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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2 - 고려 시대 ~ 조선 전기 ㅣ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2
최태성 지음, 신진호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9월
평점 :
어린이의 미래에 필요한 모든 답은 역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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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띠지에 있는 이 문구가 정말 와 닿는 요즘이다. 벌거벗은 세계사, 벌거벗은 한국사 같은 프로그램을 매우 재미있게 시청하는데, 요즘 들어 특히 국제 뉴스나 국내 정치 뉴스를 볼 때면, TV 방송에서 본 역사의 모습들이 보여서 역사가 되풀이 된다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과거 역사처럼 씁쓸한 결론을 맺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
최태성 선생님은 출근길에 운전하며 듣는 라디어 채널의 패널로 나오셔서 알게 되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역사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전해주실 뿐 아니라 그 역사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까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주셔서 선생님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역사의 쓸모’라는 책을 내셨다길래 읽어보았는데, 뭔가 색다르다. 그냥 재미있는 역사책이 아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잘 설명해주고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 잘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을 사는 우리가 그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생각해서 어떻게 살아갈지까지 생각하도록 이어준다.
그래서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를 내셨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지 무척 기대되었다. 감사하게도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서평단에 당첨되어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2’부터 읽게 되었다.
표지에는 <고려시대 – 조선전기>로 나오는데, 차례를 보면, 총 12장으로 고려시대부터 조선전기까지 있었던 일과 관련하여 12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 붉은 색으로 선생님이 그 질문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짧은 문구로 표시되어 있다.
1장 왕건은 힘이 세서 후삼국을 통일했나요?
- 강한 사람의 비밀
통일신라 말 호족 세력이 나타나게 된 배경과 호족세력과 6두품이 힘을 모으게 된 배경들을 자연스럽게 설명하면서 견훤이나 궁예가 아닌 왕건이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왕건이 가진 리더십에 대해 설명해준다. 즉 왕건은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이나 한때 적이었던 사람들까지도 자신의 편이 되면 크게 환영하고 잘 대우하는 등 호족들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서 나중에는 견훤도 신라의 경순왕도 스스로 왕건에게 항복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최태성 선생님은 역사는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알려준다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후삼국 시대에서 승자가 된 사람은 견훤도 궁예도 아닌 왕건이예요. 다른 사람을 거칠게 대하고 겁주던 견훤과 궁예는 후삼국을 통일하는데 실패하고 말았어요. 왕건이 고려를 세우고 후삼국을 통일한 비결은 마음을 얻고 친구가 되는 것에 있었어요. 자신보다 힘이 약해도, 심지어 적이었다고 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대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왕건을 따르게 된거죠. ...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어요. 자신이 가진 힘으로 주위 친구들을 마음대로 하려는 아이들 말이예요. 지금 당장은 그런 아이들이 힘도 세고 주위에 친구도 많은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람은 진정한 승리를 얻을 수 없어요”
아이들이 힘센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힘의 논리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쉽게 믿어버릴 수 있다. 당장은 그렇게 보여도 진짜 승리는 힘의 논리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 스스로 깨닫고 눈에 보이는 힘의 논리 앞에서 이러한 믿음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이야기 해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럴 때 역사 이야기는 매우 도움이 된다. 전래동화같은 옛 이야기이긴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므로 그 힘이 있다.
2장 왕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 아닌가요?
- 참고 기다리는 마음
아이러니하게 왕건의 포용정책은 왕건이 삼국을 통일하는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그 사후에는 오히려 포용정책 때문에 왕권이 매우 약했고,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호족들의 다툼은 매우 심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모든걸 다 포용한다는 것이 언제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포용하는 것은 당장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나 진정한 조화를 위한 고민 없이 일단 하나로 합치는 것에 불과한 포용은 결국 오래 갈 수 없음을 배울 수 있다.
왕권이 약한 상황에서 왕위에 오른 광종은 7년 동안이나 때를 기다렸다가 마침내 개혁을 시작한다. 먼저 노비안검법으로 호족의 힘을 빼는 동시에 나라의 살림도 나아지게 만들고, 과거제를 통해 왕에게 충성하는 신하를 확보하는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 광종은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을 숙청하기도 했다.
최태성 선생님은 광종이 자신의 때를 기다리면서 준비한 것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면 반드시 내게도 기회가 찾아올 거야!라고 생각해보자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왕의 자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호족들을 제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그 과정에서 지나칠 정도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광종의 잔혹함은 경계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7장 역사는 왜 이렇게 암기할 것이 많은가요?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
정말 라떼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는 지금처럼 재미있게 역사이야기를 배울 수 없었고, 한국사는 단순 암기 과목에 불과했었던 것 같다. 어떤 역사적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 일로 인해 무엇이 달라졌고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런 것들을 자세히 이해하고 넘어간 것이 아니라 한 두줄로 외우는 암기과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재미있었는데, 교과서에서 배운 평면적인 지식이 역사 드라마를 보면서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역사 드라마를 보면서 살아있는 역사를 배웠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역사책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삼국사기이고 그 후 백삼십 년 뒤 삼국유사가 지어졌다. 삼국사기는 왕의 명령에 따라 김부식을 중심으로 하는 유학자들이 지었고, 삼국유사는 승려인 일연 만들었는데, 삼국사기는 왕의 명령에 따라 만들어진 역사책이기에 사실확인이 안 된 이야기는 담을 수 없었으나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에 담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라고 한다.
“반면 삼국유사는 삼국사기가 쓸데없다고 버린 기록들을 찾아서 모은 책이예요. 삼국유사에서 ‘유사’라는 말이 ‘버려진 것들을 모은 역사’라는 뜻이랍니다.”
역사를 배울 때 맨 처음 듣는 단군신화도 삼국유사에 기록된 이야기라고 한다. 그리고 서양의 미다스왕의 당나귀 귀 이야기와 동일한 이야기가 삼국유사에도 있는데, 경문왕이 당나귀 귀를 가져서 두건으로 가리고 지냈는데, 그 두건을 만드는 기술자만 왕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 기술자도 자신만 아는 그 비밀을 지키느라 병이 날 지경이 된 기술자도 대나무 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소리를 쳤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한다. 우리 전래 동화 콩쥐팥쥐 이야기와 서양의 신데렐라 이야기가 너무 유사해서 항상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야기도 어쩜 이렇게 똑같은 걸까? 정말 신기하다. 그리고 사람 사는건 어느 지역이나 비슷하다는 것도 이런 유사한 이야기들을 통해 느끼게 된다.
최태성 선생님께서는 삼국유사는 참 재미있고 또 이런 이야기는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보여 준다는 의미에서 분명히 역사라고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신다.
“역사를 공부할 때는 그냥 과거의 사실을 아는데서 그쳐서는 안돼요.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추어 보는 역할을 합니다. ...(중략)...이렇게 역사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이야기,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로 가득하지요. 역사는 마치 보물 지도를 펴서 보물으 ㄹ찾아내는 것과 같아요. 사람들이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관심도 가지지 않는 역사 속에도 보물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정말 그렇다. 역사는 재미있는 이야기 보물 창고같다. 우리 아이들도 역사를 딱딱하고 지루한 암기 과목이 아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배우길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교훈을 얻어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를 바라본다.
9장 세종 대왕은 왜 한글을 만들었나요?
- 세상을 바꾸는 생각
세종대왕이 왜 한글을 만들었는지 당시 신하들은 왜 반대했는지 설명하면서 그럼 진짜 세종대왕이 생각한대로 한글이 실제로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질문을 던지며 한글이 만들어지고 나서 삼년 뒤 담장에 ‘하 정승아, 공사를 망녕되게 하지 마라’는 벽보가 붙은 일이 있었는데, 누가 썼는지는 모르나 정승의 업무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일 좀 똑바로 해라는 항의 표시를 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승을 나무라는 이런 자신의 생각을 감히 정승에게 말로 표현했다면 목숨이 위태로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백성들은 양반들에게 불만이 있더라도 이를 드러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글을 알게 된 백성들은 글로써 이렇게라도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글로 접하면서 조금씩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는 토대를 닦게 된 것이다.
금속활자로 인쇄한 가장 오래된 책이 서양의 구텐베르크 보다 약 7~80년 앞선 직지심체요절이자만 인쇄 기술이 꾸준히 발전한 곳은 고려가 아니라 서양이었다고 한다. 즉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하면서 서양에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얻는 정보의 양도 늘어나 누구나 책을 읽으며 생각하고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이는 그전까지 동양에 비해 학문이나 기술에서 뒤처져 있던 서양이 동양을 넘어서게 되도록 도와주었다고 한다. 최태성 선생님은 “발명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대부분 최초가 누구인지를 묻습니다. 하지만 최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력이예요.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처음으로 만들어 내진 않았지만 그의 인쇄기는 역사를 완전히 바꿔 놓았으니까요”
사실 금속활자는 우리 나라가 세계 최초야! 라며 괜히 자부심을 느끼기만 했지, 금속활자가 우리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남들과 다르게 기발한 생각을 했던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눈에 띄었으니까요. 세종과 구텐베르크는 여기에 딱 맞는 사람이에요. 이들이 발명한 한글과 인쇄기는 세상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은 사람을 위한 글자와 기술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에요.”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라고 했지만 어린이 시절 이런 책을 만나지 못했기에 어른인 나에게도 무척 재미있고 생각할꺼리가 가득한 책이었다. 그리고 부모로서 아이와 역사 이야기를 나눌 때 어떤 포인트에서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힌트도 많이 얻은 책이었다.
곧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3 – 조선후기 ~ 근현대 편도 발간 예정이라고 하니 정말 기대된다. 특히 독립운동과 관련한 파트에서 최태성 선생님은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실지 기대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