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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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사이 와타루는 지루하기만한 시골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도쿄로 왔으나 인생의 별다른 목표는 없고 그저 도시를 떠다니는 해파리 같은 삶을 지향하는 20대 청년이다. 아사이는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도쿄로 돌아와서 평소 가보고 싶던 집 근처 술집에 들리고 그 곳에서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의 사장인 사사가와를 만난다.

 

데드모닝은 고독사, 자살, 타살 등으로 사람이 죽은 현장을 청소하거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하는 회사다.

 

이야기는 아사이가 사사가와의 데드모닝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죽음의 현장을 청소하면서 전개된다. 그리고 소설이 끝나갈 무렵에서야 사사가와가 왜 죽음의 현장을 청소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회사이름은 왜 데드모닝이었는지 설명해준다. 사사가와는 딸 아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밤의 바닥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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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고독사라든가 토막살인사건 같은 뉴스가 떠올랐다. 고독사해서 보름이 넘어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볼 때는 죽음조차 너무 조용해서 인생무상을 느끼기도 했고, 사람을 죽인 후 시신을 방에 두고 냄새가 덜 나도록 이런 저런 나름의 조치를 취하면서 몇 달을 한 집에서 태연하게 살았다는 뉴스를 보면서는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살인과 사체유기의 관점에서 인간은 얼마나 지독해질 수 있고 악해질 수 있는건지 생각했었다.

 

한 번도 발견된 시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서, 시체가 있던 그 공간을 어떻게 정리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보통 시체는 24시간에서 36시간 사이에 부패가 진행되기 시작하는데 부패진행되면 엄청난 파리가 날아와서 알을 낳기에 부패한 시체가 머문 곳엔 셀수 없이 많은 파리와 구더기가 존재하게 된다는 것, 부패가 진행되면 몸 속에서 발생한 가스로 인해 사람이 녹기 시작하고 체액이 빠져 나온다는 것, 목을 매달아 자살한 경우 전신 근육이 이완되기 때문에 대소변이 흘러 나오게 되고, 칼로 자해한 경우에는 바닥에 피웅덩이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등등에 대해서 데드모닝 사장인 사사가와가 죽음의 현장에서 초보 아르바이트생 아사이에게 설명을 해주고, 아사이가 죽음의 현장에서 본 것들을 묘사하듯 설명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상상을 하며 아사이 듣고 본 것들을 쫓아가다보니 속이 울렁거리는 것만 같고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장면들은 나도 모르게 눈을 감게 된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읽은 글이 생각났다. 지구의 생태계가 순환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분해자라고 한다.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가 죽었을 때 그들을 분해해서 다시 땅으로 돌아가게 해서 생태계가 새로운 순환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죽은 후에도 결국 몸은 녹고, 파리는 꼬이고 구더기가 몸을 점령하면서 다시 인간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작업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자연의 법칙이고 생태계의 순환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역겹게 느껴졌던 부패의 과정이 조금은 담담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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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건 그저 머릿속 생각들일 뿐이고, 문득 실질적인 고민이 생긴다. 지방에서 홀로 지내시는 아빠께서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과연 부패의 과정에 접어들기 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될까? 생각해보니 아빠와 전화통화를 많을 때는 일주일에 서너 번, 적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도 안할 때도 있다.

 

어쩌면 내가 특수청소 전문회사의 미래의 의뢰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아빠의 인생을 고독사라는 타이틀로 마무리하게 될지도 모른다니 더럭 겁이 난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을까? 모든 죽음은 다 다르지만 그리고 청소를 해버리면 그 사람의 흔적은 모두 사라지지만 그 사람이 그 곳에 살았다는 것만은 변함이 없다는 것? 탄생의 시작 점과 죽음의 끝 점 사이를 잇는 선 그것이 인생이니 마지막 점에만 너무 포커스를 맞추지 말고 그 인생의 선을 더 가치있게 만들자는 것?

  

  

 

그런데 나에게는 아빠에게 더 자주 전화를 해야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조선시대 자녀들이 아침 저녁으로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드린 것마냥 아침 저녁으로 굿모닝! 굿나읻! 전화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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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소설 특유의 냉소적인 느낌이 나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방해하는 어설픈 로맨스나 성적인 이야기가 개입되지 않아서 더 좋았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힘이 좋아서 지루함없이 단숨에 다 읽어버릴 정도로 이야기도 재미가 있다.

 

 

작가는 간호사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쓴 첫 소설이라고 작가소개에 나오는데, 첫 소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마에카와 호마레 작가의 다음 소설도 기다려진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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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쫌 아는 10대 - 인류세가 지구의 마지막 시대가 되지 않으려면 ㅣ 과학 쫌 아는 십대 15
허정림 지음, 이혜원 그림 / 풀빛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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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가 뭐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인류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부끄럽게도 몰랐다. 책을 읽고나서 우연히 ebs 다큐프라임 인류세도 알게 되었다.

 

책은 인류세가 무엇인지, 왜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바뀌었다고 하는지 그 증거가 무엇인지, 지구 생태계는 어떻게 지켜져왔는지,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함으로 인해 어떤 위기가 도래했는지,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발자국을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시간을 다루는 지질학에서는 누대-대-기-세-절로 분류하여 시대를 구분하고 있는데,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시대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로 약 1만 1,700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질 시대 중 ‘세’는 다음 ‘세’로 이동하는데 수백에서 수천만년이나 걸린다고 하고, 지질 시대를 나누는 분류기준은 급격한 변화를 포함한 획기적인 변혁인데, 최근 지질학자들은 이제 더 이상 홀로세가 아니라 세로운 ‘세’로 들어섰다고 판단한다는데, 새로운 ‘세’의 이름을 ‘인류세’로 지은 것이다. 인류가 급격한 변화를 포함한 획기적인 변혁을 지구에 일으켰기에 이름을 ‘인류세’로 정한 것이다.

 

홀로세에서 벗어나 인류세로 바뀐 대표적인 근거는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선 물질과 플라스틱, 그리고 닭 뼈 화석이란다. 방사선 물질과 플라스틱을 새로운 ‘세’의 시작으로 보는 증거라고 하더라도 수긍이 가는데, 뜬금없이 닭 뼈가 여기서 왜 나오지? 이유는 닭 뼈가 너무 많기 때문이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한 해 지구인이 먹는 닭이 무려 650억 마리나 된다니! 게다가 조류독감이 유행하면 집단 폐사 시키는 닭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인류세’의 대표 화석으로 닭 뼈 화석을 떠올릴만 한 것이다.



 

싸고 맛있고 조리도 간편하다고 얼마나 많은 닭을 우리가 다양한 형태로 섭취하는지 문득 떠오르면서 지층의 한 층마냥 닭뼈 화석이 수도 없이 묻혀 있겠지? 생각하니 조금 씁쓸하다. 수백만년 후엔 모든게 사라지고 화석만이 남아 있을텐데, 우리가 남기는게 고작 닭 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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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마치 하나의 생물처럼 자기 조절능력을 갖추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지속하고 있기에 환경오염에도 어느정도 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한다. 즉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먹이 그물과 같은 자연의 질서가 지구 생태계를 유지시켜주고 있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청소부인 박테리아, 곰팡이 같은 분해자라고 한다. 생물체가 죽으면 분해자가 분해시켜 생산자가 다시 땅속으로 흡수하고 새로운 생태계 순환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기에 분해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인데,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은 분해자 되지 않는다. 500년은 있어야 분해가 된다고 하니. 우리가 편리함에 이끌려 사용한 플라스틱이 이제 인류의 재앙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분해되지 못한 플라스틱이 지구를 덮고 있다.

 

태평양에 플라스틱들이 떠다니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플라스틱 섬이라고 불린다고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해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사실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우리 나라 면적보다 더 넓은 면적의 플라스틱 섬이 바다위를 떠 다니고 있다니!

 

이 책에서도 플라스틱 이야기가 나오는데, 세상에! 플라스틱이 만들어진지 100년도 채 안되었단다. 이 세상에 나온지 100년도 채 안된 플라스틱이 ‘세’를 바뀐 근거 중 하나가 되다니! 실로 플라스틱의 위력이 대단하다. 인류는 쉽게 만들 수 있고 튼튼하고 값 싼 이 플라스틱에게 완전히 KO패 한 것 같다. 그 위험성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그 매력에 빠졌고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동안 플라스틱은 자신의 덩치를 키우고 본 모습을 조금씩 드러냈지만 여전히 인간은 그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결국 플라스틱이 지구를 덮어버릴지도 모르는 지금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플라스틱이 사실은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끊임없이 공격을 당하고 도망쳐야 하는 미래 인류의 처절한 삶을 다루는 영화 속에서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미 생명체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미 우리가 쓰고 버린 그 많은 플라스틱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된다. 앞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쳐도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데 계속해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그리고 무서운건 플라스틱을 사용한지 100년도 채 안되었기에, 인류는 아직 플라스틱이 우리 인류에게 어떤 위협을 더 가할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인체에도 많이 쌓여 있을거라는데,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 우리 후손들은 쌓여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뿐 아니라 인체에 들어와 있는 플라스틱으로 인해서도 고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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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정말 심각하고 지금 당장 행동해야하는구나! 이제 지구는 자정능력을 거의 잃어가고 있고 인류에게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이젠 진짜 없다는 것을 더 절감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지구 환경을 위해 모든 인류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이제 정말 실천을 해야하는 긴박한 때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았지만, 막상 구체적인 나의 일상에서는 ‘나 하나쯤이야!’라며 다음부터 덜 쓰지 뭐~ 다음부터 실천해보지 뭐~, 아유 불편해서 안되겠어! 그냥 쓸래!‘ 이런 마음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더는 이래서는 안되겠다. 정말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모를 일이기에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구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바로 당장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책에서는 물을 아껴쓰고, 쓰레기를 되도록 만들지 않도록 노력하고 특히 과대 포장된 상품을 사지 말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자고 하고,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땐 플러그를 뽑아 대기전력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개인 컵을 사용하고 배달 음식보다 개인 재사용 용기로 포장을 하고, 개인 승용차를 이용하기보다는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다니고, 화학첨가물이 들어있는 즉석 가공 식품을 사먹지 않도록 노력하자! 고 쉽게 청소년들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정도는 얼마든지 실천할만한 것들이고, 너무 기본적인 이야기이기에 이 정도로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싶지만 다시 잘 생각해보면 이런 기본적인 것들도 사실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뭔가 더 강력하게 지구를 살릴 수 있는 한 방이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우선은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내 삶에서 익숙하게 잘 실천되도록 노력하는게 먼저인 것 같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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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 2019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호아킨 캄프의 국내 최초 그림책
호아킨 캄프 지음, 임유진 옮김 / 곰세마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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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든다. 책의 제목인 ‘피아노’는 크레파스로 쓴 것 같은 느낌을 주고 나머지 벽도 카페트도 아이가 색칠한 듯이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조금씩 남아 있는데, 단순한 그림이고 단순한 색을 사용했는데, 왜이렇게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걸까?

 

책을 지은이는 호아킨 캄프라는 아르헨티나의 그림책 작가이자 디자이너 지금은 스페인에 살고 있단다. 대부분 그림책은 책장은 열고 한 장 더 넘기면 왼쪽 페이지에는 지은이에 대한 설명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책 제목이 한 번 더 나온다. 이 책도 마찬가지인데 다른 점이 하나 있다. QR코드가 지은이 보다 더 도드라지게 왼쪽 페이지에 나온다. 그리고 보통은 QR코드가 있더라도 달리 설명이 없거나 설명이 있어도 무엇을 볼 수 있는지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글이 옆에 뒤따르는데, 이 책은 너무 깜찍하게 점선이 꼬불꼬불 아래로 길게 연결되면서 “우리들의 비밀 연주회에 놀러오세요!”라고 적혀 있고 귀여운 초록 고양이가 한쪽에서 그 글씨를 보라는 듯 팔을 들어 글씨를 가리키고 있다.



 

나는 이런 디테일에 쉽게 반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표지도 마음에 들었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게 되는 첫장을 이렇게 깜찍하게 구성하고 있어서 더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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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커다란 피아노가 배송되어 집 거실에 놓였지만 남자 어른이 오른쪽 손으로는 피아노를 가리키고 왼손으로는 바닥을 아이들에게 보이며 막는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데 표정도 ‘엄격, 딱딱, 약간 화남’ 이런 단어와 어울리고, “안 돼”라고 적혀 있다.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치면 안된다는 걸 강력하게 경고하는 모습이다. 아! 이 장면에서 내 모습이 떠오른다. 치라고 사놓은 피아노지만 저녁에는 치지 말라고 경고하는 내 모습. 아파트에 살다보니 치고 싶을 때 자유롭게 칠 수 있는 피아노가 아니다.

 

어릴 때 책을 읽어주는 것뿐 아니라 책으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놀기도 하고 책 터널도 만들어 놀면서 읽을 때 뿐만 아니라 책을 장난감처럼 늘 곁에 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관심을 갖지 않았던 책을 쟁반으로만 쓰던 아이가 그 표지 그림을 유심히 보는 날도 오고 또 내용을 궁금해하는 날도 온다고.

 

피아노도 그럴텐데... 멋진 연주를 위해 연습하고 연주하는 도구로만 쓰는게 아니라, 그냥 블록놀이를 하면서도 괴물이 지나간다~ 그러면서 쾅 쾅 쾅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소리를 표현해보도록 마음껏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해야 피아노로 멋진 곡을 연주하고 싶은 마음도 들텐데, 


사실 나는 피아노를 치지 못한다. 초 3때 피아노 학원을 1년 남짓 다녔었는데 당시 학원 선생님이 너무 무서웠다. 틀릴 때마다 작은 지휘봉 같은 걸로 건반 위에 있는 내 손등을 내리쳤기 때문이다. 처음 피아노 학원에 가서 피아노 건반을 누르고 “도미도미” 소리를 냈을 때 그 기쁨은 아직도 남아있다. 난 정말 피아노가 좋았다. 하지만 집엔 피아노가 없었기에 피아노를 칠 기회는 오로지 학원에서만 가능했는데, 한 두달 지나면서부터 선생님이 틀릴 때마다 손등을 내리쳤다. 그렇다보니 피아노는 치고 싶지만 학원은 가기 싫어졌고, 체르니 100번에 들어가서 얼마 안됐을 땐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피아노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런 피아노에 대한 슬픔이 있는 나이기에 아이는 조금 더 자유롭게 연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초심은 어느 새 사라지고 아이가 피아노를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보다는 연주를 잘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마음이 바뀐 나를 발견한다. 그림책의 이 한 장면에서 많은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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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림책의 아이들은 하고 싶은 걸 해보는 아이들이다. 아빠가 나가자, 남자아이가 “돼”라며 다다다다다 피아노로 달려간다. 조심스레 손가락 하나로 피아노 건반을 누르자 새 한 마리가 나온다. 이제 양손으로 즐겁게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새들을 불러 낸다. 지켜보던 여자아이도 걱정이 담긴 표정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뀐다. 신난 남자 아이가 너무 많은 새들을 불러내자 여자아이가 놀라기도 하고, 직접 연주도 해본다. 남자 아이와 달리 여자 아이는 피아노로 새들을 불러 내지만 짹짹 소리만 나는게 아니다. ‘크르 크르릉~’ 소리도 난다.

 

아이에게 이 부분을 읽어주면서 우리 맞은 편에 있는 피아노를 가리키며 “아마 여자 아이는 무거운 소리쪽 건반을 눌렀나봐~ 왼쪽으로 갈수록 소리가 무거워지잖아. 천둥소리처럼.” 라고 했더니, 아이는 맞아! 라며 신난 듯 피아노로 달려가서 소리를 비교해 보라는 듯 왼쪽 건반과 오른쪽 건반을 누르기도 하고 여자 아이는 아마 이 정도 소리를 냈을 것 같다고 자신 만만하게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여자아이가 만들어 낸 크르릉 소리가 “쿠아아앙” 소리로 바뀌자 무서운 동물들이 튀어나왔는데, 남자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자 동물들도 함께 울적해졌고, 이어지는 남자아이의 연주는 비가 내리듯 ‘쏴아아’ 소리를 만들어 냈다. 그러자 동물들은 점점 작아진다. 그런데 희안하다. 연주하는 남자아이 표정도 여자아이 표정도 화가 난듯한 표정이다. 



이 부분은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원하는 대로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슬프고 화가 난 것일까? 아름다운 새들이 사라져버려서 속상한 것일까? 여튼 비를 부른 연주는 계속되었고 어느새 거실은 수족관 마냥 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러다 다시 물은 빠지고 아이들은 ‘와~’라며 즐거워한다. 그리고 이제 함께 즐겁게 연주한다. 그러자 그 연주는 춤추고 즐거운 많은 사람들을 불러냈다. 하지만 뚜벅뚜벅 소리에 모두 문을 쳐다본다.

 

아빠가 문을 열고 빼꼼히 쳐다보지만 아이들은 피아노와 떨어져 서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아빠에게 들키지 않았다. 그리고 아빠가 거실에 들어오자 아이들은 자신들의 방으로 가는데, 거기엔 연주로 불러낸 새들과 동물들과 춤추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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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다음 이야기도 당연히 있을 줄 알고 또 한 장 넘겼는데 맨 뒷장이다. 그래서 두장을 넘긴 줄 알고 다시 또 한 장을 앞으로 넘기니 아까 그 장면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는 “엄마!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라고 말했다.

 

뒷이야기가 더 있어야만 할 것 같았는데,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첫 페이지의 QR코드로 애니메이션 북을 보는 것으로 달랠 수 있었다. 아이들의 연주소리를 직접 들으며 책을 보니 더 재미있었다. 애니매이션 북을 다 보고 나니 아이도 나도 모르게 그림책 속 아이들이 연주한 리듬을 흥얼거리게 되었다.

 

특별하고 엄청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은 아니지만,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책이다. 색감이 참 예쁘고 정감가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고, 피아노 소리로 많은 것들을 상상하며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둘째가 마구 마구 건반을 누르더라도 시끄럽다는 딱딱한 말을 던지기 보다는 지금 천둥소리를 만들고 있는 거야? 며 아이가 소리로 표현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물어봐야겠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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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을 위한 선물 ㅣ 피카 그림책 3
프란체스카 피로네 지음, 오현지 옮김 / FIKAJUNIOR(피카주니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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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을 위한 선물

 

제목도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표지의 주인공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표지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그림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겨울의 어느 날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인데, 점점 날씨가 추워지면 아이에게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그림책을 더 애써 읽어주는 편이다. 이 책의 주제는 나눔이지만, 계절감을 고려해서 책을 골라서 읽어주면 아이가 더 잘 공감하는 것 같고, 또 나도 더 와닿는 그런 느낌이 있다.


 

꼬마돼지는 눈이 펄펄 내리는 날 다락방을 청소하다가 털실 뭉치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꼬마돼지는 발견한 털실 뭉치로 따뜻한 스웨터를 짜려고 하다가 친구들에게 따뜻한 옷이 필요할거고 모두 따뜻한 옷이 있으면 다 함께 신나게 눈 속에서 신나게 놀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동물 친구들에게 어울리는 색을 골라 털실뭉치를 선물한다. 그런데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집에 돌아온 꼬마돼지는 털실 뭉치가 남아있지 않다는걸 알게 되고 슬픔에 빠졌다. 며칠 후 친구들이 알록달록 예쁜 스웨터를 들고 찾아온다. 친구들이 남은 털실로 꼬마 돼지의 스웨터를 짜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모두 함께 눈 속에서 신나게 놀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단순하고, 너무 대놓고 나눠라~ 그러면 모두 행복해질거야~ 이런 이야기는 솔질히 초등학교 아이들만 하더라도 별 감흥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6살인 우리집 둘째는 친구들 한 명 한 명에게 잘 어울리는 색을 골라 선물하며 기뻐하는 꼬마 돼지의 표정을 보면서 함께 행복해했고, 털실뭉치가 남지 않아 자기 스웨터는 만들 수 없자 함께 슬퍼했고, 친구들이 알록달록 예쁜 스웨터를 가지고 찾아왔을 땐 함께 기뻐했다.

 

이 단순하고 직접적인 이야기가 주는 메세지를 아이는 온전히 받아들이고 느끼고 배운다. 어른인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이에게는 일어난다. 이게 그림책의 마법이지! 또 한 번 느낀다. 그리고 집에 이와 거의 유사한 내용의 다른 그림책도 함께 찾아보면서 꼬마돼지와 곰곰이는 같다면서~ 웃는다.

 

내용은 단순해도 그림이 너무나 예쁘다. 복잡하지 않지만 꼬마돼지의 표정에서 그 마음이 느껴지도록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색도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오히려 더 집중해서 그림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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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가 4살 때 쯤까지 내가 뜨개질을 거의 하지 않아서 집에 굴러다니는 털실 뭉치가 없었는데, 그림책에 털실이라든지, 뜨개질이라든지 이런 단어가 나와서 그림을 통해 설명해주었지만 아이는 정확히 뭔지 잘 모르는지 몇 번씩 물어볼 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없는 솜씨로 아이 가방을 만들어준다며 뜨개질을 시도하면서 우리 집에도 털실 뭉치가 몇 개 돌아다니고, 뜨개질 바늘도 아이가 직접 보게 되었는데, 그 후로는 털실이 나오거나 뜨개질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엄마! 우리 집에도 저번에 엄마가 가방 만들고 남은 털실이 있잖아!’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이번 그림책을 보면서도 털실 뭉치로 스웨터를 만들겠다는 꼬마돼지를 보고 또 이야기한다. ‘엄마! 우리집에는 핑크색하고 파란색 털실 뭉치가 있잖아! 털실뭉치는 폭신폭신한데~ 그걸로 스웨터를 만들면 스웨터도 폭신폭신하겠지?’

 

그림책은 아이에게 경험하지 못한 많은 다른 것들을 간접 경험하게 도와준다. 그리고 마음껏 상상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여기에 때때로 직접 경험도 더해지면 아이의 생각의 힘은 조금 더 깊어지고 더 넓어지는 것 같다.

 

추워지고 있으니 따뜻한 코코아와 눈썰매와 털실뭉치, 스웨터가 나오는 그림책들을 더 많이 함께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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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2 - 고려 시대 ~ 조선 전기 ㅣ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2
최태성 지음, 신진호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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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미래에 필요한 모든 답은 역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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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띠지에 있는 이 문구가 정말 와 닿는 요즘이다. 벌거벗은 세계사, 벌거벗은 한국사 같은 프로그램을 매우 재미있게 시청하는데, 요즘 들어 특히 국제 뉴스나 국내 정치 뉴스를 볼 때면, TV 방송에서 본 역사의 모습들이 보여서 역사가 되풀이 된다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과거 역사처럼 씁쓸한 결론을 맺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

 

최태성 선생님은 출근길에 운전하며 듣는 라디어 채널의 패널로 나오셔서 알게 되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역사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전해주실 뿐 아니라 그 역사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까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주셔서 선생님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역사의 쓸모’라는 책을 내셨다길래 읽어보았는데, 뭔가 색다르다. 그냥 재미있는 역사책이 아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잘 설명해주고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 잘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을 사는 우리가 그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생각해서 어떻게 살아갈지까지 생각하도록 이어준다.

 

그래서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를 내셨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지 무척 기대되었다. 감사하게도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서평단에 당첨되어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2’부터 읽게 되었다.

 

    

표지에는 <고려시대 – 조선전기>로 나오는데, 차례를 보면, 총 12장으로 고려시대부터 조선전기까지 있었던 일과 관련하여 12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 붉은 색으로 선생님이 그 질문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짧은 문구로 표시되어 있다.

 

 

 

1장 왕건은 힘이 세서 후삼국을 통일했나요?

- 강한 사람의 비밀

 

통일신라 말 호족 세력이 나타나게 된 배경과 호족세력과 6두품이 힘을 모으게 된 배경들을 자연스럽게 설명하면서 견훤이나 궁예가 아닌 왕건이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왕건이 가진 리더십에 대해 설명해준다. 즉 왕건은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이나 한때 적이었던 사람들까지도 자신의 편이 되면 크게 환영하고 잘 대우하는 등 호족들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서 나중에는 견훤도 신라의 경순왕도 스스로 왕건에게 항복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최태성 선생님은 역사는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알려준다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후삼국 시대에서 승자가 된 사람은 견훤도 궁예도 아닌 왕건이예요. 다른 사람을 거칠게 대하고 겁주던 견훤과 궁예는 후삼국을 통일하는데 실패하고 말았어요. 왕건이 고려를 세우고 후삼국을 통일한 비결은 마음을 얻고 친구가 되는 것에 있었어요. 자신보다 힘이 약해도, 심지어 적이었다고 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대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왕건을 따르게 된거죠. ...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어요. 자신이 가진 힘으로 주위 친구들을 마음대로 하려는 아이들 말이예요. 지금 당장은 그런 아이들이 힘도 세고 주위에 친구도 많은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람은 진정한 승리를 얻을 수 없어요”

 

아이들이 힘센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힘의 논리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쉽게 믿어버릴 수 있다. 당장은 그렇게 보여도 진짜 승리는 힘의 논리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 스스로 깨닫고 눈에 보이는 힘의 논리 앞에서 이러한 믿음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이야기 해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럴 때 역사 이야기는 매우 도움이 된다. 전래동화같은 옛 이야기이긴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므로 그 힘이 있다.

 

 

2장 왕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 아닌가요?

- 참고 기다리는 마음

 

아이러니하게 왕건의 포용정책은 왕건이 삼국을 통일하는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그 사후에는 오히려 포용정책 때문에 왕권이 매우 약했고,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호족들의 다툼은 매우 심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모든걸 다 포용한다는 것이 언제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포용하는 것은 당장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나 진정한 조화를 위한 고민 없이 일단 하나로 합치는 것에 불과한 포용은 결국 오래 갈 수 없음을 배울 수 있다.

 

왕권이 약한 상황에서 왕위에 오른 광종은 7년 동안이나 때를 기다렸다가 마침내 개혁을 시작한다. 먼저 노비안검법으로 호족의 힘을 빼는 동시에 나라의 살림도 나아지게 만들고, 과거제를 통해 왕에게 충성하는 신하를 확보하는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 광종은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을 숙청하기도 했다.

 

최태성 선생님은 광종이 자신의 때를 기다리면서 준비한 것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면 반드시 내게도 기회가 찾아올 거야!라고 생각해보자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왕의 자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호족들을 제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그 과정에서 지나칠 정도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광종의 잔혹함은 경계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7장 역사는 왜 이렇게 암기할 것이 많은가요?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

 

정말 라떼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는 지금처럼 재미있게 역사이야기를 배울 수 없었고, 한국사는 단순 암기 과목에 불과했었던 것 같다. 어떤 역사적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무엇이 달라졌고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런 것들을 자세히 이해하고 넘어간 것이 아니라 한 두줄로 외우는 암기과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재미있었는데, 교과서에서 배운 평면적인 지식이 역사 드라마를 보면서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역사 드라마를 보면서 살아있는 역사를 배웠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역사책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삼국사기이고 그 후 백삼십 년 뒤 삼국유사가 지어졌다. 삼국사기는 왕의 명령에 따라 김부식을 중심으로 하는 유학자들이 지었고, 삼국유사는 승려인 일연 만들었는데, 삼국사기는 왕의 명령에 따라 만들어진 역사책이기에 사실확인이 안 된 이야기는 담을 수 없었으나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에 담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라고 한다.

“반면 삼국유사는 삼국사기가 쓸데없다고 버린 기록들을 찾아서 모은 책이예요. 삼국유사에서 ‘유사’라는 말이 ‘버려진 것들을 모은 역사’라는 뜻이랍니다.”

 

역사를 배울 때 맨 처음 듣는 단군신화도 삼국유사에 기록된 이야기라고 한다. 그리고 서양의 미다스왕의 당나귀 귀 이야기와 동일한 이야기가 삼국유사에도 있는데, 경문왕이 당나귀 귀를 가져서 두건으로 가리고 지냈는데, 그 두건을 만드는 기술자만 왕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 기술자도 자신만 아는 그 비밀을 지키느라 병이 날 지경이 된 기술자도 대나무 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리를 쳤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한다. 우리 전래 동화 콩쥐팥쥐 이야기와 서양의 신데렐라 이야기가 너무 유사해서 항상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도 어쩜 이렇게 똑같은 걸까? 정말 신기하다. 그리고 사람 사는건 어느 지역이나 비슷하다는 것도 이런 유사한 이야기들을 통해 느끼게 된다.

 

최태성 선생님께서는 삼국유사는 참 재미있고 또 이런 이야기는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보여 준다는 의미에서 분명히 역사라고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신다.

 

“역사를 공부할 때는 그냥 과거의 사실을 아는데서 그쳐서는 안돼요.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추어 보는 역할을 합니다. ...(중략)...이렇게 역사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이야기,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로 가득하지요. 역사는 마치 보물 지도를 펴서 보물으 ㄹ찾아내는 것과 같아요. 사람들이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관심도 가지지 않는 역사 속에도 보물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정말 그렇다. 역사는 재미있는 이야기 보물 창고같다. 우리 아이들도 역사를 딱딱하고 지루한 암기 과목이 아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배우길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교훈을 얻어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를 바라본다.

 

 

9장 세종 대왕은 왜 한글을 만들었나요?

- 세상을 바꾸는 생각

 

세종대왕이 왜 한글을 만들었는지 당시 신하들은 왜 반대했는지 설명하면서 그럼 진짜 세종대왕이 생각한대로 한글이 실제로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질문을 던지며 한글이 만들어지고 나서 삼년 뒤 담장에 ‘하 정승아, 공사를 망녕되게 하지 마라’는 벽보가 붙은 일이 있었는데, 누가 썼는지는 모르나 정승의 업무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일 좀 똑바로 해라는 항의 표시를 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승을 나무라는 이런 자신의 생각을 감히 정승에게 말로 표현했다면 목숨이 위태로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백성들은 양반들에게 불만이 있더라도 이를 드러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글을 알게 된 백성들은 글로써 이렇게라도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글로 접하면서 조금씩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는 토대를 닦게 된 것이다.

 

금속활자로 인쇄한 가장 오래된 책이 서양의 구텐베르크 보다 약 7~80년 앞선 직지심체요절이자만 인쇄 기술이 꾸준히 발전한 곳은 고려가 아니라 서양이었다고 한다. 즉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하면서 서양에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얻는 정보의 양도 늘어나 누구나 책을 읽으며 생각하고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이는 그전까지 동양에 비해 학문이나 기술에서 뒤처져 있던 서양이 동양을 넘어서게 되도록 도와주었다고 한다. 최태성 선생님은 “발명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대부분 최초가 누구인지를 묻습니다. 하지만 최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력이예요.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처음으로 만들어 내진 않았지만 그의 인쇄기는 역사를 완전히 바꿔 놓았으니까요”

 

사실 금속활자는 우리 나라가 세계 최초야! 라며 괜히 자부심을 느끼기만 했지, 금속활자가 우리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남들과 다르게 기발한 생각을 했던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눈에 띄었으니까요. 세종과 구텐베르크는 여기에 딱 맞는 사람이에요. 이들이 발명한 한글과 인쇄기는 세상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은 사람을 위한 글자와 기술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에요.”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라고 했지만 어린이 시절 이런 책을 만나지 못했기에 어른인 나에게도 무척 재미있고 생각할꺼리가 가득한 책이었다. 그리고 부모로서 아이와 역사 이야기를 나눌 때 어떤 포인트에서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힌트도 많이 얻은 책이었다.

 

곧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3 – 조선후기 ~ 근현대 편도 발간 예정이라고 하니 정말 기대된다. 특히 독립운동과 관련한 파트에서 최태성 선생님은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실지 기대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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