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물질 문학동네 시인선 229
나희덕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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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쉬는 물질로서의 사람은
자연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나희덕 시인이 말하는 시 속의 인간은
자연의 모든 생물체와 동등한 위치에 선다.
어떤 종보다 우월하지도 않고
이 세계 위에 군림하지도 않으며
그저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의 위치에 대해
다시금 물질과 분자, 원소로서의 인간을 상기시켜 준다.

어려운 단어나 혼미한 문장구조는 없다.
명료하고 담백하게 써내려간 글들에서
시를 통해 하고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
상상하고 나름의 추측을 해야 하는 단계가 생략되니
이렇게 가벼우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투명하게 비쳐보였다.

“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는 것.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자연이라는 관념을 벗어나 생태계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것
인간만이 세상의 주체라는 믿음을 벗어나는 것 ”
| 126

+ 생물학, 생태학 같은 여러 저서를 참고하여 쓰여진 글들이 자주 등장해서 사실은 그런 분야를 연구하시는 분인가 싶기도 했는데 (전혀 아니었고) 이 시들은 작가가 이뤄낸 사고의 확장이며 독자와의 소통과 메세지를 전하는 매개체가 였다. 덕분에 우리가 지켜야할 자연과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 한 편의 시가 폭발물도 독극물도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
수많은 시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 ” p66

#느좋 컨셉도 물론 좋고, #텍스트힙 도 좋지만
꼭 생각해봐야 할 주제를 던져주는 글과
그것을 통해 생각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지루하지만 애써서 지켜내고 끊임없이 쌓아야 하는 시간들,
‘나’라고 한정된 바운더리를 더 넓혀가는 과정은
‘느낌 좋은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시를 읽는 것도, 시를 통해 사고를 확장하는 것도
나를 갈고 닦아 더욱 유연하게
이 세상과 합을 맞춰나가는 일임을 깨닫는다.

“ 세상에 무엇을 건넬 것인가.
나희덕 시인이 그리는 삶의 자세는
인간을 포기하거나 인간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넓히고 인간 그 이상으로 다시 그리는 일에 가깝다.
시인의 ‘마음 한 조각’을 버리고 얻는 것은
다시 타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림이다.
인간은 인간이 아닌 존재를 향해
자기 마음까지 증여할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자신을 내던질 때
비로소 인간은 인간 그 이상일 수 있을 것이다. ”
| 143

#시와물질
#나희덕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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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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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이해하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겠다.

| 답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물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한국이란 무엇인가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나’라는 존재는 한없이 작아진다. 사실 김영민 교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덜컥 책을 들었다. 제목이 ‘한국이란 무엇인가’ 아니던가. 이 시국에, 더 없이 한 나라의 정체성을 곤고히 해야할 시기에. 마치 인생일대의 과제처럼 꼭 읽어야 할 책이었다.

그보다 앞서 나는 정치의 ‘정’자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 이 글은 내게 정치보다는 그저 한 사람의 생각을 읽는 것, 개인의 사유를 읽는 수단이 되었다.

제목에서 퍼져나오는 아우라때문인지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누어 거대한 정치적 개념을 설명할까 싶어 잔뜩 긴장한 채 시작했던 우려와는 달리, 여러 주제로 익숙했던 개념을 새롭게 재정립하는데, 거기에 쓰인 말들이 거침없이 시원하게 질주하는 듯하고, 위트까지 있다. 글이 재밌어서 술술 읽힌다. 출판사에서 왜 필사북까지 만들었을까 싶었는데 필사를 부르는 문장들이 즐비해있다.

단군신화에서 문명으로 나아가려는 존재의 몸부림에 대해 생각을 할 줄 누가 알았던가. 웅녀가 문명화를 위해 고난을 기꺼이 감수하는 인간, 변화를 위한 자기 통제를 해내는 인간이라니. 이 얼마나 차원을 넘어서는 정의인지.

또한 정권의 교체로 나는 또 다른 타자에의 의지를 이어가는 것은 아닌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다고 나를 포함한 이 세계가 변할 것이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나 스스로 주체적인 개인이 되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비로소 자유누리고 개인의 권리를 책임질 수 있는 성인이 되는 것이다.

마음을 잃어버린 자, 그는 과연 살아있는 건가. 추구하던 가치를 잃어버린 자, 그는 과연 살아 있는 건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수장고가 파괴될 때 시인 팔라다스는 이렇게 노래했다. “삶은 그저 꿈. 우리가 목숨을 부지해도 우리가 수호해온 삶의 방식은 죽어버리겠지.” — p285

|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제도 개편이 아니라 사유의 전환, 정치적 성과가 아니라 언어의 발명, 지도자의 등장보다 국가를 바라보는 시선의 재구성이다.. — 책 소개 에서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조차도 버거울 때, 타인의 사유에 기대어 잠시 숨을 돌려도 좋겠다. 그 아늑함에 빠져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것도 잠시, 어느 새 편안한 둥지를 떠날 것이고, 자유를 갈망할 것이다. 분투할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임을 받아들이며 불안을 그대로 안고, 나 라는 한 사람의 고요한 사유를 이어나갈 것이다. ‘고통스럽더라도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고 싶어지는 새로운 분투’를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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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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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읽었어요. 한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삶의 태도가 마냥 무겁지 않고 ‘재밌어요’. 의외로 말랑할 때도 있어서 놀랐어요. 말 그대로 한국과 정치, 현대인의 사유를 한데 묶어 위트있는 문체로 풀어나갑니다. 김영민교수의 책이 처음이라면 더욱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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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고비에 꼭 만나야 할 장자
이길환 지음 / 이든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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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유한성’과 ‘지혜의 무한성’을 깨닫자, 인생의 모든 기준이 ‘남’에게서 ‘나’로 되돌아옵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도의 마음, 삶은 영원하지 않다는 진리를 깨닫고, 무한의 지혜를 온전한 삶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p236

#마흔고비에꼭만나야할장자
#이길환
#이든서재

-
시끌벅적하게 다가오던 서른과 달리,
마흔은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다가와 나를 끌고 갔다.
문득 뒤돌아보면 마흔이고
저 멀리서 이미 쉰이 손짓을 하고 있다(소오름!)

사회에 나와 자리를 잡고 일에 대한 열정도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서른과 달리, 어느 정도 일에 대한 연륜이 쌓이고 중요 직책에 오르기도 하고 자신의 분야에 대한 나름의 삶의 기술이 쌓여가고 있음을 느끼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만하기도 쉽고 지치기도 쉬운 나이.

조용하지만 사뭇 거대한 이 마흔이라는 나이,
어른이 된 이후에 겪는 사춘기가 있다면 바로 이 나이가 아닐까. 이만큼 살았으면 어떤 삶의 이치나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게 아닐까? 나는 왜 아직도 늘 부족하고 어린아이 같을까. 뭔지도 모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감, 그와 반대로 지쳐가는 마음이 공존한다.

-
“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자꾸 흔들릴까? ”
마흔을 위한 따뜻한 쉼표, 장자를 만나다

장자의 철학은 접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이렇게 맞는 말, 바른 말을 ‘착하게‘ 하는 사람이라니.
그 시대에도 인생을 한없이 긍정적으로 살아간 정신 승리의 대가가 장자이다.

✔️ 그의 사상의 핵심은
“ 세상 모든 만물은 상대성에 의해 존재한다. 그러니 이것은 곧 저것이 될 수 있고, 저것은 곧 이것이 될 수 있다. ” 이다.
만물의 상대성, 같은 상황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그의 철학은 저마다 타고난 본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기에 ‘옳음’과 ‘그름’의 분별은 사라지고, 다툼의 여지는 줄어든다고 전한다.

정해진 틀 안에 갇힌 생각 속에서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에, 괴롭겠지만, 불안하겠지만, 그래도! 나도 모르게 그어버린 마음의 모든 선을, 바운더리를 지우고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한다. 그 세상은 익숙한 배경속에서도 새로운 이치로 다가올 것이다.

마음이 힘들고 지칠때, 누군가의 조언이 듣고싶고 어딘가 기대고 싶을 때, 장자의 철학은 조용하고 포근한 품을 내어준다. 책 한 권을 읽고 난 느낌이 ’포근한‘ 철학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장자의 철학을 한 번 더 곱씹어 부드럽게 풀어낸 이길환작가님의 필력이 다 했지만, 좋은 기회에 마음을 단단하게 해줄 철학을 만나서 더 없이 기뻤다.

+ 딸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들로 기억되었던 작가님이
이렇게 장자의 철학으로 멋진 ‘인생 교본’ 선물해 주셨다.
한 사람의 성장과 성취가 바로 내 눈앞에서 펼쳐진다.
그의 책을 읽고 사유하고 내 삶 속으로 투영하며
매 순간 배울 점을 깨닫는 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늘 감사합니다, 건승하세요! @gi_hyun1267

+ 문장들,

스스로 빛나는 사람은 자신의 그림자를 만들지 않습니다. 오직 주변을 밝혀 빛이 도달하는 곳의 형상을 가늠하고, 그 물체의 그림자, 그리고 망령을 만들 뿐입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빛을 되찾아 누군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157

넘치는 지혜, 고민, 걱정, 불안과 같은 감정들이 마음속에 꽉 들어차 있을 때, 그렇게 빛이 들어서지 못하는 마음에는 사람이 찾아와 머물지 않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 매일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비우기 어렵다면, 마음 한편에 공간을 마련해두고 그곳에 잠시 짐을 옮겨 두십시오.
| 196

마흔은 자주 흔들립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닌, 이리저리 내달리는 마음을 중심으로 불러들이는 힘을 기르는 일 입니다. 중용을 지키는 자세는 치우치지 않는 삶을 이끌고, 어떤 생 각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게 합니다.
| 215,나는

#장자 #철학책 #인문학 #책추천 #독서기록 #책밤
by Hed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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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 무심코 쓰는 말에 숨겨진 차별과 혐오 이야기
태지원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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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편을 나눌까?
원시시대에는 생존을 위해 아군과 적군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차별은 어떻게 보면 게으름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복잡한 판단의 과정을 생략하고 이미 익숙해져 있는 사회적 통념이나 고정관념으로 일단 선을 긋고 검증되지 않은 ‘생각의 틀’을 만든다.

그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차별의 씨앗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 씨앗들에 양분을 공급하고
때에 맞게 물을 주며 무럭무럭 자라도록 돌보고 있다.

문제는 그 차별의 씨앗들은 너무 평범하고,
너무 일상적이며, 차별을 인지하기도 전에
상대방에게 날아가 비수가 되어 꽂힌다는 점이다.

“그래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사람이 철든다.”
“아빠(엄마)가 있어야 애가 제대로 큰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의 틀 안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으면 비정상으로 간주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말하지 않더라도 관념적으로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바꾸어 말하면,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모두 불행한 삶을 사는 것 같다.”

이제 정상가족이었던 부류는 모두 불행한 사람이 됐다. 편 가르기와 차별, 혐오는 이렇게나 간단하다.

“ 정상에 속하라는 주문 ”
“ 결혼과 출산이라는 정상의 길을 택하지 않았으니, 불편한 말 몇 마디는 감내해야 하나. ”

“ 인간은 누구나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성취와 좌절을 겪고, 각자의 사연을 품은 채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나 고정관념의 틀 안에서 개인은 파편화된다. 상대의 서사와 맥락은 제거되고 때로는 인격과 감정도 계량화되고 범주화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숫자나 도구로 취급받으며 차별과 혐오를 감내해야 했다. 편과 장벽을 가르는 말은 이렇게 생겨났다. ” | 5

✔️ 익숙하지만 사람 사이의 편을 가르는 8가지 단어
— 정상, 등급, 완벽, 가난, 권리, 노력, 자존감, 공감

그 안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행해왔던 틀에 갖힌 생각들을 보여준다. 읽으면서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채로 잘못된 말을 서슴치 않았던 일들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하나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인간의 삶이란 그렇게 평균화, 획일화 될 수 없다.
개개인의 삶은 비슷한 점이 있을수는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그 차이를 모두 아우르기 위해 평균을 구하고 어떤 구획을 짓는데 그 평균값 위에는 앉혀지는 표본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평균이라는 것 자체가 편의에 의해 상향되거나 의도를 갖고 조정되기도 하여 그것 자체로 판단의 기준이 되기에는 미흡하다. 그럴수록 인간은 하나하나의 텍스트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각자 삶의 맥락과 이야기를 품은 텍스트.
아무리 정독해도 늘 오독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가끔은 마음속 관성에 의해 새로운 텍스트는
읽지 않은 채 밀쳐두고 싶어지는,
인간이라는 텍스트

“ 우리의 자아가 타인과 만남을 갖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다면 조각은 영원히 맞추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관성을 물리치고 새로운 책장을 펼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타인이라는 텍스트를 읽으려는 노력, 그 지점에 서야 비로소 열리는 시선과 세계가 있으니까. ” | 274

갖혀있던 생각을 깨워주는 글은 읽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나를 마주하게 한다. 물론 책 한 권 읽었다고 나의 삶, 나의 텍스트가 한 순간에 변화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인지할 수 있다. 나의 생각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는 것을. 페이지를 넘기듯 못난 생각과 못난 마음에서 벗어나 나는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읽어나간다.


+ 도서 제공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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