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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 청소년이 묻고 박경서 대사님이 답한 민주주의와 인권
박경서 지음, 김상민 그림 / 생각을말하다 / 2025년 8월
평점 :
세상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작가 소개

박경서 선생님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크리스천 아카데미 부원장으로 지내던 중 ‘크리스천 아카데미 사건’으로 한국을 떠나 18년 동안 스위스에 있는 국제기구 WCC에서 아시아 국장으로 일하시면서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인도적 원조와 인권 수호를 위해 일하셨다.
이후 2000년에 귀국하여 대한민국 최초의 인권대사,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UN인권정책센터 초대 이사장 등을 역임하시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일하셨고, 성공회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석좌교수로 일하시기도 하셨다.
목차
1. 인권대사 박경서가 궁금해요
2. 민주주의와 인권은 무엇인가요?
3. 민주주의와 인권은 어떻게 지키나요?
4. 누구나 인권 지킴이가 될 수 있다.


내용과 내 생각
박경서 선생님과 민주라는 학생의 대화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1장은 박경서 선생님이 살아오신 세월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도 하고, 박경서 선생님께서 민주의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아이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박경서 선생님께서 살아오신 이야기에서 우리 나라의 역사의 한 장면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 새삼 놀랍기도 했다. “4.19 혁명”은 과거 영상이나 책에서나 본 이야기인데 그 때 그 현장에서 시위에 박경서 선생님도 계셨다니! 그 현장에 있었다고 다 그 시위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닐텐데, 좀 멋있는 인생을 산 사람들을 보면 용기를 내야할 때 용기를 낼 줄 아는 것 같다.

박경서 선생님께서 WCC에서 일하시게 된 경위와 그곳에서 일하시면서 만난 넬슨 만델라, 달라이 라마, 아웅산 수지 여사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넬슨 만델라나 달라이 라마 심지어 아웅산 수지여사에 대해서도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는데, 박경서 선생님에 대해서는 이 책 이전에는 이름조차 몰랐었다는 사실에 조금 씁쓸했다. 우리나라의 위인들은 어느덧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에서 멈춰있는 것 같다. 그 이후에도 분명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많은 분들이 계실텐데 말이다. 우리 나라의 훌륭한 분들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장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설명해준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시작은 17~18세기 시민혁명에서 찾을 수 있다. 신분제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 자유, 평등이 보장되는 세상으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은 긴 여정을 거치게 된다.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경제적 지위에 따라 선거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를 두면서 노둥자와 여성을 차별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사람은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를 ‘기본권’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인권에는 3개의 원칙이 있는데, 첫째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갖고 있다.’, 둘째 ‘그렇기에 인권은 양도 불가하다.’ 셋째 ‘모든 사람이 차별없이 누리는 것이다.’ 인권에 대해서는 이 세가지 원칙만 정하고 정의를 내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삶의 영역이 넓어지고 인간의 사고가 깊어질수록 인권이 무엇이라고 정의를 내리면 그 글자 몇 개에 사람의 가치를 가두는 게 되기 때문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정의가 아니라 행동과 현실로 만들어지는 것, 인권은 무궁무진하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라는 말이 매우 와닿았다.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국민이 정치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다 민주주의라고 할 수는 없고, 국민의 의한 정치가 이루어지면서 그것이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과 같은 인권을 지켜 낼 때 민주주의가 된다는 말에 요즘 우리나라 정치를 떠올리면서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도 선출하고 국회의원도 선출하지만 뽑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그들을 뽑아준 국민을 대신해서 일을 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국민의 의한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박경서 선생님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사랑과 책임이라고 하신다. 너무 도덕 교과서적인 말 같지만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견제와 감시로도 딴짓하는 사람들을 막을 수 없다. 우리가 뽑은 대표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런 교육이 그저 착하게 살아라~는 도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진짜 잘 돌아가고 인권이 지켜지고 민주주의가 발전하며, 개개인의 행복권을 실현시키는 절대적인 열쇠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데 현재 학교 교육에서는 아이들에게 이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서 우리 아이들은 공교육에서 민주시민으로서 자라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을 배우지 못한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서운하기도 하고 또 우리 사회에 민주시민의 역량을 배우지 못한 시민들로 가득찰 앞으로 사회는 도대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미디어의 발달로 모든 상황이 실시간 전파 가능하고 또 그만큼 가짜뉴스도 판을 치는데 개개인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마저 부족하면 민주주의의 가면을 쓴 독재자가 나타나도 분별할 줄 모르게 될 수도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세트마냥 함께 한다. 이에 대해서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인지 둘의 관계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관계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3장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국제기구의 필요성, 역할, 국제기구와 인권단체에 대해서도 소개를 해준다.
그리고 4장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청소년시기에 친구들과 행동으로 함께 놀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찾는데 집중하라고 이야기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탐구하고 그 분야에 더 공부가 필요하면 거기에 맞게 공부하고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대학에 가서 더 공부하는 것이 진로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진로를 고민할 때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 속에서 내가 세상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가장 크게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이야기를 책에서 만나니 또 한번 머리가 아프다.

고교학점제니, 대학입시제도의 변화니 하는 중고등학생들의 학교에서의 삶과 입시 이야기와 AI과 함께하는 앞으로의 세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 이질성이 너무 커서 초6인 큰 아이의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하나? 정말 고민이 될 때가 많다.
입시를 위해 밤낮없이 모든 시간을 들여 배우는 대부분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선 필요없는 지식이라고 한다. 암기하고 요약하고 정리하는 건 AI가 인간보다 훨씬 잘하기 때문이다. 지식을 이고 지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의 입시에서는 지식을 머리에 이고지고 해야 한다. 물론 AI시대에도 머리 속에 지식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입시체제 하에서는 아이들의 모든 시간을 지식을 머리 속에 집어넣는데 써야 한다는 거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탐구할 시간이 없다. 친구들과의 놀이를 통해서 자신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영역에 대해서 탐구하고 더 깊이 파고들 시간이 없다. 그래서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기 위해서 과감하게 현재 입시체제하에서의 교육의 흐름을 조금 외면하고 자신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찾도록 시간을 주어야 하는게 아닐까 고민되는 거다.
그런데 박경서 선생님도 지금 말씀하신다. 청소년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며 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어떻게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총평
추상적이기만 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참 좋을 것 같다. 책 내용이 지식을 마구마구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절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므로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모두 읽기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