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장자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장자는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호젓하게 날아다니며 행복해하였다. 그러다 잠에서 깼다. 자신의 주위는 꽃들이 만발하였고 나비가 그 꽃들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나의 꿈을 꾼 것인가?"


'백투더 퓨처'와 '터미네이터'를 흥미롭게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 나에겐 '호접몽'의 글이었다.

미래인간이 현실로 오고 현실의 인간이 과거로 가는 이야기. 하지만 여기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벽이 있었다. 현실의 나에겐 그가 미래인간이지만 그에게 있어서 현실의 나는 과거의 인간인 것이다. 우리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만 시간이 다른 것이다. 게다가 과연 무슨 기준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갈라진단 말인가. 아마도 이 문제는 나에게 영원히 풀지 못한 수수께끼일 것이다.


어렸을적 불가사의에 관한 책을 읽었었는데 거기에는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4차원 이동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어떤 아이가 언덕에서 놀다가 울타리를 뛰어넘었는데 순간 아이가 사라졌다. 무슨 마술을 부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사람들은 그저 아이가 뛰어넘는 순간 4차원의 문이 열렸고 블랙홀처럼 그 속에 빨려들어갔을 것이라 짐작한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서양에서는 그런 식으로 해석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무엇에 '홀렸다'라고 해석을 하지 않았을까.

여하튼 이런 이야기들이 오래전서부터 나오는 것을 보면 이 세상에 '무언가'가 있는 것은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과학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설명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 '야행'의 이야기도 그러하다.

신비한 동판화에 '홀린' 이들의 이야기이다.


[지난번 우주 비행사의 인터뷰를 봤어요, 하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소련 우주 비행사 가가린의 '지구는 파랗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제는 우주에서 바라본 영상 같은 건 그리 드문 것도 아니라서 우리는 그 '파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주 비행사의 말에 따르면 정말 충격을 받은 것은 배경에 있는 우주의 어둠이다. 그 어둠이 얼마나 어두운지, 얼마나 공허한지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가가린은 사실 끝 모를 공허를 말하고 있었다. 결코 사진으로는 담지 못할 그 우주의 깊은 어둠을 생각하면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매력적인 것 같기도 하다.

"세계는 언제나 밤이에요." 그녀는 중얼거렸습니다.] -260페이지


그녀의 말대로 세계는 언제나 밤이다. 그저 지구가 자전을 해서 찬란한 해가 비추는 곳에 다다르면 아침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고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 지구는 칠흑같은 끝모를 우주의 어둠 속에 존재하는 그저 하나의 별에 불과한 것이다.


십몇년 동안 야행성으로 살아온 나는 낮보다 밤이 익숙하다. 익숙함은 어느 순간 사람을 무뎌지게 만든다.

이 책 '야행'을 읽으며 오랜만에 '밤'이 익숙치 않은 낯선 '나'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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