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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 전아리 장편소설
전아리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2월
평점 :
한적한 바닷가 마을, 열여덟 청춘의 그때를 함께 보내던 해영, 재문, 진철, 기완, 유성 5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주위 학교에서도 선망의 대상이었던 여자애에게 '앤'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무리 중 한명이었던 기완이 앤에게 고백을 하지만 앤은 심한말로 기완을 무시해 버리고 만다. 앤의 태도에 분개한 그들은 앤을 골탕먹이게 위해 작전을 짜지만 상황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실수로 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만다. 하지만 미처 도망치지 못했던 기완만이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가게 되고, 기완을 제외한 4명과 그들의 장난에 휘말려 그 자리에 있었던 주홍까지 그 비밀을 함께 묻게 된다.
시간이 흘러 게임회사에 다니는 해영, 경찰이 된 진철, 부유한 사업가가 된 재문, 용역회사에서 일하는 유성, 연예인이 된 주홍까지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처음엔 기완에게 금전적으로든 어떻게든 보상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그들이었지만, 점점 큰 돈을 요구하고 무리한 부탁을 해오는 기완의 존재가 불편해져만 간다. 그들은 같은 비밀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공유자들이었지만 그 비밀로 인해서 전전긍긍할 수 밖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제 풋내기 고등학생이 아닌 사회인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그때의 '앤'은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자신들의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앤'은 공통적으로 짊어져야 하는 아픔이자 약점이었다. 또한 처음엔 그저 무겁고 무서운 비밀을 지키는 것에 그쳤지만, 이제는 건드리면 모두가 위험해 지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불안했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른이들에게서 한순간에 등을 돌리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파고드는 그 무서운 그림자에 삶 뿐만 아니라 자신들 자체도 파괴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어찌되었든 자신과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무언가의 이익이 가장 우선인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극박한 상황에서는 자신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자신이 상처받고 피해를 볼 것이 두려워 먼저 다른이들을 공격하고 희생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들이 서로를 불신하며 함께여서 뭐든지 즐겁고 행복했던 그때의 순수한 우정조차도 점처 변질되어 가는 것도 참 안타까웠다. 현실의 그 팍팍한 얽히고 설킨 이야기 가운데서 천진난만하고 반짝이던 소년시절의 추억이나 기억들이 간간히 교차될때는, 그들의 이야기가 참 아름다우면서도 아련하게만 느껴졌다. 이제는 친구라서가 아니라 그저 그 사건으로 묶여버린, 의무적으로 함께 해야만 하는 관계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들이 이렇게 변하게 만든 건 진정 무엇이었을까, 이렇게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는지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의도치 않았던 살인이라는 큰 사건 때문에 얽혀버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앤>. 현재의 그들의 이야기가 긴장감도 있고 흡인력도 있어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져서 얼른 결말을 보고 싶었달까?? 결말이 살짝 아쉬운 감도 있었지만 사람사이의 관계라는 것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