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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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악의 평범함과 악행의 분업화 

우리나라의 '1등 기업' s,
이 기업은 정기적으로 검사들에게 떡값을 제공하고, 정치인을 관리하며, 세금을 탈루하고, 불법 세습 경영을 한다. 또 이 기업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불법 관리 등이 이루어진다.
(물론 돈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준다고 한다. 망할! 돈으로 매수하면 다 되는 세상이다.)

이 기업이 행하는 이런 악행들이 낳는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가 가능한 토양인 다이아몬드 계층 구조를 피라미드 형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것은 s 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이며, 우리 사회의 근간을 위태롭게 해 근본적으로 위기로 몰아가는 행위이다.

구조조정 컨설턴트, 실은 자살 위장 살인 계획을 짜는 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컨설턴트>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심볼이 그것이다.
'불안정한' 다이아몬드 구조를 '안정적인' 피라미드 형으로 바꾸는 것 말이다.
그것이 바로 주인공이 하는 일이다.
(사실 이 일에 우리가 모두 동참하고 있다.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것이다.)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또 발전하려면, 반드시 이 회사를 '정상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미 대한민국 '1등 기업' s 회사의 공범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회사의 핸드폰을 사용하고, 에어컨을 쓰며, 냉장고를 사용하고, 이 회사의 보험에 가입하며......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두드리는 키보드도 s 회사의 것이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모니터에는 s 회사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s 회사를 비판하기 위해 s 회사의 상품을 이용해야 하는 아이러니!)
솔직히 말하면 s 회사의 상품이 없으면 내 생활은 불가능하다. 나뿐만이 아니리라.
우리나라의 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이 회사의 상품을 쓰지 않고 살 수 있는 이가 과연 누구이랴!

사실 우리는 이미 이 회사의 악행에 가담했다.
이 소설은 우리가 이 회사의 핸드폰을 구입해 내전 상태의 콩고 국민들에게 총탄을 지급해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건 소설이 아니라 실제 사실이다.
이 회사는 전쟁 중인 콩고에서 불법으로 핸드폰 재료를 구입하려고 하다가 발각되어
국제 사회에서 큰 망신을 샀던 일이 있다. 

문제는 핸드폰을 구입하는 '평범한 행위'가 바로 타인의 죽음을 낳는 악행이라는 점이다.
'보편적 악행'은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분업화'되었다.
즉 악은 평범하고 악행은 분업화되어 있다. 그래서 작가는 다음처럼 말한다.

"이제 회사는 전처럼 두렵지는 않다. 다만 회사보다 나 자신이 훨씬 두려울 뿐이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두렵다." -285쪽

보편적 악행에 대해 누구에게나 책임이 있고,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다.
그래서 누구나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다. 작가의 말이다.

""자기 합리화를 잘하니까...... 늘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이건 어쩔 수 없다고."
결국 모든 살인자들은 같은 변명을 한다. 아마 히틀러 밑에 있던 모든 친위대는 같은 변명을 했을 것이다." -277쪽

가장 악질적인 행태를 보이는 s 기업을 언급했지만, 문제는 이 기업만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 기업의 보편적 문제다. 

우리는 이미 회사의 촘촘한 망에 걸려 들었다. 누구도 쉽게 빠져 나갈 수 없다.
그러니 누구의 책임을 강하게 물을 수도 없다.
고로 이 책은 '피로 물든' 이 시대 중산층 가정의 행복을 그저 조롱할 뿐이다. 소설의 결말이다. 

"행복이다. 피비린내에 겨운 행복이다." -286쪽 

오랜만에 제대로 된 소설 읽었다는 뿌듯한 느낌을 주는,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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