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이석용 지음 / 청어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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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파파라치 하면 코 앞에서 플래쉬를 쉴새 없이 터트리며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쫓아다니고 일거수 일투족을 사진에 담아내는 사람들, 시끌벅쩍한 그 분위기에 살짝 얼굴을 찡그리게 되기도 하는 그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여기에 이들과는 아주 다른 특별한 파파라치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19살의 소년 이길도. 얼마 전 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았지만, 큰 누나가 일본으로 장기출장을 가면서 삼촌과 함께 이곳에 남고 싶다던 10살 주홍이와 단둘이 살게 되었다. 조금은 이른 독립을 하게 되면서 '일상에서 흘려보내지는 멋진 순간을 담아준다'는 자신만의 파파라치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름, 스케줄, 요구사항등이 담긴 의뢰인들의 메일을 받아 그들의 일상을 네모난 사진속에 담아내기 시작한다.

 

파파라치 일을 위해 의뢰인들의 일상을 따라가는 길도의 9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담겨 있다. 사고로 남편과 아들을 잃은 주부, 결혼과 동시에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된 회사원, 학창시절 편지를 주고 받았던 코끼리 누나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이 나오는데, 길도가 그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사진을 주인공에게 전달할 때까지의 여정들이 재미있게 펼쳐졌다. 대체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은 무엇일까? 어떻게 끝이 날까? 이야기가 끝을 향해 나아갈때까지 궁금증들을 가지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그들에게 필요한 사진들을 찍기위해 애쓰는 길도와 가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정보원을 자청하는 여자친구 화심이와 똑부러지는 조카 다홍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좋았다. 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친구 민규,한상욱 신부님까지 길도를 아끼며 함께하는 그들의 모습이 참 따뜻해 보였다.

 

길도의 사진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길도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를 잘 아는 듯한, 그 깊은 마음 속내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능력이 내재되어 있는것 같았다. 오히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해서 더 잘 보려하고 다른이들의 마음의 소리에 울림에 더 귀 귀울이게 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의뢰인이 진짜 보고싶어하는 모습들을 제대로 담아내서 보여줄 수 있었던 아주 특별하고 예쁜 사진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의뢰인들은 하나같이 사진을 받아들고 처음엔 의아해 하는 듯 하면서도 만족했고, 그 사진속의 자신들을 그리고 다른 이들을 보면서 기뻐하기도 하고 고민을 털어버리기도 하고 위안을 받기도 하며 한 뼘 더 성장한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나이도 성별로 사연도 각기 다른 그들을 보며 길도도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길도의 파파라치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 스스로와 제대로 마주하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저 흘러갔던 일상 속에서의 자신과 마주하며 자신을 제대로 보고, 미처 느끼지 못했던 주위의 사람들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마음이 더 크게 자라게 하는 아주 중요한 일을 대신 해 주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내가 길도의 의뢰인이 된다면 어떤 사진을 받아볼 수 있을까 괜히 궁금해 지기도 하고, 이렇게 착한 파파라치 한 사람쯤은 있어도 참 좋겠다 싶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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