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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을 가리키자면 달달북다 7
예소연 지음 / 북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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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미와 이석진, 그리고 명태준. 이 세 인물은 내가 어릴 적 보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순수하면서도 어딘가 비틀린 감정 속에서 익어가던 여름의 향기. 혼란스러움과 함께 성장의 흔적이 묻어난 그 시절.

그중 빨간 머리의 태준은 교실에서 아이들의 삥을 뜯고 괴롭힘을 일삼던 가해자였다. 석진은 그런 태준의 주된 표적이 되었고, 동미는 학교폭력의 부당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그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곧이어 찾아온 씁쓸함과 슬픔은 떨쳐낼 수 없었다.

그때의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사소한 일에 마음을 쓰고 자신만의 걱정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이,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때의 나에겐 매일 벌어지는 사건 하나하나가 인생의 큰 궤적을 남기는 일이었고, 그러한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마음을 단단히 다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여름을, 불쾌하고 습한 여름이 아니라, 쨍하게 맑은 하늘과 파랑의 잔상이 선명히 남은 여름으로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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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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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시-LIM 시인선 1
고선경 지음 / 열림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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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은 첫 시집보다 조금은 더 어둡고 현실의 무게감이 녹아든 시집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고선경만의 재치 있는 문장은 나도 모르게 픽- 웃음 짓게 되고 읽는 독자의 마음을 잔잔히 다독인다. 작품 속 화자는 세상을 향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살아가지만, 여전히 ‘나’는 외지인 같고 친구에게 ‘나는 언제쯤 이 도시를 살아 내는 방법을 터득하겠니?’하고 푸념하기도 한다. 세상은 빠르게 흘러가 ‘태어난 지 서른 해가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태어남을 저주하고, 그럼에도 거지 같은 세상을 아름답게 변모시켜 주는 사랑, 연인, 친구들에 대한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표현한다.

시집 속 화자는 위태로우면서도 때론 강인해 보인다. 또한 밝아 보이지만 내면에는 끊임없이 우울함이 자리하고 세상을 저주하면서도 세상을 사랑하는 듯한 복잡한 모습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난 당당히 차가운 도시에서 1인분의 삶을 살고 있는 화자가 그 자체로 용기있고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화자의 모습에서 나를 엿보기도 했는데, 가령 세상이 너무 좋다가도 또 어떨 때는 싫고 여전히 나는 외지인 같아 혼자인 것 같고… 우울이 손에 잡히다가도 금방 사라지는 등 삶에 대한 복잡하고 끊임없이 생각과 생각이 내가 화자 같았고 꼭 화자가 나 같았다.

분명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긴 한데 여전히 길을 찾아 헤매고 미래를 향한 고민은 머릿속을 내내 맴돈다. 시집은 그러한 화자의 모습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재치 있는 웃음으로 순화시킨다. 그래서 고선경의 시가 참 좋다. 마냥 감정의 고립되지 않고 시인만의 재치와 농담으로 다가올 계절을 기대하게 하는,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을 품에 꼭 쥐고 뚜벅뚜벅 걷고 싶어진다. 눈이 유난히 자주 내리는 올겨울, 책장에 두고 오래 읽을 시집을 만났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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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셋 2025
김혜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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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의 신인 작가 발굴 프로젝트인 '셋셋' 시리즈는 작가, 출판사, 독자 '셋'의 만남을 '셋(set)'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출간된 <셋셋 2025>는 시 없이 소설 여섯 편으로만 구성되어,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각 작품은 현대인의 삶 속에서 '구원'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탐구하고,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하나의 단편 소설을 다 읽은 후, 책 앞부분으로 돌아가 짧은 작가 소개를 읽어 나갔다. <셋셋 2025>는 각기 다른 색채를 지닌 신인 작가들의 여섯 작품을 통해 현대인들의 다양한 고민과 감정을 섬세하게 탐구하고 삶의 무게에 지친 이들에게 잠시나마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책을 덮은 후에도 깊은 여운이 남아, 조만간 이 작가들의 다른 작품들도 꼭! 읽고 싶어졌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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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녹는 Entanglement 얽힘 1
성혜령.이서수.전하영 지음 / 다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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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혜령, 이서수, 전하영 작가의 단편집 『봄이 오면 녹는』은 ‘손절’과 ‘정독도서관’이라는 공통 키워드로 얽힌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관계의 본질을 탐구한다.

성혜령 작가의 <나방파리>는 비극적인 상실과 얽힌 감정의 복잡함을 서늘한 분위기로 풀어낸다. 일영과 종희의 관계는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뒤틀리고, 독자는 관계 속 악의와 이해의 부재를 되짚게 된다.

이서수 작가의 <언 강 위의 우리들>은 친구 관계에서 오는 성장통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세 친구의 갈등과 화해는 독자로 하여금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변화를 곱씹게 한다. 과거와 현재가 얽힌 이 이야기에서, 우리 역시 인연이 자라나는 방식을 떠올리게 된다.

마지막 전하영 작가의 <시간여행자>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서사로 상실과 자책의 감정을 다룬다. 죽은 친구 현무를 떠올리며, 태주가 관계와 이별을 바라보는 시선은 독자의 마음을 아리게 만든다.

세 단편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같은 키워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흩어진 이야기들이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작가들의 코멘터리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깊이를 더하며,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봄이 오면 녹는』은 관계의 복잡함과 상실, 그리고 성장의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묵직한 여운을 선사한다. 읽는 내내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관계를 떠올리며 울컥하기도 했고, 따스함 속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손절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가 지나온 인연과 앞으로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깊이 있는 단편집. 🔗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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