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미와 이석진, 그리고 명태준. 이 세 인물은 내가 어릴 적 보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순수하면서도 어딘가 비틀린 감정 속에서 익어가던 여름의 향기. 혼란스러움과 함께 성장의 흔적이 묻어난 그 시절. 그중 빨간 머리의 태준은 교실에서 아이들의 삥을 뜯고 괴롭힘을 일삼던 가해자였다. 석진은 그런 태준의 주된 표적이 되었고, 동미는 학교폭력의 부당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그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곧이어 찾아온 씁쓸함과 슬픔은 떨쳐낼 수 없었다.그때의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사소한 일에 마음을 쓰고 자신만의 걱정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이,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때의 나에겐 매일 벌어지는 사건 하나하나가 인생의 큰 궤적을 남기는 일이었고, 그러한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마음을 단단히 다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여름을, 불쾌하고 습한 여름이 아니라, 쨍하게 맑은 하늘과 파랑의 잔상이 선명히 남은 여름으로 기억하고 싶다.-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