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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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첫사랑의 기억,

생의 절정마저 묻어버린 그 기억의 마지막 퍼즐...

40년 만에 해후하는 그와 그녀의 이야기

 

 

 

우리는 시간이 흘러도 머리속에서,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기억 하나 정도는 가지고 살아 간다.

그 기억은 잊어 버리고 싶지 않은 기억일 수도 있고, 잊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잊고 싶은 기억과,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기억속에 존재한다.

첫사랑 이란 세글자 누군가에게는 가슴을 설레게 하고 생각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가게 만드는 기분 좋은 단어 일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머리털이 쭈뼛 서고, 미간의 주름이 생기는 기분 나쁜 단어가 될 수도 있다.

모든 첫사랑이 순수하고, 애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첫사랑은 좋은 단어의 이미지 보다는 나쁜 단어의 이미지들이 더 많이 떠오르니 말이다.

공지영 작가의 13번째 장편소설 '먼 바다'에서 그 동안 우리가 잊고 살고 있다고 믿었던 기억들과 첫사랑과의 40년 만의 만남에서 애절하고 순수했던 첫사랑과의 만남속에서 자물쇠로 잠가버린 어린시절의 상처들을 하나둘씩 꺼내어 본다.

 

 

어린시절 부유한 집에서 살다가 불안정한 사회속에서 교수인 아버지가 군인들에게 끌러가고 병이들어 방에 누워있던 아버지의 병간호 대신 어머니는 밖으로만 나돌고 어린 자녀를 돌보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에 주인공은 그때부터 어머니의 대한 원망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아픈 아버지를 지켜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역시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순수하고 애절한 첫사랑과의 안타까운 이별과 그 사랑을 받아 주지 못했던 미안함과 상처를 가지고 40년이란 세월을 살아간다.

대학의 영문과 선생들의 미국여행 그중 한 사람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약을 취소하게 되면서 주인공 미호는 미국여행에 합류하게 되었고, 뉴욕에 살고 있는 어머니를 만날 계획과 첫사랑 요셉을 만날 약속을 하면서 '먼 바다' 이야기는 시작된다.

 

 

 

신학생이였던 요셉은 모든것을 포기하고 미호와의 사랑을 선택했지만 미호는 그런 요셉의 결정을 받아 들이지 않고 서로의 오해를 안고 떠나 버린다.

그리고 40년 뒤 뉴욕에서 다시 만난 두사람은 19살 미호와 신학생 요셉으로 돌아가 그 때의 기억을 하나둘씩 꺼내어 본다.

두 사람의 순수했던 첫사랑이야기는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했고, 오해와 어긋남으로 인해 헤어져야 했던 그들의 첫사랑이 안타까움에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글자를 읽고 있지만 어린시절 미호와 요셉의 모습, 50대 중년이 된 미호와 요셉의 모습이 3D 영상을 보듯 책 밖으로 튀어 나온것처럼 장면들이 눈앞에 그려 졌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표현력에 놀랐고, 진부한 사랑얘기가 아닌 그 사랑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는 우리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재미있고, 진솔하게 풀어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이라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그 상대를 대했던 자기 자신의 옛 자세를 반추하는 것일까."

"추억이란 어쩌면 그런 것이다. 40년 육체의 기억이 지워지는 그 시간."

같은 공간 같은 시간속에 존재했던 추억들도 생각하는 주체에 따라 그 추억은 달라질 수 있다는 글에 무한 긍정의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남편과 연애시절 이야기를 할때보면 내가 생각했던 그 때 그시절의 감정과 행동이 남편이 생각하는 것과 서로 다르다는 것을 종종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위주로 그 추억은 기억 되어지고 있었던 것이였다.

기억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지만 몸이 기억하는 것은 40년이란 세월이 지나야 지워질수 있다고 한다.

40년이 지나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정말 모두 사라질수 있을까?

 

 

 

"영원을 주관한다는 그분이, 한 사람은 그를 위해 인생을 바친다고 약속했고, 한 사람은 그 약속을 위해 사랑을 양보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먼 바다로 나갔다면, 그녀가 그를 사랑한 절정의 날이었을 것이다."

"그가 그녀에게 이제껏 살아온 생의 길을 변경시켜 제안을 했던 것도 그로서는 그녀에 대한 사랑의 절정인 날이 었을 것이다."

미호와 요셉은 사랑의 절정인 날을 뒤로 한채 이별을 선택하고 40년뒤 만나 어긋난 사랑의 퍼즐을 맞추고 있다.

하나하나 맞추어 지면서 40년 동안 자물쇠로 꽁꽁 잠가 두었던 요셉에 대한 미안함과 서운함을 서랍속에서 꺼내어 그 것들과 화해 한다.

요셉과 만나고 동생집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 있는 미호, 그 모습을 본 미호의 엄마는 미호를 위로한다.

미호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미움과 마주하고 그 것들과도 화해 하면서 어린시절 상처들과 이별을 한다

미움과 상처, 원망을 꽁꽁 숨기고 감추는 것은 나를 더 어둠속으로 밀어 넣는 행동이다.

당당히 그것들과 맞서야하고 화해를 하든 절교를 하든 결판을 내야 한다.

"피하지만 않으면 돼. 우린 마치 서핑을 하는 것 처럼 그 파도를 넘어 더 먼 바다로 나갈 수 있게 되는 거야"

아픈 첫사랑의 기억도, 어린시절 상처 받은 기억들,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는 마음을 마주하게 되면 피하지 말고 그것들 역시 나의 삶이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먼 바다'주인공 미호 처럼 모든 상처들과 화해하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재미있고 깊은 여운이 남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 먼 바다 깊은곳 소용돌이 속에서 육지로 와 주었다.

#장편소설#공지영#소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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