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 불만족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책은 99년 초판 3쇄 4월 20일. 신간이었군. 내가 이 책의 첫번째 주인은 아니고 중고서적으로 구입한 거라 몇 번 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변이 없는 한 마지막 주인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피로 추정되는 얼룩이 있어 찜찜했다. 옛날에 어머니께서 말하시던 폐병쟁이의 책인가.;; (어머니께선 폐병쟁이가 읽었을 수도 있다시며 중고책을 못사게 하셨다.ㅋ 요즘엔 폐병 없잖아요.ㅋ) 그러고 보면 이 책도 출간된지도 10년이 지났구나. 봐야지 미루다가 이제서야 읽은 것은 아니고. 어렴풋이 제목 정도는 알고 있었었는데 드디어 오늘 만나게 된 것이다.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란 의문을 가져보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안철수 씨가 그랬던가 책을 아주 좋아해서 책안에 모든 것을 다 읽는다고. 나도 그런데^^ 꼼꼼히 읽는 것 좋아한다. 아 그렇게 안 읽는 책도 있지만 계발서는 잡지보듯 읽으니깐. 이 책 뭐 큰 기대를 가졌거나 진지지하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본 책은 아니다. 그저 머리가 무거워서 기분전환용으로 뽑아든 책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책은 정말로 나에게 휴식을 주었다. 머리말을 읽다가 눈물까지 쏟게 하다니 짓궂은 구석도 있다. 오토가 태어난 산부인과에서는 오토가 심각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라 산모에게 보여주는 것을 1달이나 미루었다고 한다. 오토를 처음 본 그의 어머니가 한 말씀에 눈물을 아니흘릴 수가 없었다. "어머, 귀여운 우리 아기..." 어머니에겐 정상, 비정상이 아닌 그냥 내 아기였던 것이다. 오토에게 처음 느꼈던 감정은 '놀라움'이 아니고 '기쁨'이란다. 

  오토는 참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티가 난다. 오토는 그 티를 팍팍 내고 있다. 왜 이렇게 잘난척이야 아니꼬울 정도로.^^ 오토의 부모님께서는 교육에 관한한 극성적인 부모라고 했는데 정말 아이에게 더 없이 좋은 교육을 해주신 것 같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으로 크는 건데 아버지나 어머니 각자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함께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다. 시너지 효과다. 오토를 봐라. 잘난척을 좀 해서 그렇지 완벽하잖아.^^ 오토가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을 읽고서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참 좋은 사람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오토의 부모님께서 오토를 장애아동시설에 보내지 않고 일반 유치원에 보낸 것은 인상 깊다. 지금이야 통합교육이라고 장애아동도 일반교육시설에 다니지만 그 때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준 사회도 참 고마울 따름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다. 오토가 처음 유치원에 갔을 때 아이들은 " 왜 이러니? 왜 이렇게 됐는데?" 서슴지 않고 물어본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 불편한 배려 같은 것 없는 순수한 모습이다. 나도 궁금했다. "그렇게 팔, 다리가 없음 통증은 없니?" 오토가 나중에 말해줬지만 (책에서^^;) 선천적으로 팔과 다리는 없지만 뼈가 자란단다. 아우 그렇구나.;; 나 너무 몰랐던 것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도 오토는 보통학교에 간다. 초등학교 입학을 하게 되었을 때 처음엔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한다. '토토 학교로 보내세요.'란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일본이 아주 폐쇄적이고 획일적일 것 같은데도 의외인 모습들에 놀랐다. 대안교육, 통합교육, 열린교육 지금 우리들이 하는 그 모든 교육들을 일찍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토는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도 잘 만났다. 다카기 선생님은 '같은 것은 같게' 오토가 보통 사람과 같다는 인식하에 평등하게 대해주셔서 "혼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게 내버려 두자, 그 대신 도저히 혼자 할 수 없는 것은 모두가 힘을 합해 도와주자" 고 하신다. 오토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5학년 때 담임이시던 오카 선생님은 '다른 것은 다르게' 오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주신다. 오토가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도록. 참 오토는 스승을 잘 만난 것 같다. 헬렌과 설리번 선생님 처럼 말이다.  

  운동회에서 오토가 달리기를 하는 것을 보고 생각나는 일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반 친구들 이야기이다. 우리반에 소아마비 친구가 있었는데...(소아마빈 줄 몰랐다. 인식조차 못했다. 다른 건 다 같은데 달리기를 할 수 없단다. 그렇구나.) 아무튼 이 아이도 안 뛸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뛰었고 당연히 꼴지를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단독 꼴지는 아니었다는 것. 친구들이 다 함께 뛴 것이다. 그 아이의 어머니께서 무척 감동하셨었었다. 착한 아이들...^^ 그 착한 아이중 한 아이 별명이 황소똥이었는데..ㅋ 아..소아마비였던 친구를 특별히 기억 못하는 것은 그 아인 달리기만 못할 뿐 다른 건 다 잘했다.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서;;  

  장애인이란 단어가 엄청나게 나오는데 (당연하지 이 사람아 장애인 이야기니깐. 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 단어를 하도 많이 보니깐 장애인이 애인이로 보인다. 아..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감상이 떠 오른다. 장애인, 그저 사람이라는 것. 장애인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남녀의 사랑이야기였다. 그리고 우리는 평범한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을 뿐. 장애인을 특별하게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들보다 우월하게 생각은 오산. 장애란 선천적일 수도 있고 후천적일 수도 있어 장애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나와있듯 고령자, 언젠가 사람은 늙고 힘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다만 우리는 서로 도우며 살아갈 뿐. 차별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현재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단다. 그와 딱 맞는 직업인 것 같다. 아이들 속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을 그를 떠올려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