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시-LIM 시인선 1
고선경 지음 / 열림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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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은 첫 시집보다 조금은 더 어둡고 현실의 무게감이 녹아든 시집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고선경만의 재치 있는 문장은 나도 모르게 픽- 웃음 짓게 되고 읽는 독자의 마음을 잔잔히 다독인다. 작품 속 화자는 세상을 향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살아가지만, 여전히 ‘나’는 외지인 같고 친구에게 ‘나는 언제쯤 이 도시를 살아 내는 방법을 터득하겠니?’하고 푸념하기도 한다. 세상은 빠르게 흘러가 ‘태어난 지 서른 해가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태어남을 저주하고, 그럼에도 거지 같은 세상을 아름답게 변모시켜 주는 사랑, 연인, 친구들에 대한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표현한다.

시집 속 화자는 위태로우면서도 때론 강인해 보인다. 또한 밝아 보이지만 내면에는 끊임없이 우울함이 자리하고 세상을 저주하면서도 세상을 사랑하는 듯한 복잡한 모습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난 당당히 차가운 도시에서 1인분의 삶을 살고 있는 화자가 그 자체로 용기있고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화자의 모습에서 나를 엿보기도 했는데, 가령 세상이 너무 좋다가도 또 어떨 때는 싫고 여전히 나는 외지인 같아 혼자인 것 같고… 우울이 손에 잡히다가도 금방 사라지는 등 삶에 대한 복잡하고 끊임없이 생각과 생각이 내가 화자 같았고 꼭 화자가 나 같았다.

분명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긴 한데 여전히 길을 찾아 헤매고 미래를 향한 고민은 머릿속을 내내 맴돈다. 시집은 그러한 화자의 모습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재치 있는 웃음으로 순화시킨다. 그래서 고선경의 시가 참 좋다. 마냥 감정의 고립되지 않고 시인만의 재치와 농담으로 다가올 계절을 기대하게 하는,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을 품에 꼭 쥐고 뚜벅뚜벅 걷고 싶어진다. 눈이 유난히 자주 내리는 올겨울, 책장에 두고 오래 읽을 시집을 만났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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