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홍이
박경란 지음 / 하늘퍼블리싱 / 2026년 1월
평점 :
품절


<도서협찬><서평단>
📚도서명 : 안녕, 홍이
✏️저자명 : 박경란
🏢출판사 : 하늘퍼블리싱
📅출간일 : 2026년 1월 30일

한 여성의 죽음에서 시작해 세대를 건너 이어진 기억을 따라가는 장편소설이다. 한국과 독일을 오가고, 근대와 현대를 넘나들지만 결국 이야기는 다시 한 사람의 삶으로 돌아온다. 거대한 역사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결국 한 사람의 시간에 집중하게 된다.

독일에서 세상을 떠난 파독 간호사 똥례 이모의 장례식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베를린으로 향한 그곳에서 이모의 유품과 일기장을 정리하며,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삶과 마주하게 된다.

1970년대 독일로 파견된 1세대 파독 간호사였던 이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타국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했다. 우리는 흔히 그들을 ‘헌신’이라는 말로 기억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그 한 단어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삶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과 고된 노동, 흔들리는 관계들까지, 이주 여성 노동자의 시간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이모의 일기장을 통해 이야기는 더 이전 세대로 이어진다. 조현자와 그의 딸 은수, 그리고 외할머니 홍이의 삶이 겹쳐지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분단,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기억, 산업화와 민주화, 5·18 광주 항쟁까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이 한 가족의 삶 안에서 되살아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파독 간호사라는 이름 뒤에 가려졌던 ‘개인’의 얼굴이었다. 경제 발전의 주역이라는 말보다 먼저, 한 사람의 딸이었고 엄마였고, 사랑하고 상처받았던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오래 남는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거대한 사건의 이름이 아니라, 그 시간을 묵묵히 살아낸 사람들의 이름이 아닐까.

“살면 살아진다”는 문장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그게 희망인지 체념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그 말이 이상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들의 삶이 너무 고단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그 무게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엄마와 할머니 세대의 삶이 궁금해진 사람, 한국 현대사를 한 사람의 이야기로 읽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더 잘 맞을 것이다.

조금 지쳐 있는 날, “살면 살아진다”는 문장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chae_seongmo) 서평단 자격으로 하늘퍼블리싱 (@hanl_publishing)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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