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실패 -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
클라로 지음, 이세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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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글쓰기와 책 읽기가 아니더라도
삶에 있어 실패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것을 고립으로 만들수도, 더 나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행운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카프카는 글을 완성하지도 못한 채 죽어버렸고,
페소아는 60여개가 넘는 필명 뒤에 숨어 지냈습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이 흔한 실패는 늘 그림자처럼 우리를 따릅니다.그것을 못본척 하든, 있는 그대로 끌어안든 그건 당신의 선택입니다.

당신에게 실패란, 어떤 의미인가요?

“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 ”
카프카, 콕토, 페소아에게서 배우는
더 나은 실패를 위한 성찰
/ 책 소개 에서

읽기와 쓰기, 번역처럼 책을 매개로 인간이 품고 있는, 품을 수도 있는 온갖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 속에는 늘 실패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도무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 글을 애써서 따라 읽습니다. 그리고 몇 글자 적어보다가 이내 지워버립니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워지고, 그럼에도 기어코 쓰여지는 글이 있어 우리는 이 실패를 딛고 일어서곤 합니다.

번역은 또 어떤가요, 서로 다른 언어를 갖고 있는 사람의 생각을 읽는 것은 필히 실패가 따르지 않을까요? 가장 가까우리라 여겨지는 의미를 좇아 원문을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나의 사유가 한 스푼 흘러들어갈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실패가 다 부질없는 것일까요?
‘이 정신 나간 일을 하면서 어그러진 작업을‘
우리는 기어코 다시 작동시킵니다.

“ 왜냐하면 나는 그르치고 말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알고 있으면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르친다. 더 끔찍한 건지 더 나은 건지는 모르지만, 나는 실패를 원한다. 여기서 실패한다는 것은 더 선명하게 본다는 것, 백지 위의 검은 글씨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기고 말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 | 17

클라로는 ‘문학을 하는 것’의 의미가 바로 이 ‘각별한’ 실패에 있다고 말합니다. 마침내 밝혀낸 진정한 삶의 의미를 담아내는 글은 이 특별하고 애뜻한 실패의 과정 속에서 무두질됩니다. 갉아지고 다시 붙여지고 끊임없이 단어를 시도하고 문장을 지어낸 끝에 그 고운 자태를 드러내곤 합니다. 이 실패는 고립되어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끊임없이 밀고 나가야만 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부딪히고 쓰러지고, 비틀거리다가 다시 일어섭니다.
죽지 않고 살아서 이 기나긴 삶의 여정에 담긴 의미를 찾아갑니다. 실패라는 균열 사이로 작은 틈이 열리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빛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우리를 비춥니다.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
베케트의 말처럼.

어떤 근사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만 나는 또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입가에만 맴도는 말을 삼켜버립니다. 오늘도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숨쉬고 있는 이 시간 자체가 바로 실패에 대한 저항이고 다시 무거운 돌을 밀어 올리는 도전입니다.
이 실패는 행운입니다.
내일은 또 새롭게 읽을 것이고,
새롭게 쓸 것이며 새롭게 이 삶을 살테니까요.

“ 그래서 나는 기꺼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어가면서, 실패한다. 모든 행에서 하나하나 축적해 간다. 그렇지만 텍스트 앞에서 좌초할 때도 텍스트를 읽으면서 읽지 않는 때만큼은, 혹은 그 이상으로 배우는 바가 있다.
저항하는 책 안에서 버티는 것도 의미가 단어들의 지평 너머로 저물어 버린 때에 황혼의 횡단을 경험하는 것이다. ” | 205

p.s. 마지막 책은 언제나 끝에서 두 번째 책이라는 마음으로. (p248)

그리하여 여전히,
우리는 읽는 것을 멈추지 않아요. ;)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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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한 실패 -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
클라로 지음, 이세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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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글쓰기와 책 읽기가 아니더라도 삶에 있어 실패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것을 고립으로 만들수도, 더 나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행운으로 볼 수도 있다. 실패가 ‘각별해’지는 순간은 좌절이나 고립이 아닌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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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어둠과 하우스의 빛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54
김연덕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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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을 보냈던 집에 대한 기억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늘 앞과 뒤가 뒤바뀐듯 잘못 놓인 퍼즐 조각처럼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그래서 위태롭고, 매번 다른 감정으로 기억되는 겹겹의 시간을 안고 있다. 아이들의 소곤거림이 가득하고, 서툴고 다양한 것들이 넘쳐나던 곳. 그 시절의 나는 시시각각 변했다. 어딘가에 머물고 싶었지만 이내 바람을 따라 부유했다. 하지만 해가 지고 붉은 노을이 내 눈 속까지 유난히 길게 들어오는 날이면, 엄마는 구수하고 따뜻한 냄새를 잔뜩 피우며 나를 상에 앉혔다. 그렇게 속을 데우고 마음을 데우고 이제 막 세상에 홀로 선 나를 당신이 가진 온기로 가득 채워냈다.



김연덕 시인에게 시작은
“종이를 열어 나의 오래된 집으로, 아직 죽지 않은 먼지 나는 이야기들이 방마다 파본처럼 흩어져”있는 집의 문을 여는 것이고,

그가 말하는 끝은
“그늘 속에서 편안하게 썩어나가던 이야기가
처음으로 돌아가 쉴 수 있을 때, 아무리 갈아도 입자가 거친 눈 속에 잠시 멈춰선” 채
이제 코트를 챙기고 불을 끈 후 집의 문을 닫는 것이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에서만큼은 늘 하나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과거의 내가 때로는 미래의 나를 향한 사랑을 층층이 쌓아두는 곳이었다.

“ 상처 사이에 난 틈 사이로 들어온 ‘다친 빛’이 기억의 문이 되고, 빛의 연약함 속에서 시인은 타인과 공존한다. 빛의 동시성이란 시간의 함께함 다름 아니고, 시간의 함께함은 내가 아닌 그/녀들의 형상 속으로 들어가 기쁨과 슬픔을 함께 겪는다는 것이다. ” | 243, 작품 해설

이미 사라져버린 추억이라해도 희미해짐 그 자체로 여전히 과거의 시간에 나의 마음을 내어준다. 상실이 상실 그 자체로 존재하도록 빈 공간을 아무것으로도 채우지 않는 마음같은 것이 있다.
’오래된 집의 문을 열며’ 그 안에서 어떤 기억을 떠올렸을까. 그 기억은 아마도 “아름다운 작품”일 것 같다.



나의 안과 밖에서는 희고 난폭한 아름다움이 여전히 낭비되고 있고
눈이 오면 잠들어 있던 미래 가장자리부터
완전히 달라진 마음이 몸을 일으켜 깨어나는 곳
서로를 가족이라고 눈을 눈 나를 나라고 부르던
입술들 소리들
어두운 시간마저 고립되는 곳에서
엄마는 나를 처음 읽어준 사람이었다.
| 37, 다친 작은 나의 당당한 흰색

조용하게 살아 있는 잠에서 가끔 깨어나는 이야기는 나를 종종 따뜻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다, p47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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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어둠과 하우스의 빛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54
김연덕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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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만큼은 늘 하나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과거의 내가 때로는 미래의 나를 향해 사랑을 층층이 쌓아두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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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물질 문학동네 시인선 229
나희덕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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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고 명료하게 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를 향해 끝없이 사유하고 깨닫고 마음을 내어주는 글들. 자연의 일부인 한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모든 것이 뒤섞인 채 공존하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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