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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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사이 와타루는 지루하기만한 시골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도쿄로 왔으나 인생의 별다른 목표는 없고 그저 도시를 떠다니는 해파리 같은 삶을 지향하는 20대 청년이다. 아사이는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도쿄로 돌아와서 평소 가보고 싶던 집 근처 술집에 들리고 그 곳에서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의 사장인 사사가와를 만난다.

 

데드모닝은 고독사, 자살, 타살 등으로 사람이 죽은 현장을 청소하거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하는 회사다.

 

이야기는 아사이가 사사가와의 데드모닝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죽음의 현장을 청소하면서 전개된다. 그리고 소설이 끝나갈 무렵에서야 사사가와가 왜 죽음의 현장을 청소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회사이름은 왜 데드모닝이었는지 설명해준다. 사사가와는 딸 아이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밤의 바닥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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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고독사라든가 토막살인사건 같은 뉴스가 떠올랐다. 고독사해서 보름이 넘어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볼 때는 죽음조차 너무 조용해서 인생무상을 느끼기도 했고, 사람을 죽인 후 시신을 방에 두고 냄새가 덜 나도록 이런 저런 나름의 조치를 취하면서 몇 달을 한 집에서 태연하게 살았다는 뉴스를 보면서는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살인과 사체유기의 관점에서 인간은 얼마나 지독해질 수 있고 악해질 수 있는건지 생각했었다.

 

한 번도 발견된 시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서, 시체가 있던 그 공간을 어떻게 정리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보통 시체는 24시간에서 36시간 사이에 부패가 진행되기 시작하는데 부패진행되면 엄청난 파리가 날아와서 알을 낳기에 부패한 시체가 머문 곳엔 셀수 없이 많은 파리와 구더기가 존재하게 된다는 것, 부패가 진행되면 몸 속에서 발생한 가스로 인해 사람이 녹기 시작하고 체액이 빠져 나온다는 것, 목을 매달아 자살한 경우 전신 근육이 이완되기 때문에 대소변이 흘러 나오게 되고, 칼로 자해한 경우에는 바닥에 피웅덩이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등등에 대해서 데드모닝 사장인 사사가와가 죽음의 현장에서 초보 아르바이트생 아사이에게 설명을 해주고, 아사이가 죽음의 현장에서 본 것들을 묘사하듯 설명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상상을 하며 아사이 듣고 본 것들을 쫓아가다보니 속이 울렁거리는 것만 같고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장면들은 나도 모르게 눈을 감게 된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읽은 글이 생각났다. 지구의 생태계가 순환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분해자라고 한다.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가 죽었을 때 그들을 분해해서 다시 땅으로 돌아가게 해서 생태계가 새로운 순환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죽은 후에도 결국 몸은 녹고, 파리는 꼬이고 구더기가 몸을 점령하면서 다시 인간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작업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자연의 법칙이고 생태계의 순환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역겹게 느껴졌던 부패의 과정이 조금은 담담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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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건 그저 머릿속 생각들일 뿐이고, 문득 실질적인 고민이 생긴다. 지방에서 홀로 지내시는 아빠께서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과연 부패의 과정에 접어들기 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될까? 생각해보니 아빠와 전화통화를 많을 때는 일주일에 서너 번, 적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도 안할 때도 있다.

 

어쩌면 내가 특수청소 전문회사의 미래의 의뢰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아빠의 인생을 고독사라는 타이틀로 마무리하게 될지도 모른다니 더럭 겁이 난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을까? 모든 죽음은 다 다르지만 그리고 청소를 해버리면 그 사람의 흔적은 모두 사라지지만 그 사람이 그 곳에 살았다는 것만은 변함이 없다는 것? 탄생의 시작 점과 죽음의 끝 점 사이를 잇는 선 그것이 인생이니 마지막 점에만 너무 포커스를 맞추지 말고 그 인생의 선을 더 가치있게 만들자는 것?

  

  

 

그런데 나에게는 아빠에게 더 자주 전화를 해야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조선시대 자녀들이 아침 저녁으로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드린 것마냥 아침 저녁으로 굿모닝! 굿나읻! 전화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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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소설 특유의 냉소적인 느낌이 나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방해하는 어설픈 로맨스나 성적인 이야기가 개입되지 않아서 더 좋았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힘이 좋아서 지루함없이 단숨에 다 읽어버릴 정도로 이야기도 재미가 있다.

 

 

작가는 간호사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쓴 첫 소설이라고 작가소개에 나오는데, 첫 소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마에카와 호마레 작가의 다음 소설도 기다려진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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