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의 목숨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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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스완슨의 추리소설 유명해서 한 번쯤 읽어보고 싶었는데, 빠른 전개와 긴장감이 정말 좋았다.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완전 페이지터너!

졸업 후 유부남과 성적인 만남을 갖고 있는 앨리슨, 40대 간호사 아서, 텍사스에 사는 작곡가 이선 등 9명이 차례로 의문의 우편물을 받으며 시작된다. 편지에는 전혀 모르는 9명의 이름만 적혀 있어서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그 중 부모에게 물려받은 리조트를 운영하던 프랭크가 해변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다. 이어서 또 다른 인물이 총에 맞아 죽으면서 이 명단이 단순한 것이 아님을 깨닫고, 9명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수사를 시작한다.

등장인물 설명과 메모지가 함께 들어 있어서, 나도 범인 맞춰보려고 열심히 적어가며 읽었다 ㅋㅋ 메모지 같이 들어있는거 너무 좋은 아이디어같다. 결말에서 밝혀지는 범인과 9명의 연결고리는 허무하면서도 안타까웠다. 내 기준 깔끔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함!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현대적으로 오마주한 작품이라고 하니, 이런 스타일의 추리소설 좋아하는 분들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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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 삶의 감각으로 이야기한 장애의 세계
앤드루 릴런드 지음, 송섬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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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시각장애에 대해 동정심, 불편함, 그리고 현대 의학으로 시력을 회복할 수 없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은 후 시력이 점차 사라지는걸 느끼며 시각장애인 공동체와의 연대를 탐구하고자 한다. 눈이 멀었거나, 안멀었거나 이분법적인 상태가 아닌, 느리게, 미세하게 시각을 잃어가며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혼란으로 시작한다.

시각장애인은 정보 접근성이 낮아 학습과 노동 등 여러 측면에서 경제적 주변화를 겪는다. 비교적 활동이 가능한 시각장애인이 그렇지 않은 시각장애인과 동일시 되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법과 제도가 나아지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공동체에 속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에게 시각적 아름다움은 어떤 의미일까. 물론 누군가를 아름답고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외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많은 시각장애인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만, 가끔은 풍경이나 사람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궁금해할 때도 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던 저자는 점자책과 오디오북에도 익숙해져야 했다. 언어를 귀로 들을 때도 시각 피질이 활성화되지만, 그 정도는 덜하다고 한다. 나 역시 오디오북을 자주 듣지만, 책을 눈으로 읽을 때 언어와 구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런 내용을 읽다보니 책의 활자가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책의 3부에서 내가 시각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현대 의학의 혁신으로 시력을 되찾을 수 없나 고민했던 나의 생각은 실명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사회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 책에는 시각장애인의 교육과 노동, 법과 제도, 과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장애인 체험이라며 안대를 쓰고 앞이 보이지 않는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건 극히 일부였다. 또한, 태아의 장애 유전자검사에 대한 찬반양론도 매우 흥미로웠다. 책에 담긴 여러 용어와 감정, 고민들이 결코 가볍지 않아서 완독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많은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600P 북클럽 리딩가이드에 약 12개의 질문이 있어 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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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사의 시대
이석용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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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을 위해 황혼의 마무리가 두렵지 않도록 최면을 걸어주는 세상이라면, 죽음을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청’에서는 T, S, W 단계로 최면술사를 나눠 노인을 위한 최면 복지를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책의 주인공은 그중 가장 높은 T 레벨로, 사람들을 만지는 것만으로 최면을 걸 수 있다. 황혼의 심리치료라는 자부심과 나름의 윤리 의식을 갖고, 박련섬 할머니의 최면을 시작했으나 육교 아래에서 떨어진 채 발견된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의심되는 상황과, 자신의 알고 있던 체계의 추악한 욕망을 알아가는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우리나라 읍, 면, 동 같은 단위가 쁘레, 꾸리아, 꼬미트로 불려 검색해보니 가톨릭 용어라고 한다. 이외에도 가톨릭 언급이 종종 나온다. ‘최면’이 노인 복지의 수단으로 쓰인다는 소재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후반으로 갈수록 공리청이라는 거대 조직의 소름 돋는 부분이 나와 좋았다. 장편소설이어도 좋았을 것 같다.

최면술사는 미처 이루지 못한 꿈들이나 염원들을 이룬 것처럼 최면을 걸기도 하고, 최면으로 성폭행범을 찾기도 하고, 행복했던 기억을 지워달라는 부탁도 받는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모든 기억을 행복하게 바꾸고 마무리하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내 삶을 부정하게 되는 걸까. 생각보다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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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세븐 킬러 시리즈 3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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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시리즈로 유명한 이사카 고타로의 <그래스호퍼>, <불릿트레인>, <악스>에 이어 4번째 책 <트리플 세븐>이 출간됐다. 이전 작품들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검색해봤는데, 2편인 <불릿트레인>와 인물이 이어진다길래 영화 먼저 보고 책 시작했다. 전작 내용을 몰라도 상관없지만, 보는 걸 추천! <불릿트레인>은 수평적인 기차를 배경으로 나나오와 킬러들이 나왔다면, 이번 트리플세븐에서는 수직적인 호텔을 배경으로 나나오와 킬러들이 등장한다.

코드명 ‘레이디버그’ 나나오는 호텔 20층에 아빠에게 보내는 그림 선물을 운반해달라는 간단한 요청을 받는다. 하지만, <불릿트레인>에서처럼, 엉뚱한 일이 생기고 엎친데덮친격으로 사람이 죽게 된다. 상황을 정리하던 중, 2010호가 아닌 2016호였다는 배달사고를 깨닫고, 호텔을 탈출하려는데, 자신을 도와달라는 여자, 가미노가 나타난다. 가미노는 한번 본 것은 무조건 기억하는 능력을 갖고 이누이 밑에서 일하다, 도망치게 된다. 가미노를 찾기 위해 호텔을 찾아온 킬러들을 제치고, 레이디버그와 가미노는 무사히 호텔을 탈출할 수 있을까.

<불릿트레인>이 수평적인 기차를 배경으로 한다면, <트리플세븐>은 수직적인 호텔을 배경으로 한다. 코드네임 베개와 담요, 콜라와 소다 등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다 특색 있고, 묘사가 생생해서 읽는 재미가 가득했다. 중간중간 유머+진지가 섞여있는데, 책으로 읽으니까 조금 밋밋하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영상으로 보면 이 유머가 더 잘 느껴질 것 같았다. 건물이나 엘리베이터를 배경으로 하는 긴박한 액션신은 한국 느와르 영화에서도 자주 봤는데, 이 책도 영화로 만들어지면 진짜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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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익스프레스 - 길고 쓸모 있는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난 여행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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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여러 철학자들을 조금씩 살펴봤다면, ‘프랭클린 익스프레스’에서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인생을 더 꼼꼼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저자가 60세를 앞두고 인생을 회고하던 중 프랭클린을 만나며, 그를 통해 인생의 방향을 정하게 된 이야기가 주로 담겨있다.

100달러 지폐 속 인물로 잘 알려진 벤저민 프랭클린은 ‘쓸모’라는 단어를 중요시하며, 쓸모 있고 유의미한 삶을 위해 평생 노력했다. 어린 시절의 반짝이는 호기심을 성인이 되어서도 유지해, 과학자이자 발명가로도 이름을 남겼다. 습관의 중요성을 깨닫고 매일을 통제했으며,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렸고, 부드러운 언어를 사용해 인간관계에서의 큰 마찰을 피했다고 한다. 다만, 아들과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았다고 하니, 역시 가족 관계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가 보다 ㅎ,,

가장 존경스러운 점은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편협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유연해졌다는 부분이다. 70이 넘고 80이 넘어도 똑똑하고 멋진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물론, 모든 역사 속 인물이 그렇듯, 프랭클린 역시 무조건적인 칭찬만 받는 것은 아니고 양면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 책에는 미국의 식민지 시대, 독립전쟁, 대륙회의 등 굵직한 역사가 나온다. 내용 몰라도 이해하는데 크게 무리는 없지만, 프랭클린이 ‘건국의 아버지’ 중 한명인만큼, 미국사를 알고 있다면 더 풍부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가 더 흥미롭긴했는데, 누군가의 삶을 이렇게 자세하고 깊이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이 책도 매우 의미 있었다. 시리즈로 이어서 다른 철학자 나와도 좋을 것 같다. 소로나 공자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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