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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아침에게
윤성용 지음 / 멜라이트 / 2023년 7월
평점 :
『 당신의 아침에 보사노바를 선물하고 싶다.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고 느긋한 멜로디가
당신의 기분을 어디로든 데려갔으면 좋겠다.
구겨진 미간을 펴고
햇살 가득한 미소를 지었으면 좋겠다.
아침을 닮은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단지 이 정도뿐이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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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무슨 생각에 빠졌는지
잔뜩 주름진 미간을
엄지 손가락으로 꾹 꾹 밀어본다.
잘 잤어? 일어나, 아침이야.
그렇게 너의 아침을 열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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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의문이고 가장 엉망이었던 날,
조용히 내 옆에 와 있던 책. 나의 손이 닿았던 책. 그렇게 시작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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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잔뜩 엉킨 마음이 좀 풀어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할까?
화려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은은하게 담담하게
그렇게 마음을 채워주었다는 말로 충분할까?
아직도 사실은 나는 내가 괜찮은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건, 이 책이 선물해준 그 시간 동안,
나를 보듬고 나에게 준 ‘이해’ 만큼은 진심이었다.
누군가에게 이해받은 진심은 실로 충만했다.
❝ 내 삶은 기대에 못 미치는 날들이 더 많았다. 그런 순간도 어떻게든 긍정해보려고 했던 시도들이 결국 세상을 견디는 힘이 되었다. 지금은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일도 언젠가 기회를 만나 의미를 되찾게 될 것이다. 그런 복선이 우리의 삶을 완벽한 서사로 만든다. ❞ |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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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들이 그렇듯, 지금은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이 후일에는 분명 인생의 어떤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겪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하찮고도 ‘처연한’ 순간으로 가득할지언정, 언젠가 다시 오늘을 돌아봤을 때, 이 시간이 있었음을 감사히 여기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에는 다시 이 글을 써준 분을 떠올려야지. 그때 그 시간에 내 곁에 있어준 이 책을, 나에게 준 이해와 풍요롭고 따뜻했던 그 아침을, 꼭 고맙다고 다시 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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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아침에게,
친애하는 ‘나’에게,
지금 당신이 보내고 있을 그 시간들에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홀로 생각하며 다듬어온 그 시간들은
결코 지금의 당신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조금 멀리 돌아갈 뿐입니다.
결국은 당신은 시간의 끝에 닿아요.
의심하지 말아요 그리고,
자유를 향한 그 마음이 지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 "당신의 글이 내 허기진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라는 말 한마디가 평생 글을 쓸 이유가 되었다. 그저 따뜻한 문장들을 꼭꼭 씹어 마음 한편을 채워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살아 있다는 감각은 고립된 생각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을 위해 행위할 때, 비로소 우리 안에 불안을 무찌르는 힘이 마련된다.
우리는 그렇게 글 쓰는 사람이 된다. 』 | 222
#친애하는아침에게
#윤성용
#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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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언제나 내게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세상은 계속 돌아간다’는 사실을 부드럽고 사려 깊게 일깨워준다. ㅣ19
어떤 용기는, 힘들고 어려운 날의 끝자락에서도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속삭일 때 생기기도 한다. ㅣ28
어쩌면 내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멀리서 바라보면, 각각의 기억들이 칵테일처럼 서로 흔들리고 뒤섞여서 아름다운 색깔을 갖기 때문이다. ㅣ95
아침 볕은 나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 가득 안아준다. 단단하고 무거운 어깨를 따뜻하게 매만진다. 불쾌하고 취약한 존재에게도 미소를 짓고 공평한 사랑을 나눠준다. ㅣ118
내 마음속 풍경은 고요한 설원이었으면 한다. 내게 어떤 일이 있었든,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눈으로 덮인 벌판이 펼쳐져 있다면 그건 분명 아름다운 삶일 것이다. ㅣ130
슬픔은 일상 속에서 풍화되듯 서서히 사라진다. 이토록 얄궂고 잔인한 순환을 우리는 계절처럼 반복하며 살아간다. ㅣ153
늘 곁에 있어 변치 않는 평온을 전해주고, 그 안에서 언제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것. ㅣ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