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은 이런 게임을 아는가 

우선 트럼프 카드를 준비한다.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이 여덟 명이면 여덟 장. 그 안에 스페이드 잭과 조커를 섞어둔다. 그 여덟 장의 카드를 뒤집어놓고 한 사람이 한 장씩 카드를 골라 갖는다. 스페이드 잭을 뽑은 사람은 '탐정'이다. 그리고 조커를 뽑은 사람은 '범인'이다. 이제 당신도 한 장 뽑기로 하자. '탐정'을 뽑은 사람만 자기가 탐정이라고 밝힌다. '범인'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걸로 준비는 끝이다. (-9 page) 

이와 비슷한 행사가 어느 학교에서 이어지고 있다. 바로 관습적인 전통 '사요코' 게임. 트럼프 게임의 범인에 해당하는 '사요코', '사요코'가 누구인지는 '사요코' 자신과 그 '사요코'를 지명하는 바로 전의 '사요코'밖에 모른다. 3년에 한번씩 3학년중 한명이 사요코가 되는데 올해로 사요코 게임은 여섯 번째가 된다. 올해의 사요코는 개학식날 바로 전의 사요코가 전해준 열쇠로 장식장에 들어있는 꽃병을 꺼내어 사요코의 상징인 붉은 꽃을 꽃병에 꽂으면 사요코가 되는 것을 승낙하는 것으로 사요코 게임이 시작든다. 그런데 개학식 아침, 붉은 꽃을 든 소녀가 둘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나도 이 사요코 게임에 동참하게 되었다. 온다 리쿠는 독자 또한 트럼프 게임의 참가자로 포함시킨 것이 아닐까. 나는 탐정역을 맡았다. '내가 반드시 사요코를 찾아내리라.' 사요코의 시작과 그 의도, 계속되는 이유 등등 궁금한 것이 많았다.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적어보며 하나 하나 면밀히 관찰했다. 

초반부는 매끄럽지가 못했다. 붉을 꽃을 든 그녀, 소녀 등 혼란스러운 지칭들 때문에.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했다. 초반부터 다 알려줄 수 없는 것 아닌가. 개학식날 전학온 의문의 전학생 쓰무라 사요코. 출중한 외모, 좋은 성적, 만능 재주꾼, 그녀는 완벽하다.
 

'머리 좋고 활달한 전학생'   

유키오는 슈의 옆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들은 듯한 이야기야.'  (-50 page)

 어딘가에서 들은 듯한 이야기, 그래 그 어딘가가 학교라면 당연히 존재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처음엔 미스터리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을 수록 학원 공포물 같았다. '여고괴담'의 느낌이랄까. 6번째 사요코가 남자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도 작가는 태연했다. 지칭을 슬며시 '그'라고만 바꾼 채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계속한다. 반전이 있는 공포영화 같았다. 관객에게 주인공의 죽음을 보여주고 그가 살아있는 양 계속 되는 스토리 진행. 전반부를 읽으며 죽음을 부르는 '분신사바' 같은 내용이 아닐까 지레짐작하며 읽었는데 내용이 너무나도 고요해서 읽다가 졸기가 일 수 였다. 졸음을 부르는 책이 아닌가.  

책은 학기에 맞춰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봄과 여름은 고등학생들의 풋풋함과 반짝임을, 가을은 축제의 그 환희와 짜릿함을, 그리고 겨울은 학생들의 입시준비와 함께 '사요코'에 대한 호기심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시 봄. 끝이 없는 사요코 게임처럼 계절은 계속되고 학교는 또 다른 학생들로 채워진다. 

명석하고 준수한 외모의 슈(살짝 마음이 뺏길 뻔 했지만 '일본 아이야.'라며 얼른 정신을 차렸다. 뭐 일본 아이라고 좋아하지 못할 것은 없지만.)가 사요코를 집요하게 조사하는 부분을 읽을 땐 사요코가 내방의 창으로 찾아와 얼굴을 불쑥 들이밀 것 같아 창을 닫기도 했다. 시작이 개운치 못했던 것처럼 끝도 삐걱된다. 전형적인 일본 공포물 같다. 결말이 명백하지 못하다. 의문점들이 대충 윤곽이 잡히지만 개연성도 부족하다. 도입부에 말하던 거창한 트럼프 게임은 다 어디로 갔는가. 아쉬움이 남는다.  

"슈야, 어떻게 된 거냐? '손님'한테 물리기라도 했냐?"  

아버지는 손가락에 묻은 초콜릿을 핥아먹어면서 물었다. 

"예,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요, 아버지. '손님' 말인데요. 사 

실은 손님이 아니었어요. 알고 보니 우리가 '손님' 이었어요." (-306 page)

온다 리쿠 그녀의 데뷔작인 <여섯 번째 사요코>는 이 책이 세상에 나왔던 91년도에 봤어야 하는 작품이다. 그 당시의 감각으론 아주 신선하지 않았을까. <오싹 오싹 공포체험> 그즈음 어린이들의 베스트셀러였었는데 아마 이 책을 그 때 읽었음 세련됐다는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별도 덕지덕지 주었을 지도. 이 책의 분류가 궁금했고, '온다 리쿠 백배 즐기기 가이드'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녀의 최고 작품들을 먼저 접하기 전에 데뷔작 <여섯 번째 사요코>를 접했다면 별점이 더 높았을 텐데 말이다.

★ 리뷰 그후 ...덧붙히는 말 ★

아무래도 찜찜하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이 책과 연관된 다른 책이 있는 것이 아닐까. <여섯 번째 사요코>와의 연결고리가 되는 책. 온다 리쿠란 사람 탐구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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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gpickEr 2009-06-15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정이 되셨군요..^^* 온다 리쿠의 책은 독자로 하여금 한가지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것 같아요.. 고작 한 권의 책 밖에는 읽지 못했지만.. 흡입력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가인가봅니다~^^*

에샬롯 2009-06-1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상한 여잡니다. 내가 일찍이 이렇게 열심히 탐구생활을 했다면 상받았을 텐데 말이죠. 그녀의 작품 모조리 다 읽고 분석하고 싶으네요.;; 파헤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