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건너는문장들#다자이 오사무 문장의기억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ㅣ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 쇼와 시대 소설가다. 그의 소설은 난해하고 퇴폐적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문체가 뛰어난 단편, 중편 소설을 발표하며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 #인간실격 이라는 픽션 소설이다. 소설의 첫 시작 문장에서 마음을 뺏겼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문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쉼없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두번째 읽은 #사양은 주인공 가즈코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대체로 자신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쓴 작가이지만 사양에서 보여주는 여성의 섬세한 심리 표현은 다채롭고 흥미로 웠다.

#다자이오사무문장의기억은 그의 12편의 작품들에 담겼던 문장들을 옮겨 놓았다. 책의 간단한 줄거리와 #박예진 저자가 선택한 문장들이 담겨 있다. 고독한 삶에서 그럼에도 살아내고자 했던 그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문장에서 마음이 먹먹하기도 했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고 슬플수 있다는 뻔하지만 진리의 깨달음을 만나게 되는 문장들도 있다. 삶이 지친날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죽을 각오로 마시는 거야. 살아 있는 게 너무 슬퍼서 견딜 수가 없으니까. 외롭다거나 쓸쓸하다는 그런 여유 있는 감정이 아니라, 그냥 슬픈거야. 음울한 한숨 소리가 사방 벽에서 둘려올 때, 우리만의 행복 따위가 있을 리 없잖아. <사양 중에서>

깊은 슬픔은 꺽일 수도 있지 않을까. 가즈코는 슬픔을 이겨 냈지만 나오지는 그 슬픔에 지고 말았다. 절망의 무게가 같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더 묵직하게 다가 올수 있다. 나오지를 나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절망을 헤치고 나온 가즈코의 용기와 신념을 바라보며 나만의 작은 불씨를 찾는 것이 이 소설이 주는 힌트가 아닐까.

아침에 눈을 뜰 때 기분은 참 이상하다. 마치 숨바꼭질을 할 때, 어두컴컴한 벽장 안에 가만히 웅크리고 숨어 있다가 갑자기 데코짱이 문을 확 열고,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며 "찾았다!"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순간처럼 말이다. 눈부시고, 이상하게 어색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옷깃을 여미고 살짝 쑥스러워하면서 벽장에서 나왔는데 갑자기 짜증스럽고 참을 수 없는 그런 기분이다. <여학생 중에서>

단조로운 여학생의 하루를 보여주는 듯한 이 소설은 단순하지만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허무와 상실 그리움 그리고 더 나아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벽장에서 움크리고 있는 여학생을 상상하게 되는 이 문장은 혼자 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있던 나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했다. 소설의 주인공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문장이다.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조용히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 나는 믿음을 받고 있다. 내 목숨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죽음으로 속죄하겠다는 따위의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달려라 메로스 중에서>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달리는 주인공의 신념과 신뢰는 인스턴트 같은 인간관계에 큰 울림을 준다. 언제부터인가 깊은 관계를 형성하기가 힘들어지는 요즘이다. 잠깐 만나고 잊혀지는 단조로운 관계에서 허무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나 역시 깊이 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주인공과 그 친구의 마음이 낯설지만 동경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문장이다.

나는 별로 기쁘지도 않았고, 그저 "인간답지 못하면 어때. 우리. 살아 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비용의 아내 중에서>

#비용의아내 소설을 읽어 보지 못했다. 책에 서술되어 있는 이야기를 읽으며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다. #문장의기억 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여러 책들을의 문장들을 서술하고 간단한 줄거리를 담아 놓은 책을 읽다보면 꼭 한번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 중 하나가 비용의아내 이다. 남편의 부재에도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서는 아내의 주체적인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깊게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답지 못해도, 살아 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 라고 말하는 그녀의 의지에 지금 나의 고민을 앞에 세워본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는지. 이대로 주저 앉아 신세한탄을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다자이오사무문장의기억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허무와 절망, 슬픔과 외로움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그것들을 마주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책을 읽으며 문장이주는 힘이 거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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