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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 대한민국을 걷다 - 아들과의 10년 걷기여행, 그 소통의 기록
박종관 지음 / 지와수 / 2012년 7월
평점 :
나는 아빠도 아니고 내겐 아들도 없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아빠와 아들의 동행에 동참하고 싶어서였다. 책으로나마 부자지간의 따뜻한 정을 느껴보고 싶었다. 지금껏 생각조차 못해봤던 국토대장정을, 청년도 힘들 일을 조그마한 아이와 한다니 가히 존경할만하다.
P5 여행은 나에게 많은 것을 선물해주었다. 또한 여행은 내 삶의 일부나 마찬가지였다. 여행을 하면서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고,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울 때는 여행을 통해 위안을 얻고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인생의 고비가 있을 때마다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찾기도 했다. 내가 그랬듯 내 아이도 여행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길 바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들과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저자처럼 아이도 여행을 통해 삶을 배워나가 길 바래서가 아닐까. 아빠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아이가 아빠와 함께한 걷기여행을 통해 몸도 마음도 성장하고 아빠와의 추억이 삶의 자양분이 되어 살아가는데 힘이 될 것이다.
12P '무리하게 걷지 않고 놀듯이 걸으면 걷는 거나 노는 거나 그게 그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면 쉬면 되고, 배고프면 먹으면 되고, 졸리면 자면 되고, 오늘 못가면 내일 가면 되고, 올해 못가면 내년에 가면 되니 바로 시작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생후 3년 8개월, 5세 아기가 집 앞마당에서 종일 뛰어노는 것을 보고는 저자가 생각했다. 지금 시작해도 되겠다고. 나도 아기가 있지만 애기를 놓고서는 할 수 없는 것만 찾고 있었다. 저자처럼 아기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다. 여행도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 해야지 했는데 나의 고정관념을 무참히 깨버린다. 아이가 내 삶의 장애물이 아니라 함께 가야하는 공동적 운명이란 것을 그리고 아이와 함께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아빠가 만3세 아이와 걷기여행을 하겠다고 하면 세상 어느 엄마가 좋아하랴. 연약한 아이를 데리고 걷기여행이라니. 그런데 저자의 부인은 흔쾌히 허락을 한다. 부창부수다. '아빠, 엄마가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구나.'싶었다. 무릇 부모라면 저래야지. 부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들과의 걷기여행 잘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부자는 강원도에서 경기도, 서울, 인천,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 경남, 부산까지 10여년에 걸쳐 걸어오고 있고 아직도 걷기가 진행 중이란다. 걷기여행의 끝도 장대하겠지만 끝이 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부자가 걷기여행을 하는 도중 남북이 통일이 되어 북으로 북으로 걸어가는 상상을 해본다. 부자는 군인들이 행군하듯 행장을 꾸려서 다니는데 아무리 가볍더라도 야영장비를 지고 걷다니 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러 힘들게 여행을 하다니. 사실 쉽고 편한 것만 찾았다면 걷기여행은 하지 않았을 것이고 힘든 여행일수록 기억에 남는 법이고 추억할 게 많아서일 것이다. 얼마 전 여행을 가면서 배낭을 메고 갔었는데 무겁다고 투정부렸던 생각이 난다. 배낭이 고작 7키로도 안됐을 테고 차나 비행기에 실었기 때문에 별로 메지도 않았었는데 어느새 나는 편한 것에 익숙해져 편한 것만 찾고 있었단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부자처럼 캠핑을 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걷기는 부자만큼 못 걷겠지만 부자의 걷기여행을 모티브로 가볍게 트레킹을 해보고 싶어졌다. 부자는 여행도중 식수를 화장실물을 사용하고 씻지 않는 건 예삿일이고 주로 먹는 걷는 라면, 참치캔, 햄 등등 인스턴트이지만 때론 인스턴트가 아주 소중한 일용할 양식이 되기도 하고 그 어떤 음식보다 영양식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사랑이 첨가되어있다면 인스턴트도 먹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는 글솜씨가 없다고 하셨는데 일기를 4학년때부터 지금껏 쓰셔서 그런지 글이 일기처럼 편안하고 육아일기같이 느껴진다. 저자의 아이들 진석이와 규원이의 성장사진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나도 아버지와 낚시도 하고 놀이동산에도 가고 하기는 했지만 추억이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많았으면 좋으련만 조금 아쉽기도 하다. 저자가 말했듯 우리시대 아버지는 자식사랑의 표현이 지금과 달라고 또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했기 때문에 자식들과 함께할 시간이 적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 아빠도 육아에 적극 참여하고 아이와도 추억쌓기할 기회가 많다. 책을 덮으며 진석이처럼 우리딸도 아빠와의 추억, 엄마와의 추억이 많은 추억부자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