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 - 조선 최고의 공부 달인들이 알려주는 학문의 비법
이수광 지음 / 해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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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선이야기를 접하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옛이야기를 좋아해서 역사서적을 즐겨 읽었는데 최근에는 경제서적이나 계발서적을 주로 읽는 탓에 소홀히 했다. <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 책제목을 보고 조선 선비라는 단어가 나를 사로잡았다. 조선 선비하면 학문의 깊이가 있고 예를 알며 강직하며 풍류와 멋을 아는 이들 아닌가. 이들의 공부법이라니 안 읽고서야 배길 수 없다. 16인이라고 했지만 책속에는 무수한 인물들이 나온다.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사료를 모으느라 고생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선인에게서 공부법을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32P 하루는 김굉필이 김종직에게 물었다.

"스승님, 제자가 어리석어 뒤늦게 독서를 시작했으니, 과연 뜻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학문을 하는 데 늦고 빠른 것이 어디에 있느냐? 나는 새벽닭이 울 때 일어나 세수를 하고 단정하게 앉아서 책을 읽었다. 네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와 같이 한다면 크게 발전할 것이다."

 

 

  젊은 시절 망나니생활을 하던 김굉필은 좋은 벗을 사귀고 좋은 스승을 둔 탓에 뒤늦게 학문을 하게 되었다. 학문을 할 때 흐트러짐이 없었던 스승을 본받아 김굉필 역시 단정히 학습하였다. 또한 다른 사람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였고 훗날 김종직의 제자 중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날 정도였다. 공부를 할 때를 자신의 부주의로 혹은 환경이 여의치 않아 놓쳤다고 해서 후회하거나 환경을 원망할 필요 없다. 뒤늦게라도 시작하면 된다. 늦게 시작하더라도 김굉필처럼 열심히 하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59P 이헌길은 과거 공부를 위한 학문을 팽개치고, 의서를 찾아 탐독하기 시작했다. 그는 의서가 잡학이 단순한 잡학이 아니고 생명의 근원을 밝히는 책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깊이 파고들었다. 책을 읽은 뒤에는 자신이 직접 약재를 만들어 시험해 보기도 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수군댔다.

"양반이 잡학을 하다니 미쳤구나."

 

 

  이헌길은 입신양명의 뜻을 두지 않고 당대 사람들이 잡학이라 여기었던 의학을 생명의 근원을 파헤치는 학문이란 신념을 갖고 공부하였다. 그는 자신이 배운 것을 학문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생활에 적용하므로 많은 이들을 병으로부터 지켜내었다. 이렇듯 공부를 함에 있어 신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념을 갖고 몰입한다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

 

 

  61P 이이의 천재성과 신사임당의 명철한 교육이 대학자를 탄생시킨 것이다. 신사임당은 '어린아이의 머리는 백지와 같다. 부모의 가르침으로 백지에 무엇을 그리는지가 중요하다.'

 

 

  신사임당의 교육철학은 시대를 앞섰다. 잠재적 교육, 신사임당은 강제로 이이에게 교육을 시키기 보다는 몸소 배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은 훌륭한 인재 뒤에는 훌륭한 부모님이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부모로써 어떻게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생각해본다. 엄마가 책읽는 모습을 보여 아이도 책을 좋아하게끔 해야겠다. 도서관에도 자주 데리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는 신분제 사회로 차별이 심했다. 반상의 차별, 남녀의 차별, 적서의 차별이 존재했다. 그러나 배우고자하는 의지에는 차별이 없었다. 신분제사회, 철저한 유교사회 조선에서 배운 사람은 신분을 넘어 대접받기도 했다. 이들은 때론 신분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기도 했지만 배움을 게을리 하거나 놓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그들을 통해 나를 되짚어볼 수 있었다. 이제는 조선시대만큼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고 원하면 어떤 책이든 쉽게 구할 수 있고 생활도 편리해져 공부할 시간이 남아도는데도 우리는 공부하지 않는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조선 선비들을 본받아야할 것이다.

 

 

 230P 내 집에 가장 좋은 물건은 『맹자』7책뿐인데, 오랫동안 굶주림을 견디다 못하여 돈 200닢에 팔아 밥을 잔뜩 해 먹고 희희낙락하며 유득공에게 달려가 크게 자랑하였소. 그런데 영재의 굶주림 역시 오랜 터이라, 내 말을 듣고 즉시 『좌씨전을 팔아 그 남은 돈으로 술을 사다가 나에게 마시게 하였으니. 이는 맹자가 친히 밥을 지어 나를 먹고 좌구명이 손수 술을 따라 나에게 권한 것과 무엇이 다르겠소.

 

 

  집이 가난하여 끼닛거리를 마련하고자 아끼던 책을 판 이덕무가 마음이 상하여 유득공을 찾아갔더니 유득공 또한 책을 팔아 이덕무에게 술을 산다.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던 책을 팔았다는 이덕무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한 유등공의 위로가 아닐까. 두 사람의 우정이 아름답다. 가난하여도 학문을 그만두지 않았기에 귀중한 책들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았던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내 상황에 맞게 공부하면 된다. 내겐 돌보아야할 아기가 있어 열일을 재쳐 두고 책읽기만 몰두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속상해할 필요도 없다. 아기를 돌보다가 틈틈이 책읽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비록 짬이 잘 나지 않더라도 자투리 시간을 모으면 얼마든지 책 몇 권을 읽을 수 있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더 걸릴 뿐이다. 이렇게라도 공부하고 책읽을 수 있는 환경에 만족하고 고맙다. 비록 공부에 전념할 시기는 아니지만 조선 선비처럼 평생을 배우며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이 책을 읽고서 또 다른 조선 선비들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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