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산문집
이제야 지음 / 샘터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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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 머무른 마음의 모양이 같아서 그 자리에는
같은 마음이 뭉게뭉게 불어날 지도 모르겠구나.
우리가 모두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는 외롭고 고독한 그 이유가
우리를 시의 시간으로 모이게 합니다. ”
| 29

-
시인은 자신의 시를 믿지 못하여 독자들에게 그들 마음 속의 시를 들려달라 청하였다. ‘시를 읽는 사람들’은 시인의 시집을 빼곡하게 채워 넘치도록 많은 순간들을 시인에게 돌려주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우리는 어쩜 이리도 서로 같은 단어로 서로의 손을 단단히 붙잡는지. 그렇게 이제야의 시를 읽는 우리는 시의 시간으로 하나 둘, 모여든다.

서로 다른 고통이 하나의 시에 모인다.
서로 다른 마음이 모여 같은 단어 위에 내려앉는다.
다르다는 착각은 이내 같다는 믿음이 된다.

“ 영원히 살아볼 수 없는 존재의 이름은 그리움이겠습니다.
더 사랑하기 위해, 더 고마워하기 위해 그리움은 우리의 역할이 되지요. 살아볼 수 없는 과거의 시간을 꼭 한 번은 살아보고 싶을 때 시가 탄생합니다. 살아 볼 수 없어서 짐작만 하는 게 아니라 살아볼 수 없어서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때. 시는 현실에서 쓰는 기록이지만 어쩌면 시를 쓰는 순간은 이미 끝난 순간을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그리움이라고 믿으며 잘 받아 씁니다. ” | 26

-
시를 읽는 순간은 늘 가까운듯 멀다.
손에 잡힐 듯 또 다시 뒷걸음질 치며 멀리 달아나지만 나는 그 모습을 오래 지켜본다. 그러다가 문득 어느 시의 한 구절이 나의 삶을 관통하고, 나는 그대로 가슴에 구멍이 뚫려버린다. 또 다시 어느 시를 만나기 전까지, 뚫려버린 마음을 잘 접어두고, 시가 되는 순간을 기다린다. 나는 그것을 잊는다. 그 순간은 잊혀진다. 잊었다고 착각한다. 불쑥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이제야 시인은 이런 순간들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한다.
아주 특별하고 찬란한 순간이기 보다는 오히려 너무 흔해서 지나쳐버리게 되는, 초라하고 남몰래 무너져내리고 어디론가 숨고 싶어지는 순간들 속에 ‘시’가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그 보석같은 순간의 말들을 하나씩 꺼내자고,
우리 모두의 시간이 사실은 이토록 빛나더라고,
작고 초라해도 그 안에 오롯이 삶의 의미가 담겨있더라고.

-
시인이 되기까지 지난한 시간 속에 뭍어나는 진중함과 섬세함, 유려하게 풀어내는 그의 언어들 속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그저 ‘나‘라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서로 다르지만 같은 우리를,
시인의 삶이 담긴 시가
어느새 나의 시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모든 순간은 시였다.

+
같은 슬픔과 아픔이었다면 그저 위에 겹겹이 쌓이고 말았을 마음들이 다른 슬픔과 아픔을 만나 몸집을 키워가며 큰 모양을 만듭니다. 그 모양이 눈덩 이만큼 커져 다시 묵묵히 삶을 구르겠지요. 우리는 이것을 시가 되는 순간이라고 기억하면서요. | 30

나를 가둠으로 대화가 시작되고 그 대화로 시를 쓰며 가장 고요하고 묵묵한 속사정을 기록하는 순간. | 55

아주 작은 진실로 사랑을 한다면 그것은 거짓일까, 아주 작은 허구로 사랑을 한다면 그것은 진실일까. 그 무엇도 공평할 것이라는 약속 은 없었다. 시를 쓰는 일은 시가 되는 순간은 세상의 모든 진실과 허구가 만나, 이곳에 없는 세상이 탄생하는 때. |118

돌아보지 않는 시간을 나누어주고 싶은 계절에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짧은 마음을 나누어주었다
다정한 마음들 사이에 고단한 마음 하나가 있었다
마음을 주다가 마음의 자리에 대해 생각했다. | 153

모든 시간으로 가려면 건너는 법을 알아야지
오지 않은 아침의 말들에게 물었다.
놓아준 적 없는 햇빛에도 마음이 그을린다
위로되지 않는 여름날 우정처럼 | 189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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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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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한다는것은 🕊️
“ 바깥줄과 안줄, 두 줄 사이를 오가는 해금의 활처럼
나는 언제나 두 세계 사이를 서성인다. ” p259

-
해금 연주가 ‘김보미’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의 멤버
서울특별시무형유산 제 44호 삼현육각 이수자
국악방송 진행자
해금산조 연주 앨범 발매

김보미의 음악 에세이,
< 음악을 한다는 것은 >

특히 잠비나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 축제인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미국의 코첼라 등에 초청될 정도로 해외에서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인정받는 밴드이다.
(제니, 리사가 공연한 그 코첼라요, 네 🥹)

중학교때부터 해금을 시작해 전통음악부터
잠비나이를 통한 현대음악 활동까지,
서로 다른 영토를 거침없이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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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으로 하는 전통음악은 엄격하고 때로는 번거롭기도 하지만 진정한 음악적 역량에 기반한 연주를 하게 한다. 반면 포스트록 장르를 연주할 때는 머리를 흔들어도 해금을 흔들어도 상관없다. 자유롭고 일탈적이다.

음악의 경계를 뛰어넘어 30년간 몰두해 온 그의 음악은
김보미라는 한 사람이 성장해온 역사이다.
한 사람을 성장시키고 올곧은 삶의 태도를 지켜내게 하는
하나의 거대한 가치관으로 연결된다.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손을 짚는 ‘지판’이 따로 있지 않고
몸통에서부터 떨어진 두 개의 현이 오로지 연주자의 손끝과 압력, 그의 의지에 의해 소리를 내고 곡조를 만들어낸다.
한 사람의 손으로 빚어진 소리는 연주자가 표현해낼 수 있는
다양한 삶의 정수를 나타낸다.

-
언제나 진심으로 연주에 임하지만 사람들이 과연 내 음악을
내 뜻대로 받아들여줄까 하는 의심은 늘 그를 불안하게 한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수 많은 관객들 앞에서 틀려버리면 어떻게 하나, 만약의 만약이 이어지는 자기 의심 앞에서도 늘 할 수 있는 말은 ‘틀려도 괜찮아’ 라는 것.

인생은 가혹하다. 아무리 괜찮다고 마음을 다독여도 종종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불안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럴수록 더더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하루치 만큼 쌓인 믿음으로 나를 지켜내는 것이다.
차곡차곡 쌓인 마음은 늘 든든한 나만의 구원자가 되어준다.

“ 지나간 모든 일은 미화된다는 말이 있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결과가 있었다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던 의지는 언제나 아름다웠기 때문이 아닐까. 아름다운 의지들이 모이고 모이면 언젠가는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는 순간이 온다고 믿는다. ” | 213

-
그리고 또 한가지, ‘ 균형 ’
음악적으로도 두 장르를 넘나들며 그가 해내고 있는 것들에 필수적인 전제가 바로 ‘균형’일 것이다.
해금에서도 바깥줄과 안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듯, 그의 에세이읽으며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완벽한 연주를 해내기 위한 노력도 있겠지만,
연주자 김보미와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인간 ‘김보미’로서의 삶의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늘 완벽할 수 없고 늘 같은 연주를 할 수 없는 인간이니까.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서 어쩌면 내 삶의 균형도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기 이곳에 보이는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니듯,
헛점 투성이일지라도 그 자체로 내가 할 수 있는
오늘치의 노력을 다 하는 것. 그 자체로 ‘나‘라는 것.
구겨지고, 흐트러져도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은
여전히 내 안에서 나온다고 믿고싶어졌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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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에밀리 오스틴 지음, 나연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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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순간은 기억되든 아니든 영원히 존재한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시간 속에서 한순간을 영원히 차지하고 있다. 나는 생의 매 순간, 일어난 일들을 잊고 나이 들어가며 성냥처럼 타버릴 것이다. 결국 모든 게 재가 될 때까지. ” | 346

/ Everyone in this room will someday be dead


-

평범한 20대 여성 길다.
눈에 띄지 않는 외모에 레즈비언, 무신론자.
서점 직원으로 일은 했지만 책도 좋아하지 않는데
누군가에게 책을 권하는게 사기꾼 같아 그만 뒀고
통장 잔고는 0을 향해 수렴 중이다.

우연히 찾은 성당에서 취업의 기회를 얻었지만
자신은 무신론자에 레즈비언이라는 사실 때문에
늘 언제 들킬까 노심초사.
길다의 내면은 늘 불안하고 걱정이 가득하고,
혹여 폐를 끼칠까 매사에 조심스럽다.

그래서 인지 소설의 전반에 깔린 그 불안을
함께 끌고 가는게 읽는 내내 힘들었다(속터짐주의)
아휴, 그만 좀 해, 이게 왜 니 탓이야.
교통 사고가 났는데도 뭐가 괜찮다는건지
부러진 팔에 에어백이 다 터진 차를 스스로 운전해서
꾸역꾸역 병원으로 가고 (가해 차량이 도와주겠다는데도!)
어지러워 죽겠는데도 자리를 양보하고 (앉는 사람 불편하게)
주문한 적 없는 스무디가 나왔는데도
아무말 못하고 기어코 그걸 먹고 알러지가 나고.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그 뿌리 깊은 불안과 우울은 어린 시절 기르던 토끼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로 촉발되어 죽음에 대한 강박이 그녀를 늘 옭아매고 있다.

우연히 일하게 된 성당에서 어떤 살인 사건에 연루(?) 되는데, 이것도 사실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일수도 있지만 그녀의 의식이 자꾸만 살인자를 찾아내라고 한다. 근데 추리도 아무나 하나, 길다의 추측은 다 틀리고 오히려 일을 더 키우거나 오해만 살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실패하면서도 또 다시 길다는 세상의 가엾고 연약한 존재들을 향해 마음이 기울고 만다. 지켜줘야 할 중요한 존재들이 가득하여 결코 모른 척 할 수 없다는 것이다.

“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나도, 내가 사랑하는 이들도 언젠가 떠나리라는 것. 소멸의 운명을 안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에 의지해야 할까. ”
| 384, 옮긴이의 말

우울을 애착인형처럼 매달고 다니는 길다가
어떻게 우울의 감옥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 수 있을까?

우리 모두 어쩌면 죽음을 향해 매일매일 걸어가는 것 뿐,
어떤 죽음도 피할 수 없다.
언제 어떻게 다가올 지 모르지만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서로의 곁을 지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길다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상하게 그녀에게 마음이 기우는 것을 느꼈다.
길다가 거울을 보며 울먹일 때,
거울 속의 자신을 한심하다고 말할 때,
그저 모든 일이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길다가 결국 어두컴컴한 방에서 나와
밝은 햇살속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기를,
내내 응원하게 된다.

-

내가 세상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묘하다. 우주에서 추락하고 있는데 엘리노어가 장미 한 송이를 던져준 기분이다. 너무나 달콤하고, 무의미한 몸짓. 혼자 우주에서 추락하는 게, 내 옆에서 함께 추락하는 누군가를 보는 것보다 덜 괴로울 거다. 누군가 내게 잘해줄 때마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하고 슬픈 일인지 또렷하게 실감하게 된다. | 216

내 존재의 무의미함과 무관한 다른 생각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기를, 아니면 가능한 우리 가족에게 방해되지 않는 방식으로 죽을 수 있기를. | 281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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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 사이코 픽션
박혜진 엮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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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실패한 욕망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살아 있는 정의였다. 인간이란 모순, 무질서, 혼돈, 그리고 느닷없음의 동의어였다.”
| p9

‘퍼니 사이코 픽션’ 말 그대로 보편적인 관점에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주인공들에 의해 촉발되는 사건이나 사고, 믿기지 않는 몽환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소설 모음집이다, 그런데 여기에 박혜진 평론가의 꿀같은 해설을 곁들인!

이 책에 선별된 소설들만 본다면 과연 내가 평생 책을 읽어도 이런 글을 읽을 일이 있을까 싶은 기괴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 뒤에 덧붙여진 박혜진 평론가의 해설을 읽고나면 그제서야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어둠에서 벗어나 세상의 진실에 눈을 떴다고 느끼는 순간 한 층 더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고만다.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을 비밀스레 훔쳐본 것 처럼. ‘말끔한 표면 아래 병든 심연’과 같이 세상 어디에서라도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읽는다.

더 기가막힌 것은, 그렇게 심연으로 빠져들어 마주하는 것이 어둠 속에 깊게 숨겨졌던 ’나’의 또 다른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나에게 이런 마음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투영되는 것이 아닐까? 애써 들춰내기가 꺼려지는 모난 마음, 착한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강박, 때로는 변태적이고 규칙을 깨고싶은 어두운 내면, 남들이 알면 이런 나를 사이코라고 하지 않을까 두려워 아닌 척을 하느라 깊이 숨겨놓은, 나만 아는 삶의 여러 장면들 말이다.

“ 현재를 생생하게 예견한 세기말 한국 단편소설 7편
각양각색의 아픈 사람들을 발견하고, 해설하다 ”

해설 없이 읽었다면 이게 무슨 결말인지, 주인공은 도대체 왜 이러는지, 곡소리를 내며 당췌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고 덮어버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로워진다.

혼자 힘으로는 작가의 의도에 가닿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한번 더 정제된 언어로 곁들어진 해설과 함께 어느 순간 이야기가 진솔해지고 독자로 하여금 그 다음의 세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물론 해설자의 생각이 곧 나의 생각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색다른 방식으로의 이해는 분명 이야기에 더욱 진실되게 조응하도록 돕는다.

“ 우리의 실존은 콘크리트 벽이 아니라 합판벽에 더 가깝다. 딱딱해 보여도 의외로 쉽게 허물어지는. 사소한 우연에 의해 오늘까지와는 전혀 다른 내일을 사는 게 충분히 가능하단 얘기다. 고유한 자아가 있고, 자아가 확립한 길을 따라 자기만의 삶을 살아간다고 여기지만 실은 수많은 변덕 속에서 양극단을 오가며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체에 더 부합할 수 있다. ” | 71



우리도 모르는 우리의 어떤 모습은 때로 너무 창피하고 불편해서 눈을 질끈 감게 만든다. 그렇게 나의 의지로 선별한 강박적인 좋은 모습들만을 진열하고 내가 이 만큼 바른 사람이고, 이 만큼 세상을 잘 살고 있다는 인정을 갈구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한 편에 숨겨진 어떤 ‘나’라는 존재는 내 귀에만 들리는 소리로 그것이 거짓임을, 너는 나약한 모순덩어리일 뿐이라고 비웃는다. 늘 내면의 무언가와 싸우고 있는 우리, 때로는 그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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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비트겐슈타인 - 20세기 천재 철학자의 인생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임재성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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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질문도 매번 반복된다고 느껴질 때면 점점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이 질문에는 정녕 답이란 게 없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답을 구할 능력이 없는 것일까. 해결되지 않는 진부한 고민은 결국 내가 평생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인 것 같아 어쩐지 서늘하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왜 이토록 삶의 모든 순간을 고민과 걱정덩어리로 만들고야 마는지. 갑작스럽게 몰려드는 허무 속에, 나는 아직도 이토록 갈대처럼 흔들리고, 결정은 늘 어렵고, 위기와 좌절 앞에 무너지기 일쑤인데. 삶을 지탱하고 견뎌내는 힘은 그저 말뿐인 허울 속에서는 결코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한다는 진리는 흔들리는 마음을 비집고 들어와 못난 생각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나를 이끌고 간다.

✔️ 혼란스러운 마흔에게 철학은,
문제에 대한 서툰 해결책 보다는 이면에 감춰진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게 해준다. ‘나’라는 존재에 더 가까이, 내가 마주한 문제를 어떤 감정적인 휘둘림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돕는 것이 철학의 역할이다.

형체는 없고 현상만 가득한 복잡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사유하고 생각을 확장시켜 날카롭게 다듬고 그것을 실행하여 답을 끌어내는 과정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 비트겐슈타인은 20세기 철학의 흐름을 바꾼 인물로 평생 우울에 시달렸지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우울 속에서 사유를 멈추지 않으며 자신의 철학적 논고를 완성해낸 사람이다. 자신의 철학적 논리를 스스로 뒤집고 적극적으로 현실을 반영하며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도 유연하게 사고의 틀을 변형하면 세상 속에 자리잡고자 했던 사람.

그는 무엇보다도 자기 내면의 성찰과 끊임없는 사유, 그리고 그 사유의 확장으로 내 안에 고립되지 않고 세상과 맞닿아 마침내 누리는 정신적 자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 삶이란 어떤 목표나 상황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매 순간 우리가 내리는 선택과 태도로 만들어진다. 의지를 잃지 않는한 어떤 난관도 사유의 끝을 막지 못한다. 생각이 현실을 바꾸길 바란다면 이제 당신의 의지를 그 생각에 실어야 할 때다.”
| 189

▪️지금 내 앞에 놓인 어려움이 무엇이든 그것이 나를 완전히 지배할 수는 없다. 인간에게는 사유하는 능력이 있고 사유를 통해 정신을 지켜내는 방법을 끊임없이 탐구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정신은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어디서든 만족하며 진짜 자기 인생을 살아가도록 나를 돕는다.

✔️ 내면과 언어, 사유, 통찰, 삶의 의미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36가지 조언은 비틀거리며 어렵게 한걸음씩 내딛는 마흔의 삶에도, 사실은 나이를 떠나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사유의 힘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줄 책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 나의 시선으로 새롭게 생각하고 깨닫고 다시 흔들려도 흔들리는 그 자체로 바로 나의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 씨앗을 뿌린다고 저절로 열매가 맺히지 않듯 사유도 끊임없는 숙고와 탐구를 거쳐야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기 위에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듯 사유도 불편함과 혼란을 감수해 야 한다. 익숙한 신념이 흔들리고 편안했던 사고의 틀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우리는 철학을 통해 진정한 깨달음에 다가설 수 있다. ”
| 234

+ 흔들리는 삶 속에서도 책 한 권이 남기는 긴 여운을 잊지 못해 또 책으로 돌아오는 마음. 때마침 참 좋았던, 때마침 위로와 조언이 가득했던 책!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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