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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명은 비밀입니다 ㅣ 창비청소년문학 129
전수경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평점 :
누구나 각자의 세계가 있다. 같은 것 같지만 서로다른 세계. 벗어나고 싶은 세계와 머물고 싶은 세계가 존재한다. #전수경 작가의 #청소년소설 #채널명은비밀입니다 에서는 타인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바깥 세상과는 단절한 체 티브이만 보는 것만 같았던 희진의 엄마는 두 세계를 살고 있다. 친구를 지키기 위해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아이. 그 비밀을 알게된 희진은 다른 세계로 향하는 통로를 발견하고 그곳에 있는 또다른 엄마의 모습을 마주한다.


엄마는 두 세계를 산다. 텔레비전 안과 밖, 둘 중 어느 곳이 엄마의 진짜 세계인지, 나는 종종 헷갈린다.
이번 생은 꽝인 것 같은 생각이 들때면 가끔 텔레비전 안의 삶을 꿈꾸기도 한다. 드라마속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나를 상상하며 므흣 미소를 짓기도 했다. 현실의 나와 가상의 나 모두 나다. 가끔은 현실의 세계를 벗어나 가상의 세계의 나로 살아가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소설속 희진의 엄마가 그랬다.

골목을 빠져나왔음에도 염색약 냄새가 계속 났다. 잠시 머물렀을 뿐인데 어느새 내 몸에도 진하게 밴 것 같았다. 독한 냄새가 꼭 이 낯선 세계의 냄새 같아서 싫었다. 다 털어 내고 우리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희진이 마주한 또다른 엄마의 세계는 낯설었다. 냄새도, 환경도 그리고 엄마도. 매일 텔레비전만 보던 무기력했던 엄마가 이 곳 세계에서는 웃는다. 사람들과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고, 화장을 하고 꾸민다. 건너온 세계가 아닌 지금 이 세계가 어쩌면 엄마의 진짜 세계일지도.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꿈꾸고 바라던 엄마가 살고 싶은 세계였을지도 모른다고.

"어떻게 이런 일이, 하필이면 엄마에게 일어난 거죠?바로 뒤따라온 나는 괜찮은데."
"사고는 원래 그런거니까요. 진정될 때까지 여기에 있어요. 나는 할일이 있어 빨리 나가야 해요."
왜 하필 나에게 이런일이. 라는 말을 자주 불러 세웠다. 후회 목록을 줄세웠다. 선택하지 않았으면 겪지 않았을 일들에 자주 불안했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문득 찾아오는 그날의 일들이 두렵고 버겁다. 희진은 엄마의 사고에 후회들을 나열했다. 하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하지만 준은 희진에게 말한다. 사고는 원래 그런거라고.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게 사고라고.

결과를 듣고 나오는데 생각보다는 기분이 괜찮았다. 1등을 놓치면, 1등급이 아니면 세상이 무너지고 견딜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거기서 멀어져도 세상은 변함없이 굳건하고, 나도 여전히 건재했다. 오히려 깊은 해방감이 들었다.
희진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다. 무너지고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마주하면 별거 아닌 것 투성인데. 여전히 난 다가지 오지 않은 불안한 것들에 두려움을 안고 살고 있다. 나라는 사람은 변함없이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데 형체 없는 불안에 자주 묶여 살았다.
소설은 타인의 일상을 보여주며 그곳에서 나를 마주하게 한다. 미혼모의 딸로 사는 전교1등 희진, 밝고 재미있는 아이 유진, 소극적인 아이 상우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소미라는 아이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보고 있노라면 놓치고 있던 진실과 자주 마추쳤다.
#채널명은비밀입니다 소설은 타인의 세계를 들여보며 자신의 세계로 가는 통로를 발견하게 해준다. 나의 세계가 얼마나 멋진지. 또는 얼마나 쓸모 없는 것들을 끌어 안고 살고 있는지에 대해 사유하게 해준다. 희미했던 세계가 선명해지는 순간 이야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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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