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연대기 클래식 호러
로버트 E. 하워드 외 지음, 정진영 엮고 옮김 / 책세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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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라는 존재가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언제, 어떻게 친숙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 또한 좀비라는 존재를 낯설고 먼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마도 좀비를 소재로 한 소설들과 영화들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게다가 점점 좀비의 존재는 초창기의 좀비와는 다른 존재로 탈바꿈하며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초기의 좀비는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좀비는 무엇일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 해답을 이 책 '좀비연대기'가 알려주고 있다.

클래식 호러 '좀비연대기'는 18세기와 19세기 초에 쓰여진 '좀비'에 대한 소설집이다.

단편 특유의 긴장감과 깔끔함, 그리고 여운을 담고 있다.

간단한 감상평을 하자면 '사악함'을 따지면 인간이야말로 온 세상의 모든 생물, 혹은 존재를 통틀어서 최고봉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


로버트 어빈 하워드 - 지옥에서 온 비둘기/검은 카난

-산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엔 비둘기가 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긴 처음엔 벌레들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나중엔 먼지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둘기떼가 누군가에겐 참으로 두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검은 카난'은 좀 인종차별주의적이었다. 그 시대엔 당연시되었을지 모르지만 현대에 읽기엔 비판의 요소가 많을 듯하다.


잭 런던 - 천번의 죽음

-예전에 무슨 영화였는지 소설이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미래사회에서 공간이동을 어떻게 하는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인간을 분자나 원자로 분리해서 이동시켜 다시 합친다는 설명이었다. 그 이야기가 생각났다. '좀비'에 대한 이야기보단 미친 과학자에 대한 반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재미면에서는 최고.


가넷 웨스턴 허터 - 노예에게 소금은 금물

-'좀비'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노예로 만들기 위한 것임에 경악스럽다. 현대에서 '로봇'을 만드는 이유와 뭐가 다르지?! 좀비에게 '소금'은 자신의 죽음을 깨닫는 계기를 만든다. 왜?는 나오지 않지만 그 시기에는 '소금'은 귀한 것이었고, 모든 음식에는 '소금'이 빠짐없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결국 산 사람처럼 먹는 것을 금기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라프카디오 헌 - 귀환자들의 마을

- '좀비'가 사람을 홀리다. 에그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남자는 있다?! 조심하숑!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 나트에서의 마법

- 사랑하는 연인을 찾아서 흘러간 곳은 좀비가 된 연인과 마법사들이 있는 곳. '사랑'은 없고 공허와 서늘함만 남았네.


이네즈 월리스 -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 일하는 좀비들과 춤추는 좀비들.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은 죽음의 안식마저 빼앗았다.


비비언 미크 - 화이트 좀비

- 모든 것은 '욕망'에서부터 시작된다.


토머스 버크 - 할로 맨

- '복수'보다 '안식'을 원한 남자가 안타까웠다. 그가 평온한 안식을 찾았기를.


윌리엄 뷸러 시브룩 - 마법의 섬

- 딸의 남편에겐 친구가 없다?! 단지 있는 것은.


헨리 S. 화이트헤드 - 점비

- 여기에서의 '점비'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영혼의 몸부림이었을까.


앨피어스 하이엇 베릴 - 좀비 감염 지대

-한 집요하고 광적인 과학자로 인해 죽음을 허락받지 못한 존재들. 현대 좀비와 가장 가까운 좀비였다. 이성이 없이 본능만 남아있는 존재.



좀비의 고향은 아이티라고 한다. 실제로 아이티에는 '좀비'를 실제로 보았다는 사례도 많은데다가 법 조항에도 '좀비'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하다. 아이티 형법에는 좀비로 만드는 '좀비화'를 살인 행위로 간주해 금지하는 조항(249조)까지 있다. 과학적으로 풀 수도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도 없는 일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잔인한 것 중에 하나가 이 '좀비'를 만드는 이유가 무보수 노동력을 제공받기 위한 것임에 솔직히 경악스럽다. 그래서 현대의 좀비물에서 이런 이유가 사라지고 과학적인 오염으로 좀비화가 되는 식으로 만들고 있지 않는가, 싶다. 하지만 결국 양자 모두 '권력'과 '욕심'이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책 뒷표지에서 말했듯이 [악마는 좀비가 아니라 그들을 불러낸 인간의 사악함 속에 있다!] 가 여전히 현대에서도 '좀비'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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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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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 읽었던 그 수많은 동화책에서 여자주인공들은 모두 젊고 아름다웠다. 게다가 착하고 현명하기까지.

그래서 어느날 전래동화중에 '박씨부인전'을 읽게 되었을때 나는 놀라움에 빠졌다.

착하고 현명하지만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남편에게 어떠한 대우도 못

받는 박씨부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과거급제를 돕고 나라의 어려움을 돕는 박씨부인.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박씨부인이 자신을 박대하는 남편에게 복수하거나 모든 것을 잊고 산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아버지처럼 도인의 길을 걷거나 아니면 개과천선한 남편이 부인을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되기를 바랬다. 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원래 박씨부인은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저주를 받아 못생겨진 것이었다. 결국 저주가 풀리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온 박씨부인은 남편을 용서하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우리는 어려서부터 '못생김'은 업신여겨야하는 것으로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전염병도 아니고 장애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못생김'을 병인양 장애인양 취급해버린 것이다.

서양의 동화 '미녀와 야수'도 마찬가지였다. 뭐 그래도 미녀가 야수인 상태에서 사랑에 빠졌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야수로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야수도 미남으로 변했으니. 뭐 그렇고 그렇지 아니한가. 게다가 전 세계를 통틀어 보아도 '미녀와 야수'는 있어도(개구리 왕자라던지) '추녀와 미남'은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

그래서 나에게 이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두번은 읽지 못할 책이 되어버렸다.

동화가 아니라 너무나 현실이어서. 한글자 한글자 그녀와 그가 낡은 노트에 꾹꾹 눌러쓴 편지같아서, 다시 읽기가 겁나는, 슬픔과 서글픔이 목까지 차올라 울 것 같아서이다.


그가 그녀를 사랑함에 있어서, 그녀가 그를 사랑함에 있어서 그 어떤 이유도 없을 테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 이유를 기어코 알아내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한의 말처럼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인간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7형제나 되는 우리집에 막둥이가 있다. 나랑 거의 스무살이 넘는 나이차이다보니(부모님이 금술이 좋다고 해두자 ^^;; 이 시대에 7형제나 된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기도 하고)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할때 막내는 초등학생이었다. 한번은 막내가 분에 못이겨서 친구를 때리고 집에 돌아온 일이 있었다. 그날 학교에 막내를 데리러 아버지가 가셨더랬다. 아버지는 환갑이 넘었고 아이들이 보기엔 할아버지였다. 같은 반 아이의 "야, 너네 할아버지야?"라는 말에 막내는 주먹이 나간 것이다. 막내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아버지가 친구에게 모욕당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저 단순히 막내의 친구는 보이는대로 말했을 뿐일텐데. 언제나 상처는 본인의 몫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이제 막내는 대학생이 되었고 여전히 더욱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다.



 


그녀가 놀이동산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부끄럽지 않았나요?' 물었을때.

나는 그녀를 힘껏 안아주고 싶었다. 아니 안아주진 못했어도 그저 가많이 옆에 앉아있어 주고 싶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신도 믿지 않고, 종교도 없지만 그녀가 행복하기를. 적어도 그날만은 행복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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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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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하나 없는 옷을 볼때, 티끌하나 없는 창틀을 볼때, 집안 전체가 무균실같은 완벽함을 보여줄때 나는 두려움과 함께 공포심을 느낀다. 그 속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지고, 그 곳에 있는 내가 마치 '균'처럼 느껴지기까지 할 것 같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곳이나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는 그리 흔한 사람이건만 ㅋㅋ)


그레이스는 다운증후군인 동생 밀리를 보살피며 살아간다. 그녀의 부모는 다른 부모들과는 달리 자신의 자녀인 밀리를 부담스러워한다. 결국 밀리를 그레이스에게 떠안기고 밀리가 학교를 졸업하는 동시에 뉴질랜드로 이민갈 생각밖에 없다. 자신의 또다른 생명과도 같은 밀리를 끝까지 보살펴주겠다고 결심하는 그레이스. 그런 그레이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잭 엔젤.

가정폭력의 피해자(아내)를 위해 싸우는 변호사 잭 엔젤.(나중에 왜 그가 그녀들을 위해 싸우는지 이유가 나오는데 충격 그 자체였다)

잭은 그레이스에게 밀리를 같이 돌보기로 약속하고 그녀와 결혼한다. 다정하고 완벽한 남자 잭. 하지만 결혼식 날부터 모든 일은 불안함을 동반한다.

결혼식날 들러리를 섰던 밀리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다치고 신혼 첫날밤 잭은 외출한 이후 돌아오지 않는다. 그 순간부터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 잭. 자신의 본모습을 그레이스에게 보여주며 그녀가 공포에 떠는 모습을 즐긴다.

잭에게 도망치려는 시도는 번번히 실패하고 그레이스는 결국 잭의 완벽한 집에 갇히고 만다.


혹자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때리지도 않는데 왜 그를 벗어나지 못하는가? 집에서 이웃들과 파티를 여는데도 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가?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레이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누군가가 내 등 뒤에서 칼이나 총을 들이대며 자신의 말대로 하라고 한다면 나는 거부하거나 반항할 수 있을까?

자신의 생명을 버려가면서까지 그럴 수 있을까?

게다가 자신의 소중한 누군가 인질로 잡힌 상태에서 과연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그 수많은 보이스피싱 사기가 왜 많은 성공률을 가지고 있다고 묻는다면 이 물음이 그 대답이 될 것 같다. 자신의 자녀나 손주가 다치거나 납치가 되었다면 그 어떤 사람도 그들의 말을 따를테니까. 물론 안 그러는 경우도 있지만.)

그레이스는 그저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잭에게 굴복한 것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했고, 끊임없이 잭에게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동생 밀리를 위해서. 동생 밀리마저 잭에게 잡혀버린 새가 되지 못하도록.

자신만을 생각했다면 아마도 자신이 정신병동에 갇히는 한이 있더라도 저항했을 것이다. 하지만 잭이 동생 밀리를 인질로 잡고 있는 한 그녀는 머리를 써야했고, 현명하게 대처해야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레이스와 잭을 보고는 완벽한 부부라고 믿었고 그녀의 부모는 저 멀리 뉴질랜드에 있고, 그레이스에게 유일한 아군은 동생 밀리뿐이었다.


책은 그레이스의 심리묘사를 매우 심도깊게 그렸다.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녀를 통제하려는 광적인 사이코패스 잭의 모습과 그것을 벗어나려고 하는 그레이스를 보여준다.


책 제목처럼 문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 어떤 공포물보다 더 공포스럽다.

과연 그레이스는 괴물같은 잭에서 벗어나 밀리를 지킬 수 있을지.

게다가 맨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다시 한번 공포심이 밀려들었다.


에스터, 당신은 아군인가, 적군인가?!


무더운 올 여름밤 이 책 한권을 추천한다. 다시 한번 완벽함은 왠지 모르게 공포스럽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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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나 스토리콜렉터 56
마리사 마이어 지음, 이지연 옮김 / 북로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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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크로티컬 시리즈의 프리퀄인 '레바나'는 기존의 시리즈를 읽지 않아도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이 유명한 문장만 보아도 그녀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백설공주의 새엄마.
자신보다 아름다운 백설공주를 몰아내고 왕국을 차지한 여왕.
(어렸을 적에 읽었던 백설공주의 이야기는 사실 나에겐 충격이었다. 아마도 원작을 최대한 살렸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사냥꾼에게 백설공주를 죽이라고 명령한 여왕은 그 증거로 백설공주를 요리해오라고 시킨다. 사냥꾼은 어린 백설공주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도망치라고 하고는 어린 사슴을 잡아 요리해서 여왕에게 바친다. 아직 초등학생이었던 나로서는 백설공주는 잔혹한 이야기였다. 게다가 끝은 여왕을 불태우고 백설공주와 왕자는 결혼하지만 아마도 왕자가 시체애호가인지 뭔지 그래서 결국 공주와 이혼한다는 이야기였던가 그랬다. 여튼 다른 책에서의 동화는 그저 왕자와 공주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났지만 내가 읽은 그 동화책은 결코 해피스럽지 않았다. 내가 알기론 실제로 안데르센 동화책 또한 해피하지 않다고 하던데 그 원작을 살린건지 어떤 건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내가 읽은 동화책은 그러했다.)

여튼 이 책은 백설공주의 새엄마(윈터의 새엄마)인 레바나의 이야기이다. 그것도 판타지로 새로 쓴 루나(달)의 지배자 레바나의 사랑과 권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소개만 보고는 거울은 언제부터 있었는가,가 궁금했는데 사실 거울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집에 걸어놓은 거울은 등장하지만)
레바나의 어린시절은 불우하기 짝이 없다.
부모님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고 하나밖에 없는 언니는 잔인하고 레바나를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알고 있으며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남편이 되었다.
레바나는 자신이 유일하게 원하는 사람을 차지하기 위해 무단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마음'은 그 어떤 마법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그녀의 '마음'만 애절하다.)
갑작스런 언니의 죽음으로 루나의 여왕이 된 레바나. 하지만 언니의 유일한 후계자 셀린 공주가 클때까지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바나는 자신만이 루나를 잘 다스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녀는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데 과연 그녀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느낀 것은 그릇된 자신의 믿음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가, 였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나라를 잘 다스리지?"

아마도 이렇게 바뀌어도 충분한 듯하다.

[레바나와 시빌 미라, 그리고 조정 신료들은 외곽 지구 간의 교역과 제조 협약, 그리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장시간 논의했다. 외곽 지구를 순찰하려면 경비병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경비병을 더 선발하고 훈련을 시작했다. 정부가 선발하려고 한 젊은이들 중에는 경비병이 되기 싫어하는 자들도 있었다. 특히 자신이 감시해야 할 구역에 가족이 있는 경우에 그랬다. 레바나는 그들이 그토록 걱정하는 바로 그 가족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젊은이들은 순식간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p 222~223

단적으로 레바나의 사고방식은 이러하다.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고 루나를 사랑하는 것이 이러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결여된 레바나.
그녀는 '양심'이 없는 '아름다운' 겉모습의 여왕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정치와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모습에서 503이 생각났다. 정말이지 다행이도 왕정시대가 아닌 민주시대여서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권력은 누가 어떻게 쓰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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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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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장자는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호젓하게 날아다니며 행복해하였다. 그러다 잠에서 깼다. 자신의 주위는 꽃들이 만발하였고 나비가 그 꽃들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나의 꿈을 꾼 것인가?"


'백투더 퓨처'와 '터미네이터'를 흥미롭게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 나에겐 '호접몽'의 글이었다.

미래인간이 현실로 오고 현실의 인간이 과거로 가는 이야기. 하지만 여기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벽이 있었다. 현실의 나에겐 그가 미래인간이지만 그에게 있어서 현실의 나는 과거의 인간인 것이다. 우리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만 시간이 다른 것이다. 게다가 과연 무슨 기준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갈라진단 말인가. 아마도 이 문제는 나에게 영원히 풀지 못한 수수께끼일 것이다.


어렸을적 불가사의에 관한 책을 읽었었는데 거기에는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4차원 이동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어떤 아이가 언덕에서 놀다가 울타리를 뛰어넘었는데 순간 아이가 사라졌다. 무슨 마술을 부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사람들은 그저 아이가 뛰어넘는 순간 4차원의 문이 열렸고 블랙홀처럼 그 속에 빨려들어갔을 것이라 짐작한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서양에서는 그런 식으로 해석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무엇에 '홀렸다'라고 해석을 하지 않았을까.

여하튼 이런 이야기들이 오래전서부터 나오는 것을 보면 이 세상에 '무언가'가 있는 것은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과학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설명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 '야행'의 이야기도 그러하다.

신비한 동판화에 '홀린' 이들의 이야기이다.


[지난번 우주 비행사의 인터뷰를 봤어요, 하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소련 우주 비행사 가가린의 '지구는 파랗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제는 우주에서 바라본 영상 같은 건 그리 드문 것도 아니라서 우리는 그 '파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주 비행사의 말에 따르면 정말 충격을 받은 것은 배경에 있는 우주의 어둠이다. 그 어둠이 얼마나 어두운지, 얼마나 공허한지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가가린은 사실 끝 모를 공허를 말하고 있었다. 결코 사진으로는 담지 못할 그 우주의 깊은 어둠을 생각하면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매력적인 것 같기도 하다.

"세계는 언제나 밤이에요." 그녀는 중얼거렸습니다.] -260페이지


그녀의 말대로 세계는 언제나 밤이다. 그저 지구가 자전을 해서 찬란한 해가 비추는 곳에 다다르면 아침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고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 지구는 칠흑같은 끝모를 우주의 어둠 속에 존재하는 그저 하나의 별에 불과한 것이다.


십몇년 동안 야행성으로 살아온 나는 낮보다 밤이 익숙하다. 익숙함은 어느 순간 사람을 무뎌지게 만든다.

이 책 '야행'을 읽으며 오랜만에 '밤'이 익숙치 않은 낯선 '나'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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