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장선하 옮김 / 책만드는집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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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밍웨이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 <노인과 바다>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그리 두껍지 않아 금방 읽을 것 같았다. 담담한 문체에 생상한 묘사가 뛰어났다.

 

  벌써 83일째 물고기를 잡지 못한 운없는 어부 산티아고는 84일에도 큰 물고기를 잡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또다시 바다로 나간다. 마침내 그의 낚시줄을 큰 물고기가 물게 되고 노인의 배보다 더 큰 물고기를 노인 혼자서 끌어올릴 수 없어 물고기 스스로가 힘이 빠질 때까지 사흘을 기다린다. 물고기를 잡기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긴 사투로 상처투성이가 된 노인은 마침내 물고기를 잡고야 만다. 망망대해에서의 혼자만의 시간을 견뎌 마침내 해낸 것이다.

 

  P93 노인은 고통을 견디며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짜냈고 오래전에 사라진 자존심까지 끌어모아 물고기의 고통에 맞섰다. 마침내 물고기가 노인의 옆으로 가까이 헤엄쳐 왔다. 주둥이가 배의 널빤지에 닿을 만큼 가까워졌고 배를 지나쳐 가는 물고기의 길고 넓은 은빛 몸통의 자주색 줄무늬가 끝없이 이어졌다.

 

  노인은 낚싯줄을 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밟고서 작살을 최대한 높이 쳐들어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 높이까지 올라온 물고기의 거대한 가슴지느러미 뒷부분에 힘껏 내리꽂았다.

 

  기나긴 고난과 고통의 시간이었다. 바다와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 그 곳에서 노인은 여러 가지 생각에 휩싸여 있다가도 떨쳐내고 고기잡이에 집중하려고 애쓴다. 큰 물고기와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싸움에서 혹은 금방이라도 쓰러져버릴 것 같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노인은 이긴다. 힘들어서 낚시줄을 끊을 만도 한데 사흘을 견뎌 끝내 물고기에게 작살을 꽂은 노인에게서 그저 노인이 아닌 청년보다 더 강인한 한 인간을 보았다. 노인의 의지가 빛난다.

 

  물고기를 잡고나서 배에 묶었더니 배보다 더 길어 마치 두 개의 배를 묶은 것처럼 보였다. 노인이 물고기를 잡았지만 또 육지까지는 어떻게 갈까 갈 수 있을까 가다가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노인은 생애 최고의 물고기를 잡는 기쁨도 잠시였다.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이 생각났지만 노인의 이야기는 그리 비극적이지 않다. 자신이 사랑하는 소년과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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