작가는 다음처럼 말한다.

"이제 회사는 전처럼 두렵지는 않다. 다만 회사보다 나 자신이 훨씬 두려울 뿐이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두렵다." -285쪽

보편적 악행에 대해 누구에게나 책임이 있고,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다.
그래서 누구나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다. 작가의 말이다.

""자기 합리화를 잘하니까...... 늘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어쩔 수 없다고."
결국 모든 살인자들은 같은 변명을 한다. 아마 히틀러 밑에 있던 모든 친위대는 같은 변명을 했을 것이다." -277쪽

가장 악질적인 행태를 보이는 s 기업을 언급했지만, 문제는 이 기업만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 기업의 보편적 문제다. 

우리는 이미 회사의 촘촘한 망에 걸려 들었다. 누구도 쉽게 빠져 나갈 수 없다.
그러니 누구의 책임을 강하게 물을 수도 없다.
고로 이 책은 '피로 물든' 이 시대 중산층 가정의 행복을 그저 조롱할 뿐이다. 소설의 결말이다. 

"행복이다. 피비린내에 겨운 행복이다." -286쪽 

오랜만에 제대로 된 소설 읽었다는 뿌듯한 느낌을 주는,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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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교수의 영국 문화기행 - 영국 산책, 낯선 곳에서 한국을 만나다
김영 지음 / 청아출판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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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국어교육과 교수가 쓴 영국 문화 기행이라서 기대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기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보낸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잔잔하게 전하거나,
영국에서의 한국학 교육 현장과 연구 동향을 아주 간단하게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영국 문화에 대한 가벼운 인상평도 문제였다.
그 정도의 글은 인터넷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의 여행기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국 보고서'라는
홍보와는 달랐다는 점이다.
강연회, 세미나, 토론회에 대한 기록은 얇게 훑고 지나간다.
너무 간단해서 전해 주는 정보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한국학 교수라서 괜히 기대가 컸나 보다. 

저자의 내공이 없지는 않을 텐데, 출판사의 의도가 가벼운 책이었나 보다.
다음에는 저자의 내공이 실린 책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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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 2011-08-12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주 동감합니다.
런던 홀릭이라는 아주 캐주얼한 책 보다도 내용이 빈약한
아주 실망한 책 중에 하나입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신여진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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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이 회사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때론 더러워도 말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조금만 더 하고 그만둬야지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던 차에 <부러우면 지는거다>는 눈에 띄는 책이었다.
이 책은 프리랜스로서 먹고살 만한 몇 가지 일을 소개한다.
대체로 요즘 사람들이 관심 갖는 것들이다.
여행작가, 파워블로거, 인터넷 쇼핑몰, 플로리스트, 맛 칼럼니스트, 방송작가 등이다.
이들은 대체로 즐기면서 하는 일이고,
또 이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의 취향을 잘 반영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랜스로서 살아본 적이 있기 때문에 (또 다시 프리랜서로 뛸 생각이 있기에)
도움을 얻을까 해서 책을 펼쳐 보았다. 

이 책은 내게 프리랜스로서 가져야 할 자세 같은 것들을 돌이켜 보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진정한 맛 칼럼니스트는 맛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공짜로 얻어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이 그러하다.

그 외에도 각 일들에 대해 필요한 능력과 자질 등에 대해서도 깔끔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ㅇㅇㅇ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난을 두어 설명하는 부분도 있다.
여기에는 실제로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이 꽤 있다.
한번 해볼까 하는 사람들에게는 무턱대고 덤벼들지 않고 자신을 점검하게 하는 미덕이 있다.

그리고 각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한 유용한 팁들도 제시한다.
이 책이 말하는 팁들은 분명히 옳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그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점이다.
즉 레드 오션 시장에서 그것은 별다른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소개하는 일들은 이미 레드 오션 시장이기 때문에
만약 일을 벌이려는 사람은
정말 진지하게 더 알아보고 충분히 준비하고 뛰어들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책은 정말 기초 중에 기초를 다룬 내용일 뿐이다.

이 책의 진짜 문제는 간혹 보이는 '속물 근성'이 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한다는 것이다.
즉 '억대 연봉 프리랜서' 운운하는 것이 그러하다.
프리랜서는 조직에 얽매이기보다는 또는 돈에 영혼을 팔기보다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고 그것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산물로 사는 사람이 아닐까?
'억대 연봉' 운운한다면, 조직에 들어가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야지 왜 프리랜서를 하냐는 말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 책은 요즘 취향에 맞는 또는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일들에 대해
알짜 정보들을 깔끔하고 맛깔스럽게 소개하는 큰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그 정보들이 실제로 도움이 될만해 보인다.
(물론 그것이 실제로 일을 벌렸을 때 도움될 정보라는 말이 아니고,
벌이기 전에 자신을 점검하기에 도움될 정보라는 말이다.)
각자 필요에 따라 원하는 정보를 얻어가기에 좋은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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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여자, 당신이 기다려 온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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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컨셉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미술 작품이 연상되거나
미술 작품을 볼 때, 음악이 연상될 때가 종종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음악과 그림의 연결을 잘 해 놓았다.
모네와 드뷔시, 모로와 바그너, 뭉크와 쇤베르크, 프리드리히와 슈베르트,
고야와 베토벤, 뒤샹과 사티 등을 연결했는데, 상당히 공감이 간다.

*음악과 미술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넘쳐

책의 컨셉도 신선하고, 음악과 미술에 관한 재미난 얘기도 많다.
'시마노프스키'나 '데 프레'라는 음악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가 흥미롭게 소개를 해 놓아서
꼭 한번 들어보려고 이들의 음악을 찾아보고 있다.
저자의 맛깔난 소개는 직접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 

기존에 쉽게 접할 수 없던 참신한 내용은 음악만이 아니다.
화가 '발라동'의 경우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인상파 화가들이 발라동을 모델로 여러 그림을 그렸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전문성 갖추되 '일상의 언어'로 전달해 

저자가 음악가라 음악 작품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뛰어나다.
문학적 표현력 또한 상당히 말깟난다.
그런데 음악만이 아니라 미술 작품에 대한 설명 또한 훌륭하다.
이 책은 음악과 미술에 관한 좋은 책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미덕이 있다.
 
심지어 저자는 철학까지 공부했는지,
철학자의 사상을 핵심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저자의 내공이 상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전문적인 음악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음악의 매력에 대해 가슴을 움직이는 글을 쓴다.
또 역사나 사조의 특성 등에 대해 어려운 미학 용어를 남발할 수도 있으나
저자는 결코 잘난체 하지 않고 쉬운 말로 풀어나가는 미덕을 보여 준다. 

*약간의 아쉬움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아직도 10대 문학소녀 취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감정의 과잉'이 드러나는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출판사의 디자인과 편집도 살짝 불만이다.
그저 예쁘게 보이려는 디자인과 편집은 독서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저자에게 큰 기대돼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이 책은
저자의 상당한 내공으로 인해 음악과 미술에 관한 흥미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음악과 미술의 조합으로 더욱 깊고 새로운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큰 장점이 있다.
더구나 그것이 깊이 있고 전문성이 있는 내용이지만 일상의 언어로
쉽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한다는 것이 더욱 큰 매력이다.

앞으로 이 분야에 큰 저자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가 들기도 한다.
예술 분야의 좋은 저자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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