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난 요즘, 국내소설이 몇 년째 베스트셀러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하기사 내 기억에도 문학소설, 특히 국내소설이 차트에 진입한 걸 본 기억이 최근에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럼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에 있을까?

'미움받을 용기'. 나는 요즘 EBS의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자주 듣는 편인데, 이 책이 요즘 화제의 베스트셀러라는 소식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은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라고 하여 마침 중요한 시험을 앞둔 친구에게 마침내 시험 스트레스에서 벗어남을 축하하고자 구입해보았다.

그런데, 정작 나는 이 책을 읽을 마음은 없었는데, 왜냐하면 본인은 보통 문학소설 위주의 독서를 하기 때문이고 굳이 자기계발서 류를 읽을 마음은 별로 없었기 때문. 하지만 다행히도, 친구에게 선물하는 일정이 다소 늦춰줘서 덕분에 내가 먼저 책장을 넘겨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무척이나 술술 읽힌다.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어 일상적인 언어로 진리에 다가간다. 자기계발서의 특징 상 어쩌면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아도 내용이나 의미를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는 있을 것이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평소 내가 생각해왔던 것들, 특히 인터넷 상에서의 댓글문화 등을 바라보며 느꼈던 점 등을 이 책을 통해 원인과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스스로 가져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스스로에게 질문과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다.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것들, 예를들어 타인은 의외로 타인에게 무관심하다라는 점이나 어린아이를 대할 땐 수평적 관계를 가질 것과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할 것. 주어진 현실을 평가하기보다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 인터넷 댓글 등에서 느꼈던 왜? 보다는 그래서 어떻게? 라는 사고 등등.

신선한 충격을 주는 개념도 많다. 나와 타인의 '과제의 분리', '미움받을 용기'를 낼 것, 행복은 곧 '공헌감' 등등... 책을 읽는동안 참으로 재미난 시간이었다.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책머리의 추천사처럼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선물 후 다시 한번 읽어보고자 한 권을 더 사기로 했다. 인생의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해줄 책이므로. 부디 많은 이들이 읽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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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고른 배경 역시도 '미움받을 용기'와 마찬가지로 EBS FM 책읽어주는 라디오의 12시 프로그램인 '책으로 행복한 12시, 문지애입니다'를 통해서 먼저 접했다는 것을 밝힌다. 그 프로그램에 감사를 표한다.

이 책 역시도 화제의 베스트셀러이다. 베스트셀러 부문에 소설이 올라와있다는 점이 나를 자극시켰다. 더군다나, 이 책의 저자는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은 비록 그동안 이 작가의 책을 정식으로 읽어본 적은 없으나, 저 유명한 '용의자 X의 헌신'을 비롯하여 '백야행',  그리고 '방황하는 칼날' 등 영화로 먼저 작품들을 접해 친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정확한 팩트인지는 모르나, 국내에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더 잘 팔리는 일본작가라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고.

읽기 전부터 굉장히 기대가 높았던 책이다. 비록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그간 추리소설 위주의 작품을 써왔다는 건 알았지만, '살인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이야기로 유수의 상을 차지했다는 배경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기대를 훌륭히 채워주고 만족시켜주었다.

세 명의 얼빠진 청년이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에 머물게 되며 과거로부터 온 누군가의 편지를 미래의 나미야 잡화점에서 대답해주는 형식인데, 일단 설정 자체가 상당히 매혹적이었고 추리소설의 대가답게 일련의 장치나 설정 등이 매끄럽게 맞아떨어지며 후반부로 갈수록 가슴에 전율이 일었다. 아, 이게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그(또는 그녀)는 이렇게 다른 누군가에게로 이어지는구나. 보이지 않는 운명의 끈 같은 것이 서로를 당기는 묘한 쾌감이 일어났다.

내가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번째 작품으로 너무나 탁월한 선택이었고 감동의 두근거림이 무척 크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것들 말이다 ㅎㅎ)도 좀 더 읽어봐야겠다. 그동안 일본작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아사다 지로 정도만 읽었는데, 한 명 더 추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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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들 1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수아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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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네 서점(이라기엔 규모가 제법 큰)을 구경하다가 눈에 띄어 구입하였다.

보다시피 굉장히 fancy한 책인데, 앙증맞은 사이즈의 양장본에 단순하지만 깔끔하고 고상한 폰트의 책 제목이 단숨에 나를 사로잡았다. 더군다나- 프란츠 카프카라니.

읽어보니, 이 책은 소설은 아니고(그렇다고 완전히 '소설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부당하지만 아무튼) 카프카가 쓴 일기를 모은 것이었다. 거기에 카프카를 정통있게 연구한 학자의 주석 같은 것이 절반이며, 옮긴이인 소설가 배수아의 후기(라기보다는 단편소설)가 엮어져 있다.

우선, 카프카의 글은 꿈에 대한 환상적 기억을 그때그때 두서없이 적어낸 글들로 의미파악이 쉽지않고 혼란스러운 면이 크다. 거기에 주석 역시 일반인으로서는 굉장히 세세한 점까지도 파고들고 있어 좀처럼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 아무튼 여기에 배수아 작가의 단편소설- 카프카적 인 문체와 이야기 흐름이 돋보이는- 까지 '꿈'이라는 이 책을 구성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책 자체가 워낙 이뻐서 내용보다는 서재에 꼿혀있으면 보기 좋은 책인 셈. 내용은 생각도 나지 않을 테지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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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이 아닌 모든 것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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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몇 년째 꾸준히 읽게되면 상당히 낯익은 작가의 이름이 생기게 마련인데, 그 중 이장욱 소설가 역시도 마찬가지로 여러 번 접할 수 있는 작가임이 분명하다. 이는 곧 이 작가의 작품은 어느정도 일정수준 이상임을 보증한다는 얘기일텐데, 다행히도 난 이 작가의 결과물이 매번 마음에 드는 편이었고 그래서 지난 2010년에 발표한 작품집 '고백의 제왕'도 구입하여 봤더랬다.

이번에 발표한 단편소설 모음집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 수록된 8편의 단편소설들 중에서 무려 6편이 기존에 읽어본 것들이었다. 이 경우 신선함은 덜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작가가 그간 얼마나 많은 결과물들을 여러 문학상에 입상시켜왔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총 8편의 작품들 중 가장 주목을 받을만한 작품은 '절반 이상의 하루오'와 '우리 모두의 정귀보'가 아닐까 싶다. 이장욱 작가는 소설 속 화자가 주인공이라기보다는 관찰자가 되어 제3의 인물을 묘사하는 형식이 특히 탁월하다는 생각인데, 이러한 장점을 잘 살린 작품이 바로 두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도 훌륭하다. 자기고백 형식을 취한 이 작품은 화자가 거짓말이 아닌 사실을 이야기하지만 도리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결과를 불러일으키며 감내해야 할 청자의 패러독스를 특유의 블랙코미디를 이용하여 꼬집고 있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은 홍보용 샘플북을 통해 먼저 읽어본 작품으로, 실제 중세 시대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상상력을 발휘하여 써내려간 작품으로 보인다. 우리는 때때로 어떠한 예술작품을 보거나 듣고난 후, 기이한 영감을 받아 창작열이 불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지만, 어쨌든 작가의 창작욕구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드 맨 리버'는 솔직히 다소 진부했다. 이렇다할 에피소드도 보이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평이한 것이 아닐까 싶다.

차라리 '칠레의 세계'라든가 '어느 날 욕실에서' 두 작품은 전형적인 이장욱 작가의 미스테리한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뻔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재미만큼은 보장이 되었다. 인간이 기이한 사건을 겪은 뒤 느끼는 감정을 허무주의적 관점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수록작인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은 하루키적인 제목과 러시아소설같은 분위기가 매혹적이었다. 원래 장편을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이라고 하니, 훗날 '태엽감는 새'처럼 장편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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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작가의 소설집을 읽는 김에, 김경욱 작가가 지난 해에 발표한 소설집도 읽기로 했다. 둘 다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장하는 작가이기 때문.


김경욱 작가의 글쓰기 타입은 굉장히 특이하다. 매번 발표하는 소설마다 굉장히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자신의 안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기보다는 자기가 보거나 들은, 혹은 상상한 타인과 타지의 이야기를 곧잘 써내려간다.


사정이 이러하니, 읽다보면 점점 김경욱이란 작가는 소설가라기보다는 프로페셔널한 기술자 혹은 소설공장장 정도로 형상화되곤 한다. 매번 다른 스타일과 다른 이야기, 정말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여기 실린 9개의 단편 중에서, 내 마음을 강력히 흔들어놓은 작품으로 '승강기'를 꼽을 수 있겠다. 영어로 말하자면 엘레베이터 말이다.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만큼이나 재수 옴 붙은 사내의 고단한 삶을 화가 치미도록 섬세하게 잘 썼다. 읽으며 주인공의 답답함에 혀를 내둘렀고, 공동주택 입주자들의 비협조에 참을 수 없어 오줌이 마려웠으며, 무엇보다 관리소장의 태도가 절로 분노를 일으켰다. 해괴하게도 결말에 이르러서는 허무할 정도로 추락하는 느낌이어서 충격도 컸다.


첫 번째 수록작인 '스프레이'도 재미나다. 우연히 타인의 택배를 가져온 후, 실수 아닌 범죄를 연이어 벌이며 벌어지게 되는 우연의 사고들이 주인공을 옥죄는 긴장감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아무튼 남의 택배는 손대는 게 아니다.


'개의 맛'은 흡사 박민규 작가의 소설을 읽는 듯 황당한 설정과 재미난 문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협 소설같은 묘사와 한국 사회를 풍자하는 듯한 전개가 인상적. 아, '인생은 아름다워'도 비슷한 편.


'아홉번째 아이'와 '염소의 주사위'는 문학적인 성취는 별로 없는 듯 하지만 독자로서는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아무쪼록 소설은 역시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 외 '빅브라더' '소년은 늙지 않는다' '지구공정'은 재미없었다. 뭐, 다 재밌을 순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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