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 - Chaw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얼마 전 보고 싶은 영화로 마이리스트에 올렸던 영화 '차우'를 운좋게 미리 만나보았다. 마이리스트는 그냥 말 그대로 wish list 였었는데 그냥 심심풀이로 하는 나만의 놀이. 보고 싶어서 관심을 가지고 있긴 했는데 보러갈지는 장담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던 찰나 때마침 차우 시사회 이벤트가 있어 응모를 했는데 당첨된 것이다. 시사회에 당첨되었다는 메일을 받고서 망설였다. 내가 갈까. 다른 사람 줄까. 그러다가 친구에게 줘야겠다 싶어 같이 갈 사람이 있으면 같이 가라고 했더니 친구는 "응. 같이 가."란다. 얘는 문자도 자기 편할 대로 읽는다. 나도 "그럼 그럴까?" 얼떨 결에 대답했다. "좋아. 가는 거야." 시사회를 기회삼아 평소 친하고팠던 사람에게 넌지시 동행을 권해 밥도 같이 먹고 영화도 보면서 친해지라는 거였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단다. 회사사람 99.9%가 유부남이라는 그런 몹쓸 회사 직원이라나. 나랑 비슷하네. 그래도 난 "같이 가요."란 말 꺼내기라도 해봤는데 거래처 직원한테.비록 까였지만. 괜찮아. 또 권해야지. 넘어 올 때까지.^^  이 영화 그냥 다른 사람 줘버렸다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다행이야. 친구 고마워.

  영화관람 전에 지인에게 '차우' 시사회 간다며 실컷 자랑했었다. 그런데 지인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그 영화 별로 유명한 사람 안나오던데 재미없겠다. 주인공이 엄태웅이더라고. 구려." 나는 열심히 설명했다. "윤제문도 나와."라고. 그런데 우리 지인 윤제문을 모른다.;; 나는 열심히 설명해줬다. '너는 내운명'부터 들먹이며, '비열한 거리'의 보스, '우아한 세계','열혈남아', '놈놈놈' 아님 최근작 '그림자 살인', '마더'까지. 그런데도 모른다.ㅜㅜ. 대체 아는 게 뭐야.;; "아냐.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깐 더더욱 기대 돼. 스타를 앞세운 영화가 아니라서 말야. 스타배우는 아니더라도 다 연기가 되는 사람들이잖아. 시놉시스를 보니 스토리와 구성이 좋을 것 같애. 나 영화 좀 보는 사람이야. 감이 그렇게도 없어?" 그렇다. 스타배우의 식상한 연기보단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의 짜임새있는 연기가 낫지. 암. 백배. 천배. 그리고 유명배우도 다 처음이 있는 거거든.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 때가 되면 봉기하는 거지.;; 너무 흥분해서 만적까지 들먹이며...^^; 
  

  영화가 8시 상영이었는데 30분 전까지는 입장권을 받으라고 해서 시간 맞추느라 진땀을 뺐다. 보통 시사회에선 확인할 때 그냥 이름 말하면 되는데 여긴 닉네임을 물어본다. '어 내 닉네임 좀 거시기 한데...' 그래도 다행이다. 얼마 전까지 '정어리'였었는데 바꿔서...;; "정어리요."라고 하긴 너무 창피해. 좀 늦었는지 앞자석밖에 없다. E열로 했다. 영화관에서 가장 좋은 좌석은 스크린 후방 2/3지점의 중앙좌석이라고 한다. 사운드가 집중된다나 뭐라나. 내가 좋아하는 좌석은 G열. 중앙 또는 통로쪽. 가운데열 정도. 범위로 표시하면 E열에서 J열 사이다. E열 앞좌석은 스크린이 너무 가깝다. 그래서 시야가 확보가 안되어 스크린이 눈에 꽉 차 부담스럽다고 할까. 카메라의 빠른 움직임이나 동적인 장면을 따라잡기엔 버겁다. J열 뒷좌석은 너무 멀다. 난 뒷자리는 별로다. 접때 친구와 '놈놈놈'을 봤었을 때 친구가 M열을 예매해서 깜짝 놀랐다. M이라니. 끝은 연인들 키스 전용 좌석아냐.;; 연인들에게 양보하시길. 오늘 우린 E열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아.     

  한국영화 중 몇 안되는 괴수영화 '차우', 처음 포스터만 접했을 때 영화는 나에게 그저 괴수 공포 영화였다. 그리고 예고편를 접했을 땐 괴수 코믹 공포 영화란 것을 알았다.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가지고 간 것이다. 보통 예고가 독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차우'는 달랐다. 재미난 부분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도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거나 혹은 그 것뿐이라는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 아니라 웃음 포인트를 집어주는 것 같으면서도 더 많은 재미 거리 중의 일부라는 인상을 주었다. 오랜만에 신나게 웃고 즐길 수 있었다. 대놓고 오락영화라고 선전하는, 정형성을 가진 대중지향적인 영화이면서도 반면에 독특한 비정형성이 잘 결합된 무질서 속 질서 같은 영화였다.

  모자란 멧돼지도 좋았고 (그래픽쪽으로 모자라다는 뜻이다. cg가 조금만 더 보완되면 훌륭할 텐데.) 5명의 주인공들도 모두 좋다. 이 모자란 멧돼지 때문에 야생 멧돼지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기기까지 했다. 멧돼지는 어떤 동물인가에 대해서. 멧돼지 육식동물? 서식지? 등등.'월령공주'의 멧돼지를 연상시키면서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김순경(엄태웅)의 안쓰러운 미끼 역도 좋고(엄태웅은 요즘 출연하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김유신 역 보다는 김순경 역이 잘 맞는 것 같다. '선덕여왕'에선 미안하지만 십화랑의 아재같은 느낌이다.),씩씩한 생태학 조교 변수련(정유미)도 좋고 늘 그렇지만 안정적인 연기 천일만(장항선),시종일관 진지할 것만 같은 배우 장항선씨의 입에서 미친 여자에게 잡히면 뼈도 못추린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는 배꼽잡고 웃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백포수(윤제문)도 좋다. 이 영화에선 너무 귀엽게 나온단 말야. 사랑스러워.^^ 신형사(박혁권)씨 이분 오묘해.^^; 캐릭터를 잘 잡았다고 할까. 모두 개성이 넘친다. 김순경의 노모, 덕구엄마. 다 어디서 온 거야. 임팩트한 사람들.  

  이 영화 너무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다 싶었는데 '시실리 2km'의 신정원 감독이 만든 영화란다. 어쩐지. 난 '시실리 2km'도 굉장히 재미있게 봤었다. 공포와 코믹의 절묘한 만남이라 생각했는데 그래서 영화가 나와 잘 맞는 거구나. 보통 무료 시사회를 보게 되면 내용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그 영화가 잘 되었으면'하고 생각을 하는데 '차우'그럴 필요가 없는 영화다. 그렇게 바라지 않아도 잘 될 영화다.^^ 과연 얼마나 관객몰이를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여름의 공포영화는 귀신보다는 괴수쪽이 좋지 않을까. 심령영화는 식상해. 보고나서도 찝찝하고. 괴수 '차우' 웃으면서도 무섭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 재앙이 따른다는 평범하면서도 중요한 메시지도 담겨 있는 괜찮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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