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 2019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호아킨 캄프의 국내 최초 그림책
호아킨 캄프 지음, 임유진 옮김 / 곰세마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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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든다. 책의 제목인 피아노는 크레파스로 쓴 것 같은 느낌을 주고 나머지 벽도 카페트도 아이가 색칠한 듯이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조금씩 남아 있는데, 단순한 그림이고 단순한 색을 사용했는데, 왜이렇게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걸까?

 

책을 지은이는 호아킨 캄프라는 아르헨티나의 그림책 작가이자 디자이너 지금은 스페인에 살고 있단다. 대부분 그림책은 책장은 열고 한 장 더 넘기면 왼쪽 페이지에는 지은이에 대한 설명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책 제목이 한 번 더 나온다. 이 책도 마찬가지인데 다른 점이 하나 있다. QR코드가 지은이 보다 더 도드라지게 왼쪽 페이지에 나온다. 그리고 보통은 QR코드가 있더라도 달리 설명이 없거나 설명이 있어도 무엇을 볼 수 있는지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글이 옆에 뒤따르는데, 이 책은 너무 깜찍하게 점선이 꼬불꼬불 아래로 길게 연결되면서 우리들의 비밀 연주회에 놀러오세요!”라고 적혀 있고 귀여운 초록 고양이가 한쪽에서 그 글씨를 보라는 듯 팔을 들어 글씨를 가리키고 있다.



 

나는 이런 디테일에 쉽게 반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표지도 마음에 들었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게 되는 첫장을 이렇게 깜찍하게 구성하고 있어서 더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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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커다란 피아노가 배송되어 집 거실에 놓였지만 남자 어른이 오른쪽 손으로는 피아노를 가리키고 왼손으로는 바닥을 아이들에게 보이며 막는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데 표정도 엄격, 딱딱, 약간 화남이런 단어와 어울리고, “안 돼라고 적혀 있다.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치면 안된다는 걸 강력하게 경고하는 모습이다. ! 이 장면에서 내 모습이 떠오른다. 치라고 사놓은 피아노지만 저녁에는 치지 말라고 경고하는 내 모습. 아파트에 살다보니 치고 싶을 때 자유롭게 칠 수 있는 피아노가 아니다.

 

어릴 때 책을 읽어주는 것뿐 아니라 책으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놀기도 하고 책 터널도 만들어 놀면서 읽을 때 뿐만 아니라 책을 장난감처럼 늘 곁에 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관심을 갖지 않았던 책을 쟁반으로만 쓰던 아이가 그 표지 그림을 유심히 보는 날도 오고 또 내용을 궁금해하는 날도 온다고.

 

피아노도 그럴텐데... 멋진 연주를 위해 연습하고 연주하는 도구로만 쓰는게 아니라, 그냥 블록놀이를 하면서도 괴물이 지나간다~ 그러면서 쾅 쾅 쾅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소리를 표현해보도록 마음껏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해야 피아노로 멋진 곡을 연주하고 싶은 마음도 들텐데


사실 나는 피아노를 치지 못한다. 3때 피아노 학원을 1년 남짓 다녔었는데 당시 학원 선생님이 너무 무서웠다. 틀릴 때마다 작은 지휘봉 같은 걸로 건반 위에 있는 내 손등을 내리쳤기 때문이다. 처음 피아노 학원에 가서 피아노 건반을 누르고 도미도미소리를 냈을 때 그 기쁨은 아직도 남아있다. 난 정말 피아노가 좋았다. 하지만 집엔 피아노가 없었기에 피아노를 칠 기회는 오로지 학원에서만 가능했는데, 한 두달 지나면서부터 선생님이 틀릴 때마다 손등을 내리쳤다. 그렇다보니 피아노는 치고 싶지만 학원은 가기 싫어졌고, 체르니 100번에 들어가서 얼마 안됐을 땐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피아노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런 피아노에 대한 슬픔이 있는 나이기에 아이는 조금 더 자유롭게 연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런 초심은 어느 새 사라지고 아이가 피아노를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보다는 연주를 잘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마음이 바뀐 나를 발견한다. 그림책의 이 한 장면에서 많은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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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림책의 아이들은 하고 싶은 걸 해보는 아이들이다. 아빠가 나가자, 남자아이가 라며 다다다다다 피아노로 달려간다. 조심스레 손가락 하나로 피아노 건반을 누르자 새 한 마리가 나온다. 이제 양손으로 즐겁게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새들을 불러 낸다. 지켜보던 여자아이도 걱정이 담긴 표정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뀐다. 신난 남자 아이가 너무 많은 새들을 불러내자 여자아이가 놀라기도 하고, 직접 연주도 해본다. 남자 아이와 달리 여자 아이는 피아노로 새들을 불러 내지만 짹짹 소리만 나는게 아니다. ‘크르 크르릉~’ 소리도 난다.

 

아이에게 이 부분을 읽어주면서 우리 맞은 편에 있는 피아노를 가리키며 아마 여자 아이는 무거운 소리쪽 건반을 눌렀나봐~ 왼쪽으로 갈수록 소리가 무거워지잖아. 천둥소리처럼.” 라고 했더니, 아이는 맞아! 라며 신난 듯 피아노로 달려가서 소리를 비교해 보라는 듯 왼쪽 건반과 오른쪽 건반을 누르기도 하고 여자 아이는 아마 이 정도 소리를 냈을 것 같다고 자신 만만하게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여자아이가 만들어 낸 크르릉 소리가 쿠아아앙소리로 바뀌자 무서운 동물들이 튀어나왔는데, 남자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자 동물들도 함께 울적해졌고, 이어지는 남자아이의 연주는 비가 내리듯 쏴아아소리를 만들어 냈다. 그러자 동물들은 점점 작아진다. 그런데 희안하다. 연주하는 남자아이 표정도 여자아이 표정도 화가 난듯한 표정이다



이 부분은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원하는 대로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슬프고 화가 난 것일까? 아름다운 새들이 사라져버려서 속상한 것일까? 여튼 비를 부른 연주는 계속되었고 어느새 거실은 수족관 마냥 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러다 다시 물은 빠지고 아이들은 ~’라며 즐거워한다. 그리고 이제 함께 즐겁게 연주한다. 그러자 그 연주는 춤추고 즐거운 많은 사람들을 불러냈다. 하지만 뚜벅뚜벅 소리에 모두 문을 쳐다본다.

 

아빠가 문을 열고 빼꼼히 쳐다보지만 아이들은 피아노와 떨어져 서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아빠에게 들키지 않았다. 그리고 아빠가 거실에 들어오자 아이들은 자신들의 방으로 가는데, 거기엔 연주로 불러낸 새들과 동물들과 춤추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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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다음 이야기도 당연히 있을 줄 알고 또 한 장 넘겼는데 맨 뒷장이다. 그래서 두장을 넘긴 줄 알고 다시 또 한 장을 앞으로 넘기니 아까 그 장면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는 엄마!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라고 말했다.

 

뒷이야기가 더 있어야만 할 것 같았는데,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첫 페이지의 QR코드로 애니메이션 북을 보는 것으로 달랠 수 있었다. 아이들의 연주소리를 직접 들으며 책을 보니 더 재미있었다. 애니매이션 북을 다 보고 나니 아이도 나도 모르게 그림책 속 아이들이 연주한 리듬을 흥얼거리게 되었다.

 

특별하고 엄청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은 아니지만,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책이다. 색감이 참 예쁘고 정감가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고, 피아노 소리로 많은 것들을 상상하며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둘째가 마구 마구 건반을 누르더라도 시끄럽다는 딱딱한 말을 던지기 보다는 지금 천둥소리를 만들고 있는 거야? 며 아이가 소리로 표현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물어봐야겠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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