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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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서 자란 소년의 눈에 비친 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의 유쾌한 공존

이 소설은 분명 성장소설이다. 그런데 읽고 나면, 단순히 한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라고만 말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 요아힘은 독일 북부의 한 정신병원 부지 안에서 자란다. 아버지가 그 병원의 원장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어린 시절 놀이터는 평범한 동네 골목이 아니라 병원 마당이었고, 환자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였다. 그래서일까.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경계는 이 소년에게 애초부터 또렷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었을 뿐이다.

십대가 된 요아힘은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간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그는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을 듣는다. 상실은 늘 그렇듯 예고 없이 찾아온다. 특히 멀리 떨어진 타국에서 듣는 죽음의 소식은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슬픔이 바로 터져 나오지 못하고 어딘가 공중에 매달린 채 머무는 느낌. 충격과 죄책감,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겹쳐진다.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자라며 삶의 불안정함을 가까이에서 보아왔던 소년은, 이제 죽음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타인의 고통을 관찰하던 위치에서, 직접 상실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정신병원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사회가 구분해온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요아힘의 시선에서는 그 구분이 크게 의미 없어 보인다. 환자들도 웃고, 가족도 실수하고, 십대는 방황한다. 모두가 어딘가 불안정하다.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 웃긴 일은 또 생기고, 사람들은 여전히 서툴다. 정신병원이라는 공간, 미국에서의 생활, 가족과의 기억, 그리고 갑작스러운 죽음까지. 이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삶 안에서 동시에 존재한다. 마치 우리가 하루를 살아내는 방식처럼, 기쁨과 슬픔은 예고 없이 뒤섞인다.

유쾌함과 비극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 삶은 그렇게 모순된 감정들이 한데 엉켜 흘러간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라는 제목도 처음에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지지만, 읽고 나면 다르게 다가온다. 떠난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처럼. 기억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장면 속에서, 남겨진 사람의 일상 속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방식으로 살아 있다는 의미처럼 느껴진다.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혹은 상실 이후의 감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어요

#죽은이는모두날아오른다 #요아힘마이어호프 #사계절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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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집에 관한 기록
전건우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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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을 완전히 낯설게 만드는 하우스 호러다.
(아니, 정확히는 집이라기보단 건물 자체가 무섭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서, 읽는 동안보다 다 읽고 난 뒤가 더 무서웠다.

프리랜서 작가 김도형은 저렴한 가격에 로즈 힐 빌라로 이사한다.
처음엔 그냥 운이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곧 이상한 일들이 반복된다.

텅 빈 엘리베이터에서 울리는 정원 초과 경고음.
똑같은 사원증을 건 채 빌라를 드나드는 낯선 사람들.
엘리베이터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빨간 칫솔.
그리고 이웃의 의문스러운 죽음.

처음에는 오컬트 취재 기회라며 흥미를 느끼지만,
점점 더 기이한 현상과 맞닥뜨리게 되고
결국 도움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남긴 뒤, 그는 실종된다.

이후 동료들이 남겨진 이메일과 녹취, 인터뷰, 영상 기록을 따라 빌라를 조사하면서
사건은 더 깊은 어둠으로 빠져든다.

이게 정말 묘하다.
소설을 읽는 느낌이라기보다, 누군가 남긴 파일을 몰래 열어보는 기분에 가깝다.

이 책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면으로 놀라게 하는 공포가 아니다.
대신 아주 천천히, 일상을 비틀어 놓는다.

특히 엘리베이터 장면.
아무도 없는데 울리는 경고음이라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장면을 읽고 나서 엘리베이터 타기가 너무 무서워졌다.
괜히 계단으로 다녀야 할 것 같은 기분.

그리고 거울 보는 것도 괜히 찝찝해졌다.
귓가에 ‘키키킥’ 웃음소리가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아마 이 소설에 너무 몰입해버린 탓이겠지…

특정 인물을 노린 저주가 아니라
공간 자체에 깃든 불길함을 다룬다.

그래서 더 무섭다.
피해갈 방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아아… 결말은 정말 파국이다.

괜히 현관문 잠금장치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만드는 소설.
분량은 길지 않지만, 공포는 제대로 남는다.

오늘은 불 켜고 자야겠다.
무서워 😭

한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어요.

#죽은집에관한기록 #전건우 #한끼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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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겨울에 다시 내가
강민채 지음 / 모모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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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5년 차 한열음은 유난히
모든 일이 꼬이는 하루를 보낸다.
출근길부터 삐끗하고, 일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거기에 5년 전 갑자기 떠난 전 남자친구
최한봄의 열애 소식까지 들려온다.

아니… 하루가 왜 이렇게까지
꼬일 수 있지 싶은 날 있잖아요.
열음의 하루가 딱 그렇다.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은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쓰린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기분이 바닥까지 내려간 채 돌아온 밤.

퇴근 후 남은 일을 하려고 노트북을 켰는데,
이게 또 갑자기 고장이 난다.
결국 오래 간직해 두었던 친구의 노트북을
꺼내 작업을 시작하는데

낯선 포털 사이트가 뜬다.
그리고 실시간 검색어에 보이는 문장 하나.

최한봄 사망.

사망 예정일은 열흘 뒤, 만우절이다.

장난 같기도 하고, 오류 같기도 한데
이상하게 그냥 넘기기엔 찝찝하다.
게다가 그 뉴스는 진눈깨비가 내릴 때도,
함박눈이 쏟아질 때도 계속해서 다시 나타난다.

눈이 내릴 때마다 반복되는 사망 예고라니.
이 설정, 솔직히 너무 낭만적이면서도 무섭다.

그리고 다시 마주하게 된 두 사람.
완전한 우연이라기엔 묘하게 이어져 있던 인연.
한봄이 열음의 SNS를 찾아보고,
열음은 한봄의 다큐멘터리 담당 작가를 맡게 되면서
두 사람은 다시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게 된다.

이미 끝났다고 믿었던 감정이
그렇게 슬그머니, 다시 고개를 든다.

남은 시간은 열흘.
열음은 그의 운명을 바꿔보겠다고 결심한다.

한봄은 과거 유망한 수영선수였지만 좌절을 겪었고,
그 선택의 끝에서 결국 열음을 떠났다.
서로를 위한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그 말 못 한 마음들이 쌓여 결국 이별이 되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에 대해
조금만 더 솔직하게 이야기했더라면,
조금만 더 대화를 나눴더라면…
정말 헤어지지 않았을까.

물론 그랬다면 이 이야기는 시작도 못 했겠지만,
그래도 왜 소설 속 연인들은 늘 그렇게 말이 부족한지…
읽으면서 괜히 내가 더 답답해진다.

읽고 나니 《내일의 으뜸》,
선재 업고 튀어 원작 소설이 떠올랐다.
비슷한 결의 설렘이 있으면서도 또 다른 온도.

운명을 거스르는 판타지 설정 위에
현실적인 감정선을 촘촘히 얹어둔 이야기.

200페이지도 채 되지 않아 금방 읽히는데
그래서 더 아쉽다.
친구 다영 이야기나 선배 학연 이야기도
조금 더 보고 싶었달까.

짧지만 심장이 간질간질해지는 로맨스.
눈 녹기 직전의 계절처럼,
차갑지만 어딘가 따뜻한 이야기였다

오팬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너의겨울에다시내가 #강민채 #모모 #오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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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홍이
박경란 지음 / 하늘퍼블리싱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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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서평단>
📚도서명 : 안녕, 홍이
✏️저자명 : 박경란
🏢출판사 : 하늘퍼블리싱
📅출간일 : 2026년 1월 30일

한 여성의 죽음에서 시작해 세대를 건너 이어진 기억을 따라가는 장편소설이다. 한국과 독일을 오가고, 근대와 현대를 넘나들지만 결국 이야기는 다시 한 사람의 삶으로 돌아온다. 거대한 역사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결국 한 사람의 시간에 집중하게 된다.

독일에서 세상을 떠난 파독 간호사 똥례 이모의 장례식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베를린으로 향한 그곳에서 이모의 유품과 일기장을 정리하며,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삶과 마주하게 된다.

1970년대 독일로 파견된 1세대 파독 간호사였던 이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타국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했다. 우리는 흔히 그들을 ‘헌신’이라는 말로 기억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그 한 단어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삶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과 고된 노동, 흔들리는 관계들까지, 이주 여성 노동자의 시간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이모의 일기장을 통해 이야기는 더 이전 세대로 이어진다. 조현자와 그의 딸 은수, 그리고 외할머니 홍이의 삶이 겹쳐지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분단,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기억, 산업화와 민주화, 5·18 광주 항쟁까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이 한 가족의 삶 안에서 되살아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파독 간호사라는 이름 뒤에 가려졌던 ‘개인’의 얼굴이었다. 경제 발전의 주역이라는 말보다 먼저, 한 사람의 딸이었고 엄마였고, 사랑하고 상처받았던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오래 남는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거대한 사건의 이름이 아니라, 그 시간을 묵묵히 살아낸 사람들의 이름이 아닐까.

“살면 살아진다”는 문장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그게 희망인지 체념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그 말이 이상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들의 삶이 너무 고단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그 무게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엄마와 할머니 세대의 삶이 궁금해진 사람, 한국 현대사를 한 사람의 이야기로 읽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더 잘 맞을 것이다.

조금 지쳐 있는 날, “살면 살아진다”는 문장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chae_seongmo) 서평단 자격으로 하늘퍼블리싱 (@hanl_publishing)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안녕홍이 #박경란 #하늘퍼블리싱 #채성모에손에잡히는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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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마, 소슬지
원도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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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서평단>
📚도서명 : 죽지마, 소슬지
✏️저자명 : 원도
🏢출판사 : 한끼
📅출간일 : 2026년 2월 9일

서울의 한 빌라에서 변사 사건이 발생한다.
출동한 경찰 변하주는 화장실에서 자신과 동갑내기 여성 소슬지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날 밤.
혼자 사는 하주의 원룸에, 귀신이 된 슬지가 찾아온다.

슬지는 이승을 떠돌고 싶지 않지만, 승천하는 방법을 모른다.
하주는 만성 과민대장증후군을 앓고 있고, 예민한 몸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절실한 사람인데, 하필이면 귀신이 눌러앉았다.

하주는 슬지를 보내야 하고, 슬지는 떠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시작된 동거.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조합이 점점 익숙해진다.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챙기고, 귀찮아하면서도 모른 척하지는 못한다.

슬지의 고독.
하주의 피로.
혼자 사는 여성으로서의 불안.
말하지 못한 채 그냥 삼켜버린 감정들.

이 소설은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통해 조금 덜 외로워지는 과정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개인적인 TMI 하나.
나는 책을 읽을 때 꼭 군것질을 하면서 보는 걸 좋아한다. 과자든 초콜릿이든 뭔가를 집어 먹으면서 읽는 게 나만의 루틴이다.

그런데 이 책은… 너무 ‘변변’거려서(?) 😂
결국 간식은 옆에 두고, 그냥 책만 읽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그만큼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는 건 확실하다.

왜 하주에게만 슬지가 보였을까.
왜 슬지는 하주를 따라왔을까.

둘의 외로움이 닮아서였을까.
말로 꺼내지 못한 피로와 고독이, 서로를 알아본 건 아닐까.

그래서 더 다행이라고 느꼈다.
하주에게는 동생이 있었다는 게.
완전히 혼자는 아니라는 게.

그리고 슬지에게도, 마지막까지 붙잡아 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졌을까.

나에게 이 책은 조금 이상하고, 꽤 다정한 이야기였다.

한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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