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 무심코 쓰는 말에 숨겨진 차별과 혐오 이야기
태지원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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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편을 나눌까?
원시시대에는 생존을 위해 아군과 적군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차별은 어떻게 보면 게으름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복잡한 판단의 과정을 생략하고 이미 익숙해져 있는 사회적 통념이나 고정관념으로 일단 선을 긋고 검증되지 않은 ‘생각의 틀’을 만든다.

그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차별의 씨앗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 씨앗들에 양분을 공급하고
때에 맞게 물을 주며 무럭무럭 자라도록 돌보고 있다.

문제는 그 차별의 씨앗들은 너무 평범하고,
너무 일상적이며, 차별을 인지하기도 전에
상대방에게 날아가 비수가 되어 꽂힌다는 점이다.

“그래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사람이 철든다.”
“아빠(엄마)가 있어야 애가 제대로 큰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의 틀 안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으면 비정상으로 간주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말하지 않더라도 관념적으로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바꾸어 말하면,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모두 불행한 삶을 사는 것 같다.”

이제 정상가족이었던 부류는 모두 불행한 사람이 됐다. 편 가르기와 차별, 혐오는 이렇게나 간단하다.

“ 정상에 속하라는 주문 ”
“ 결혼과 출산이라는 정상의 길을 택하지 않았으니, 불편한 말 몇 마디는 감내해야 하나. ”

“ 인간은 누구나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성취와 좌절을 겪고, 각자의 사연을 품은 채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나 고정관념의 틀 안에서 개인은 파편화된다. 상대의 서사와 맥락은 제거되고 때로는 인격과 감정도 계량화되고 범주화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숫자나 도구로 취급받으며 차별과 혐오를 감내해야 했다. 편과 장벽을 가르는 말은 이렇게 생겨났다. ” | 5

✔️ 익숙하지만 사람 사이의 편을 가르는 8가지 단어
— 정상, 등급, 완벽, 가난, 권리, 노력, 자존감, 공감

그 안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행해왔던 틀에 갖힌 생각들을 보여준다. 읽으면서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채로 잘못된 말을 서슴치 않았던 일들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하나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인간의 삶이란 그렇게 평균화, 획일화 될 수 없다.
개개인의 삶은 비슷한 점이 있을수는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그 차이를 모두 아우르기 위해 평균을 구하고 어떤 구획을 짓는데 그 평균값 위에는 앉혀지는 표본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평균이라는 것 자체가 편의에 의해 상향되거나 의도를 갖고 조정되기도 하여 그것 자체로 판단의 기준이 되기에는 미흡하다. 그럴수록 인간은 하나하나의 텍스트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각자 삶의 맥락과 이야기를 품은 텍스트.
아무리 정독해도 늘 오독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가끔은 마음속 관성에 의해 새로운 텍스트는
읽지 않은 채 밀쳐두고 싶어지는,
인간이라는 텍스트

“ 우리의 자아가 타인과 만남을 갖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다면 조각은 영원히 맞추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관성을 물리치고 새로운 책장을 펼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타인이라는 텍스트를 읽으려는 노력, 그 지점에 서야 비로소 열리는 시선과 세계가 있으니까. ” | 274

갖혀있던 생각을 깨워주는 글은 읽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나를 마주하게 한다. 물론 책 한 권 읽었다고 나의 삶, 나의 텍스트가 한 순간에 변화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인지할 수 있다. 나의 생각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는 것을. 페이지를 넘기듯 못난 생각과 못난 마음에서 벗어나 나는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읽어나간다.


+ 도서 제공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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