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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바이 : Good&Bye - Good&By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를 두번 본 적이 딱 한번 있습니다. <왕의 남자>였어요. 회사 언니와 개봉 첫날 보았어요. 저는 재미있게 봤어요. 이 영화를 보면서 세번 울었는데 육갑(유해진)이가 죽을 때, 김처선(장항선)이 자살할 때 그리고 평생 장님 연기만 하던 장생(감우성)이 진짜로 장님이 되어 장님 연기를 할 때였지요. 동성애 코드 보다는 그냥 그 사람들의 각자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며 봤어요. 연민이 생기더라구요. 이 영화가 흥행할 줄은 몰랐습니다. 몇백만이 들었을 땐가 어머니께서 이 영화 보고 싶으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가드렸죠. 두번째 보는데도 재미가 있더라구요. 스토리도 좋고, 시각적인 볼거리도 좋고. 어머니도 좋은 영화라고 하셨어요. 저의 친구들은 '천만? 천만해. 너도 나도 보는 영화는 별로 흥미 없다'고 했지만, 그리고 보신 분들 중 천만이 들만한 영화는 아니라고 하신 분도 계시지만, 제겐 그냥 영화였습니다. 좋은 영화요.
그리고 요며칠. 티켓팅을 두번한 영화가 있어요. 굿'바이, おくりびと(보내는 사람의 뜻인 이 제목이 더 어울리는데...) 첫번은 개봉한 주의 일요일로 예매했는데 영화시간에 늦어서 다른 영화 봤어요. <맨데이트> 평점이 9점이 넘어서 웃었어요. 에? 두번째는 언제더라...^^? 아 빼빼로 데이. 영화가 생각만큼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구요. (예고편에서 만난 모토키 마사히로는 너무 진지했거든요.) 그렇다고 가볍게 볼 이야기도 아니구요. 무게중심이 잘 잡힌 영화였어요. 웃음과 진중함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고요.
일본 사람들이 납관사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몰랐어요. 천(賤)직으로 여기나봐요. 우리도 그런가요? 장의사 그렇게 여기나요? 저는 통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엔 사고가 멈춰요. 꺼리는 경향은 있어도 그렇게 대놓고 싫어하지 않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무슨 감상문이 자꾸 되묻는지..ㅋ 대답해 주세요.ㅋ)영화에선 사람들이 더럽게까지 여기는 것 같았어요.
전직 첼리스트였던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는 오케스트라의 해체로 그만 일자리를 잃어요.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배우자 미카(히로스에 료코)와 귀향을 하게 되요. 그 곳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지요. 다이고는 신문에서 읽은 고수익 보장의 일, 여행의 도우미, 여행사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찾아갑니다.(제가 생각하기엔 신문에 나오는 고수익 일은 좀 의심을 해봐야합니다. 돈을 많이 주는데는 그만큼의 이유가 있지요.) 우리 순진한 다이고는 신문에 적힌 곳을 찾아갑니다. 그 곳은 영원한 여행의 도우미 납관회사지요. 성실한 다이고는 공채 1기가 됩니다. 그리고 죽은 자들을 만나게 되지요. 어떤 삶을 살았던 죽음은 안타까운 것. 죽은 자를 보내는 신성한 의식에서 마지막 가는 자의 모습을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 납관사들의 일이지요. 다이고는 이 일이 자신의 천(天)직임을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공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틀이라고 할까요. 이 영화도 그런 느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세계에 눈을 뜨고, 의미를 부여하고, 반대하던 이들도 그를 인정하게 만들고 그리고 장인정신,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뭐 이런 틀이랄까요.
좋은 영화였습니다. 일본의 장례식 문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구요. 죽음에 대해 재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일본의 수의는 예쁘더라구요. 예쁜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하고...^^* 제가 오니짱의 말처럼 돗자리 깔 정도의 신기가 있는 것은 아닌데 영화에서 나오는 인물들을 보며 '어 저 사람 얼굴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데...혹은 다이고의 아버지도...?'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인상적인 장면은 미카가 옆집 아주머니에게서 얻어온 산 문어를 바다(강이었나..^^;;)로 보내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가 끝나고 부전시장에 가서 문어를 보고 그 생각이 나서 크게 웃었답니다. 히로스에 료코란 사람, 이제는 그냥 아줌맙디다. 그래도 귀티가 나는 아줌다던데요. 모토키 마사히로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