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술사의 시대
이석용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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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을 위해 황혼의 마무리가 두렵지 않도록 최면을 걸어주는 세상이라면, 죽음을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청’에서는 T, S, W 단계로 최면술사를 나눠 노인을 위한 최면 복지를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책의 주인공은 그중 가장 높은 T 레벨로, 사람들을 만지는 것만으로 최면을 걸 수 있다. 황혼의 심리치료라는 자부심과 나름의 윤리 의식을 갖고, 박련섬 할머니의 최면을 시작했으나 육교 아래에서 떨어진 채 발견된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의심되는 상황과, 자신의 알고 있던 체계의 추악한 욕망을 알아가는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우리나라 읍, 면, 동 같은 단위가 쁘레, 꾸리아, 꼬미트로 불려 검색해보니 가톨릭 용어라고 한다. 이외에도 가톨릭 언급이 종종 나온다. ‘최면’이 노인 복지의 수단으로 쓰인다는 소재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후반으로 갈수록 공리청이라는 거대 조직의 소름 돋는 부분이 나와 좋았다. 장편소설이어도 좋았을 것 같다.

최면술사는 미처 이루지 못한 꿈들이나 염원들을 이룬 것처럼 최면을 걸기도 하고, 최면으로 성폭행범을 찾기도 하고, 행복했던 기억을 지워달라는 부탁도 받는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모든 기억을 행복하게 바꾸고 마무리하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내 삶을 부정하게 되는 걸까. 생각보다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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