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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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30일 7쇄. 구입경로가 뚜렷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당시엔 이유가 있었을 텐데 얼마 이상 할인에 혹해서 금액을 채우려고 구입했던가. 그런 용도의 책치고는 내키지 않은 구석이 있는데 아마 일본 문학에 심취해 있었나보다. 사두고 방관하고 잊어버리고. 책에게도 작가에게도 미안하다.

 

[인간 실격] 제목을 보아서는 쉽게 손이 안가는 책이었다. 손을 뻗으면 자꾸만 자꾸만 멀어진다는 느낌이랄까. '익살'이라는 거짓 몸짓으로 사랑을 받는 요조지만 어쩐지 [홍당무]의 홍당무를 닮았고, 거리를 방황하는 모습이 [호밀밭의 파수꾼]에서의 홀든 콜필드를 닮았다. 요조의 짧은 결혼 생활은 이상의 [날개]에서의 주인공과도 같은 무력한 인텔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처용무.

 

수차례의 자살시도 약물 중독,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요조의 이야기인지 오사무의 이야기인지 모호하다. 요조는 사회주의자가 되어 지부까지 맡게 되는데 그 것은 당시 유행정도로 가볍게 생각한다. 그다지 관심도 없어 보인다. 같은 물이라도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된다는 이치에 불과한 마르크스주의. 요조는 우유에도 독에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당시 시대의 모습이겠지. 사회주의란 것도 지식인들이 화젯거리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뭐 개중 진정한 사회주의자도 몇 있었겠지만, 다수는 그냥 요조와 같았지 않았을까.

 

낭만, 사실, 자연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사조들을 [인간 실격]에서도 볼 수 있다. 오사무는 사회에 적응할 수 없었던, 외롭던, 쓸쓸했던, 나약했던 요조를 아름답고도 애잔하게,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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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샬롯 2009-06-05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같이 수록된 [직소]라는 단편도 참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손창섭 작가의 [잉여 인간]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두 책이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 이유 없이요.^^

ragpickEr 2009-06-06 07:13   좋아요 0 | URL
신기하군요..^^*;; 사실은.. 알라딘 말고 교보문고 북로그(서재와 같은 곳)에 있는 보관함에.. 예전에 '인간실격'을 담아두고.. 우연찮게 제목에 이끌려서 손창섭의 '잉여인간'도 담아 두었는데..^^*; 신기하네요.. 오묘하고..후훗..

ragpickEr 2009-06-06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으면서.. '책 속의 책'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네요..^^* 리뷰 속의 책들을 따라 여행하는 것도 좋은 책읽기의 한 방법이라지요..
저도 언젠가 '인간실격'에 도전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에샬롯 2009-06-0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요^^; 제목이 비슷해서 그렇겠지요. 오히려 [인간 실격]과 유사한 내용의 작품은 1920~30년대 작가님들의 작품일 텐데 말이죠.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하지 말고요. 인간에 대한 탐구 정도로 해두죠.^^;

에샬롯 2009-06-14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카당스의 대표 작품이군요. 어쩐지 '퇴폐'라고 쓰고 싶던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